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부터

황해도 장산곶에 전해오는 이야기 있었으니 그 내력은 이러하거든

 

 닭이 우리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삼만 오천 년이나 되었고

날개는 퇴화하여 날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인간이 잘 아는 바라

장산곶 자락에 있는 한 어진 농부의 닭장에 갇혀 있던 모이를 거부한 암탉이 있었으니

겨우 우리를 탈출하여 장산곶 산 속으로 들어갔거든

산 속을 헤매며 온갖 모이를 주워 먹었는데

그의 목숨을 노리는 짐승들이 오소리며 살쾡이, 오랑캐, 해동청 보라매들 뿐이었으랴

그는 발톱을 바위에 갈고 부리는 나무 등걸에 쪼아 날카롭게 벼렸지

눈에 한 번 힘을 주면 광선이 뻗혀 나왔어

힘은 곰보다 세고 덩치는 송아지보다 컸거든

장산곶 사람들은

산 속에 사는 송아지도 아닌 것이 타조도 아닌 것이

전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이 이상한 짐승을

질랄라비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누구나 기면 걷고 싶고 걸으면 뛰고 싶고

뛰면 날고 싶은 법

 

어느 봄날

장산곶 묏부리에서 바라보노니

장산곶 앞바다를 유유히 날고 있는 갈매기가 부러웠어

'나는 날개가 있으되 왜 날지를 못 할까'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고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고

절벽에서도 뛰어내리고

허리가 꺾이고 손톱이 빠지기를 수십 번

파닥이는 날개짓을 수백만 번

 

세월이 흘러

이제 때는 왔다

신축년의 새 아침이 밝아왔도다

그는 그가 살던 집을 오장창 부수고

"민중 자주 통일"

 장산곶 꼭대기에서 크게 한번 외치고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하여

장산만을 향하여 그의 육중한 몸을 던졌던 것인데

날개를 수만 번 파닥였으나

낙하 에너지를 이기지 못한

날개 에너지

 

아아!

그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말 것인가

그의 한 많은 생애는 여기까지인가

장산곶 사람들이 안타까이 소리쳐 불렀거든

질랄라비!  

 질랄라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젖먹던 힘을 다하여

빛의 속도로 날개를 저었던 것인데

발이 빠지고 날개가 바닷물에 젖는 순간

그의 몸뚱이는 

풍덩!

소리를 내는가 하더니

물망울을 튕기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것인데

장산곶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려

 훨훨! 

외쳤던 것이었는데

이 때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 사람이 질랄라비하고 앞소리를 매기면

다른 사람이 훨훨하고 뒷소리를 매겼던 것인데

 

질랄라비, 훨훨!

질랄라비, 훨훨!

 

지금도 이 소리는 한반도를 안은 땅별에서

해방을 춤추는 인민들의 가슴을 달구고 있다는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앞서거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노래와 함께 불리고 있다는데

 

-이 이야기는 백기완 선생님의 질랄라비 이야기에서 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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