민중가요로 풀어낸 1980년 5월 광주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프랑스 대혁명 이후 민중의 삶을 그렸다면 <쏴!쏴!쏴!쏴!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다. 1980년대 민중과 저항의 역사가 새겨진 민중가요 8곡이 스크린에서 울려 퍼진다. 

지난 25일 진해문화센터 구민회관 공연장에서 <쏴!쏴!쏴!쏴!탕>(김재한 감독)의 경남지역 첫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오세영 만화가의 <부자의 그림일기> 중 5·18 당시 공수부대원으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청년의 트라우마를 담은 원작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40여 분 분량의 흑백영화다. 주인공은 1980년 5월을 겪은 영태와 숙희, 석훈이다. 당시 영태와 석훈은 계엄군, 숙희는 계엄군의 총에 맞아 남편을 잃었고 아이를 유산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그들이 9년 뒤 광주가 아닌 한 곳에서 만난다. 영태와 석훈은 공사판 노동자로 숙희는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에서 일한다. 

▲ 지난 25일 진해문화센터 구민회관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유철 시인, 제작자 설미정, 김재한 감독, 민중가요 고백의 곡을 지은 고승하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제작자 곡인무영 스님./김민지 기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세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는 우연히 드러난다. 

9년 전 영태는 "살려달라"는 여학생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그를 대신해 여학생에게 총을 겨두던 또 다른 계엄군의 총에 오른쪽 다리를 다친다. 그는 악몽을 붙잡고 살아간다. 석훈은 영태와 숙희에게 계엄군이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러다가 숙희는 석훈이 쏜 총에 남편이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숙희는 자신의 손을 보며 "이 손으로 내 남편을 죽인 놈에게 밥을 지어 받쳤다"며 "네가 내 남편을 죽였어"라고 울부짖는다. 이에 석훈은 "나도 피해자야"라며 "전두환 개새끼, 살인범"이라고 외친다. 그는 "우린 그저 명령을 받은 것뿐이라고", "나도 죽을 듯이 괴로웠다"고 말한다.

숙희는 "그러니까 너도 죽어"라며 영태에게 석훈을 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 〈쏴!쏴!쏴!쏴!탕〉 스틸 컷.
▲ 〈쏴!쏴!쏴!쏴!탕〉 스틸 컷.

영화는 아이들이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끝난다. 이 곡은 최근 별세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작사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다. 

뮤지컬 영화답게 배우들이 직접 부른 민중가요는 인상적이다. 1980년대 민중의 삶과 시대를 반영한 노래는 경쾌하면서 슬프고, 비장하며 애잔하다. 

"닭똥집이 벌벌벌 닭다리 덜덜덜 잔업철야 지친 몸 소주로 달래네."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작곡가 김호철의 '포장마차'.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작자미상의 투쟁가 '오월의 노래2'. 

"사람들은 날더러 신세 조졌다 한다 동료들은 날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 것 없네." 고승하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이 마산여상 교사로 일할 때 노동자로 취직한 제자들을 생각하며 지은 '고백'.

이 밖에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결성된 청계피복 노조가 쓴 가사에 정세현이 곡을 만든 '친구2'와 1988년 제1회 통일노래한마당에서 대상을 받은 '진혼곡',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1', '광주출전가' 등이 나온다. 

영화 속 계엄군이던 영태와 석훈, 가족을 잃은 숙희에게 1980년 5월의 그날은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영태와 석훈은 저항하지 못했고 계엄군인 사실에 괴로웠다. 숙희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그들의 상처와 악몽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정한 가해자는 조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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