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매점 50m 내 불가…점포 쪼개기 의심 사례도 등장
업주들 출혈경쟁 막을 제한거리 상향·자율규약 강제 호소

"저희 편의점이랑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른 점포가 지난달엔 분명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 기준에 미달했는데, 지금은 점포를 분할해 거리 제한 기준을 넘어섰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인데 출혈 경쟁이 두렵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ㄱ 씨. 그는 지난달만 해도 인근에 ㄴ 점포 간 거리가 창원시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 기준 50m 이내여서 편의점 개점을 접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했다. 그러나 이달 초, ㄴ 점포가 점포를 둘로 쪼개 거리 제한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담배소매인 지정을 재신청했다고 주장했다.

14일 현장을 가보니 ㄴ 점포 입구 쪽에 1평 남짓한 공간이 분할돼 있었다. 가벽이 아닌 유리벽, 유리문을 설치한 상태였다.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것도 담배권(담배소매인 지정)을 얻기 위한 일종의 편법으로 보인다"며 "거리 제한 50m가 핵심이므로 이런 식으로 점포를 분할하는 경우도 있고 울타리를 쳐 동선을 길게 만드는 방식으로 담배권을 따기도 한다"고 말했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편의점(위 왼쪽 GS25) 건너편에 출점 준비 중인 타월판매점. GS25 점주는 타월판매점이 직선거리 50m 내에 있지만 유리벽으로 내부를 반으로 쪼갠 곳에 담배소매인 신청을 했다고 주장한다. /안지산 기자
▲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편의점(위 왼쪽 GS25) 건너편에 출점 준비 중인 타월판매점. GS25 점주는 타월판매점이 직선거리 50m 내에 있지만 유리벽으로 내부를 반으로 쪼갠 곳에 담배소매인 신청을 했다고 주장한다. /안지산 기자

창원시 담배소매인 지정기준 규칙을 보면 기존 영업장과 신규 영업장의 외벽을 기준으로 보행자 통행로 기준 최단거리를 측정했을 때 50m를 넘어야 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청 담당부서는 실제 거리 조사에서 50m를 넘었다고 밝혔다. 경제교통과 관계자는 "ㄴ 점포의 분할 형태가 건축법을 위반했는지 건축허가과에 질의한 상태"라며 "ㄴ 점포의 담배소매인 지정을 두고 시, 관련 부서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ㄴ 점포의 내부 가판대에 수건 수십 장과 계산대만 덩그러니 있다. 이런 형태의 점포를 '유령 슈퍼'라고 부른다. 담배소매인 지정을 위한 최소 요건으로 점포의 형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들어설 공간인데 담배소매인 지정을 얻고자 우선 '타월백화점' 간판을 걸고 최소한의 구색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유령 점포는 신축 상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이 많은 신축 상가 대부분 추첨으로 담배소매인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 타월판매점의 지난달 모습. 점포 분할 전이라 문이 하나다./독자
▲ 타월판매점의 지난달 모습. 점포 분할 전이라 문이 하나다./독자
▲ 타월판매점의 14일 모습. 가게를 유리벽으로 분할해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안지산 기자
▲ 타월판매점의 14일 모습. 가게를 유리벽으로 분할해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안지산 기자

편의점, 마트 등이 이토록 담배소매인 지정에 목매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2019년 전국 편의점 4만 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43%를 차지한다.

이처럼 편의점 출점이 늘면서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출혈경쟁으로 편의점당 매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9년 프랜차이즈 실태조사를 보면 경남지역에는 직선거리로 평균 288m마다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전국에서 반경 100m 이내에 신규로 들어선 편의점 점포 비율은 2019년 35.7%로 2018년(33.7%)보다 2%p 증가했다. 전국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은 2016년 5억 9000만 원에서 2018년 5억 7000만 원으로 줄었다.

담배소매인 지정을 위한 편법을 막고 출혈경쟁 등을 해결하려면 편의점업계가 2018년 12월 만든 자율규약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규약은 GS25, CU 등 편의점업계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이내에서는 출점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담배소매인 지정 제한거리를 100m로 상향한 서울시처럼 제한거리를 상향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 충남 아산시도 최근 편의점 과밀화로 말미암은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담배소매인 지정 제한거리를 100m로 상향했다.

창원시 의창구 한 편의점 점주는 "코로나19 때문에 매출 감소가 피부로 느껴지는데 신규 편의점은 늘었다"며 "유명무실한 편의점 자율규약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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