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KB손보 감독 구타로 징계당했던 과거 돌아봐

'학교 폭력'(학폭) 파문으로 배구계가 뒤숭숭해진 가운데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조용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배구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시작하기 전 "저는 경험자이기 때문에…"라며 폭력 가해자가 되면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최근 학폭 물의를 일으킨 이재영·다영 자매는 약 10년 전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폭로돼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고 무기한 출장 정지와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받았다.

이 감독은 12년 전인 2009년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 시절 당시 주축 선수였던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요즘 배구계가 뒤숭숭한데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민감한 이야기"라며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돌아봤다.

사실 이 감독은 징계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임명돼 현장에 돌아왔다.

이후 이 감독은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에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 공격수로서 국위를 선양했던 이 감독의 공로를 생각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이 감독은 "세상이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라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누가 나를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인생이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감독은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라며 "인과응보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배구 코트에 돌아와 있지만, 이 감독은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

그는 "저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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