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눈높이 설치 필요성 제기
전체 상황 파악 위한 구조 이견
제주도의회는 40㎝ 낮추기도

"지나친 높이로 올려놓은 의장 자리는 마치 권력을 움켜쥔 자리인 양 차별하듯이 동료 의원과 공무원을 발바닥 아래에 앉혀 내려다보는 구조입니다. 의장 단상을 이리 높이 둘 필요가 있습니까?"

김영진(더불어민주당·창원3) 경남도의원이 12일 열린 경남도의회 제38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의장 단상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도민 한 분 한 분이 높고 낮음이 없이 평등하듯 의원들 또한 서로 동등하게 마주하며 인사를 당연히 나누어야 한다. 도의회 의장 단상을 턱없이 높게 위치해 두고 누군가는 발아래로 내려다보며 인사를 받고, 또 누군가는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올리는 것이 21세기에 맞는 관례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민을 대변하는 의원의 눈높이에 맞춰 권위의 상징이 돼 버린 의장 단상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도의회 의장 단상은 높이(바닥 기준) 168㎝로, 5개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또 의원이나 도지사, 도교육감 등 공무원들은 의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발언대에 선다. 이를 과거 권위주의 시대 산물로 보는 것이다.

▲ 지난해 7월 열린 경남도의회 37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하용 의장이 의장석에서 의사 진행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해 7월 열린 경남도의회 37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하용 의장이 의장석에서 의사 진행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반면, 도의회는 "회의 운영 효율을 고려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도의회 의사담당 관계자는 "의장은 의사를 지휘하고 질서 유지를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본회의 중 전체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서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안건 등을 처리할 때 의원의 발언 동향 등을 파악하고 조율하고자 단상이 높은 것이지, 권위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 단상도, 타 지방의회나 미국 의회 단상도 높은 이유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의회가 30년 만에 190㎝ 의장석을 150㎝로 낮췄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후반기 의장은 취임 당시 "의장 단상이 너무 높다.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라면서 "의장 단상도 낮추고 의원들과 눈높이를 맞춰 의회를 활성화해 의원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월 보수 공사로 의장석을 낮춰 의원석 맨 뒷줄 높이와 맞췄다. 또 의장석 앞 발언대를 개선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발언대 단상 양쪽에 120㎝의 경사로를 설치했다. 제주도의회의 '탈권위' 행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의사 진행 효율성은 반감됐을까?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발언대에 사람이 섰을 때 카메라에 뒤에 있는 의장이 가려져 안 보인다는 지적은 있다. 이 외에 의사 진행과 관련한 불편함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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