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유흥가 사라진 쓰레기
점포 내 취식·영업시간 제한…점주 "술·음료 공병도 감소"
주택가 넘쳐나는 쓰레기
배달·집에서 식사 횟수 늘어…음식물·일회용품 배출 산더미

지난해 12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연장과 더불어 5인 이상 집합금지,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 불가 등 영업제한에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의 매출절벽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출절벽의 또 다른 증거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눈에 띄게 감소한 상점가, 유흥가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방역당국은 15~28일 2주간 비수도권 지역의 거리 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더불어 비수도권의 매장 내 취식 불가 등 제한을 해제했다. 정치권에서는 영업 제한 조치로 발생한 손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손실보상제, 4차 재난지원금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반가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생 현장은 아직도 엄혹한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활기가 돌아야 할 도내 전통시장, 상가, 유흥가 등은 설 대목을 잊은 모습이다.

▲ 인적이 없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남시장.  /안지산 기자
▲ 인적이 없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남시장. /안지산 기자

◇그대로 버려지는 음식점 식재료 = 설을 앞두고 5일장이 선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은 간만에 활기를 보였다. 그러나 상남시장 상가 내부로 들어서자 정적만이 감돌았다.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에도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이 드문드문 보였다.

상가 내에 2호점을 냈던 일부 매장들은 2호점의 문을 걸어 잠근 채 1호점만 운영하고 있었다. 점포 588개가 밀집한 상남시장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음식점 3곳은 점포를 정리했다.

상남시장의 매출절벽은 업소에서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 감소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남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상가 전체 상인들이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통(120ℓ) 칩 구매, 사용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음식물쓰레기가 감소한 이유로 비대면 추세에 따라 배달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창곤 상남시장상인회장은 "3층 식당가 매출의 80%는 배달"이라며 "배달 특성상 음식물이 모두 가정으로 배달되기에 점포 음식물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용하지도 못한 식재료가 버려지는 일도 허다하다.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게 일반적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이후 소비자 방문이 급감해 유통기한이 다 된 식재료를 버리는 것이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호프집 점주는 "손님들이 먹던 음식이 남아서 버리면 그나마 아깝지 않은데 사놓고 요리하지도 못한 음식 재료들을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평소 하루, 이틀에 한 번씩 가득 찼던 음식물쓰레기통도 최근에는 3일이 돼야 겨우 찰 정도"라며 "음식물쓰레기뿐만 아니라 술, 음료 공병 수거량도 줄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창원시 의창구, 성산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도 유흥가, 상점가 음식물쓰레기 수거량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거업체 관계자는 "주로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10~20ℓ 전용 칩 수거량이 줄었고 배출 주기도 길어졌다"며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매일 수거 작업을 하다 보니 상가 쓰레기 수거일이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음식물, 배달 쓰레기가 수거통 바깥까지 나와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아파트 단지.  /안지산 기자
▲ 음식물, 배달 쓰레기가 수거통 바깥까지 나와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아파트 단지. /안지산 기자

◇주택가는 배달 쓰레기 몸살 = 창원시 마산합포구 12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ㄱ 씨는 경비실에 있거나 순찰하는 시간보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속 가정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식물쓰레기, 각종 배달 쓰레기가 급증한 것이 이유다.

ㄱ 씨는 "매일같이 산처럼 쌓이는 음식물, 배달 쓰레기에 보관 용기가 넘칠까 걱정"이라며 "설 연휴 이틀간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데 이 기간 '집콕'하는 가구가 대다수라 걱정이다"고 말했다.

외식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면서 주택가 쓰레기 배출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진주시 가좌동에서 사는 한 1인 가구는 배달앱 'VIP' 등급을 딸 정도로 배달앱을 즐겨 쓴다. ㄴ 씨는 "코로나19로 배달앱을 이용하는 횟수가 2배 정도 늘었는데 그만큼 음식물, 배달 쓰레기도 늘었다"며 "1인분만 배달하는 가게가 거의 없어 음식을 과하게 시키고 그만큼 많이 남겨 배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영시 중앙동에 사는 4인 가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학생인 ㄷ 씨는 "대학 수업이 전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본가에서 생활했다"며 "식구 수가 늘고 부모님이 맞벌이라 늦은 시간 배달 주문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레 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성산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도 주택가 쓰레기 비중이 늘었다고 했다. 수거업체 관계자는 "유흥가에서 발생하던 음식물쓰레기 비중의 일부가 가정으로 옮겨갔다"며 "특히 가구 수가 많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체감할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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