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수입 끊겨
생계 절벽에 부업으로 연명
재난지원금 지급 사각지대
"집합금지 업종 동일 지급을"

"지금은 일용직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 무대에서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하던 시간이 꿈만 같습니다."

30년 동안 행사 진행자 일을 하며 전국을 누볐던 손병국(54) 전국이벤트MC협회 전 회장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행사절벽'이 이어져 매출이 '0'에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MC들은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고정 수입이 없는 특수직이라 당장 먹고살 걱정에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본업 대신 부업에 뛰어들었다. 부업이라고 해봐야 드라마 단역, 배달원, 농장 일손돕기 등 단기 노동이다.

손 전 회장은 "후배들은 배달 노동자를 하고 있거나 새벽부터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다"며 "나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매출에 체면을 버리고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창원시에서 여행업을 하는 ㄱ(42) 씨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여행사 사무실 문은 닫힌 지 오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그도 아침부터 밤까지 여행 견적 문의, 소비자 불만 등에 응대하면서 바쁘게 보냈던 일상을 잃었다.

ㄱ 씨는 "임대료는 계속 나가고 있는데 매출은 99%가량 줄었다"며 "고정비 충당을 위해 일일 방역 아르바이트 등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자리한 여행사의 상담 창구가 텅 빈 모습.  /안지산 기자
▲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자리한 여행사의 상담 창구가 텅 빈 모습. /안지산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상황 속 수입이 끊긴 관광, 여행, 행사업계 등은 본업 대신 부업으로 생계를 겨우 이어가고 있다.

관광, 행사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책, 재난지원금 지급 사각지대 해소 등을 요구했다.

손 전 회장은 매출이 급감했으나 MC들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선별적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매출 감소 증빙 등이 어려워서다. 손 전 회장은 "30년 동안 자부심을 느낀 내 직업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순간"이었다며 씁쓸해했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ㄱ 씨는 그나마 정부와 경남형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여행업은 일반 업종으로 분류돼 정부의 2차 지원금에 이어 3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에서도 100만 원만 지급받았다. 집합 제한, 금지 업종은 2차 150만~200만 원, 3차 200만~300만 원을 받았다.

ㄱ 씨는 "여행업계도 집합 제한, 금지 업종과 다를 바 없는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관광업체 580여 곳이 모인 경남관광협회는 경남도가 업체 한 곳당 100만 원씩 지원한 재난지원금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출이 아예 없는 관광업계에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관광협회 관계자는 "여행사 사무실 임차료를 내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고 융자 상환 유예 등 정책을 펼쳐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며 "국외여행을 막은 만큼 여행, 관광업계도 집합 금지 업종으로 분류해 재난지원금 혜택 등을 더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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