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위·자생단체·활동가 경력 주민자치회 위원들 면면 다양
행정 종속 경계 자치회 성격 탓 예산 수급·협력 범위 이견 상존
주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업 고민 더하고 지혜 나누기 분주

흔히 '용원'으로 알려진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은 역동적인 곳이다. 광활한 부산진해신항에다 인근 녹산공단으로 4만 명에 이르는 주민이 지금도 늘고 있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전통적 마을공동체를 꿈꾼다? 쉽지 않을 것 같은 이 일을 웅동2동 주민자치회가 하고 있다.

"유입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동네다. 그래서 주민들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한다."

홍미옥(61) 주민자치회장의 포부다. 그런 만큼 주민 간 조화와 융합이 중요하다. 그런데 주민자치회 내부에서 예전 주민자치위원회나 자생단체 활동을 해왔던 분들과 최근 주민자치회에 결합한 마을활동가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다. 어떻게 극복할까?

▲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주민자치회에서 만난 홍미옥(왼쪽) 회장과 황은영 기획예산분과장. /이일균 기자
▲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주민자치회에서 만난 홍미옥(왼쪽) 회장과 황은영 기획예산분과장. /이일균 기자

◇어떤 차이가 있나

지난 12일 주민자치센터에서 만난 홍미옥 회장과 황은영(51) 기획예산분과장은 위에 제시한 두 그룹을 대표한다. 이들에게 어떤 견해 차이가 있는지 먼저 물었다. 이 문제는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도내 어떤 읍면동이면 직면한 문제다.

홍 회장은 "주민자치위원이 30명이다. 저처럼 주민자치위원회나 자생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던 분들도 있고, '청만행웅(청소년과 만들어가는 행복한 웅동)'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오던 분들이 있다"면서 "이분들은 주민자치회를 앞세우면서 공무원들과 협력이나 다른 자생단체와 협력할 필요성을 저보다 덜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황은영 분과장은 "협력할 필요성을 덜 느낀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아마, 주민자치회가 예산 문제에서 행정과 부딪힐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때 특히 느끼신 것 같다"면서 "마을활동가들도 자생단체와 협력할 필요를 느끼기 때문에 김장 담그기나 마스크 만들기 같은 행사를 함께 했다. 주민자치회가 행정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그렇게 비친 것 같다"고 전했다.

2019년 7월 웅동2동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고, 그해 9월 주민총회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위의 두 그룹간 조화가 잘되는 곳으로 평가됐다. 그사이 주민자치위원이 10명 이상 교체되면서 지금은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 홍미옥 회장은 "작년 동네한바퀴 행사나 마을계획워크숍 행사, 온라인이었지만 주민총회까지 위원들이 단합해서 정말 잘했다. 예산문제로 행정과 마찰을 빚는 일 외에는 정말 잘한다. 그런데 일상적으로는 회장과 임원, 분과장이 융합되기보다 분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저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주민자치회 위원과 참여자들이 지난해 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웅동2동주민자치회
▲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주민자치회 위원과 참여자들이 지난해 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웅동2동주민자치회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황은영 분과장은 이에 대해 "아마, 2019년 주민총회 때까지는 새로 결합한 마을활동가들의 활약을 다른 위원들이 지켜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사이 여러 사정으로 위원들이 많이 바뀌고, 아직은 주민자치회 역할이나 활동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보니까 간격이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 간격을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

홍미옥 회장은 "회장으로서, 작년까지는 각 분과에 역할을 맡겼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수렴한 의견을 전달하면 마치 간섭하는 것처럼 여길 때가 있다.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분과사업도 함께 의논하고, 특히 청소년이나 학생 대상 사업을 노인이나 원주민 대상 사업으로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황은영 분과장은 "1년 6개월 정도 주민자치회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하는 과도기이다. 위원들 간에 솔직하게 문제점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무슨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위원들 간에, 또 주민들과 의논하고 생각을 같이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황 분과장은 이어 "주민자치위원 누구나 지금 느끼는 문제점과 차이는 솔직히 털어놔야 개선이 될 수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자세보다는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곳은 세칙상에 '이통장 주민자치위원 겸직금지'나 '자생단체장(회원) 겸직금지' 규정을 두지 않는다. 협력하고 융합하기 위해서이다. 홍미옥 회장과 함께 황기수 부회장, 김보경 사무국장, 황은영 기획예산분과장과 김규환 교육환경분과장, 정상금 문화복지분과장 등이 임원으로 이런 활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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