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재단 말모이 네트워크
노인·장애인 등 직접 사례 모아
참여자 "평등사회 갈 길 멀어"

"깜빡하고 뭘 잊어버렸을 때 '니 치매 걸렸나?' 그러면 정말 난감하고 기분이 나빠요. "

"좀 모자라는 말을 하면 '니 고자냐'라고 하고, 디비 자라(누워 자라), 상판대기(얼굴)가 와 그렇노, 자기와 뜻이 안 맞으면 '지랄하고 있네' 같은 속된 말을 무심코 쓰는데 좋은 말로 고치면 좋겠어요."

2020년 문화다양성 캠페인 '말모이' 네트워크에 참여했던 노인들이 문화다양성을 해치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모으고 대체할 말을 찾느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캠페인은 김해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공모사업인 '무지개다리사업'에 선정돼 진행했다. 무지개다리사업은 11개 단위사업으로 추진하며, 이 중 하나가 '말모이' 네트워크다.

김해문화재단은 2019년에 말모이 서포터스가 사회 곳곳에서 발견한 차별 단어들을 모아 물음표를 던져보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은 <말모이1> 자료집으로 펴냈다. 2020년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를 기반으로 혐오·차별 표현을 모으는 활동을 벌였다. 그 성과물 <말모이2>가 다음 주께 공개(김해문화재단 홈페이지)될 예정이다.

▲ 김해문화재단 '말모이' 네트워크 캠페인에 참여한 '말모이 품앗이 ; 희망 품은 황혼' 모임. /김해문화재단
▲ 김해문화재단 '말모이' 네트워크 캠페인에 참여한 '말모이 품앗이 ; 희망 품은 황혼' 모임. /김해문화재단

'말모이' 네트워크는 다섯 계층으로 나눴다. 노인은 '말모이 품앗이 ; 희망 품은 황혼', 여성은 '발칙한 XX들', 장애인은 '별의별 말을 찾는 사람들', 청소년은 '청소하는 악어새', 이주민은 '다다우리 온앤오프'이다. 차별·혐오 표현들은 각 네트워크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감정으로 표출됐다. 이 중 속으로만 간직했던 노인들(65~83세) 의견은 눈길을 끈다.

ㄱ 씨는 "왜 그리 씨뿌리삿노?, 보리문댕이(경상도 사람), 깽깽이(전라도 사람), 서울깍쟁이 같은 비하 언어는 인제 그만 쓰자"라며 사투리와 지역감정을 담은 표현을 지적했다. ㄴ 씨는 "나는 목도 길고 키도 큰데 '키 크고 안 싱거운 사람 없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면서 신체 차별 언어의 폐해를 비판했다. ㄷ 씨는 "남자가 그것도 못 드나, 여자가 김치도 못 담그나 라는 말을 아직도 한다"며 남녀차별 언어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ㄹ 씨는 "미망인(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한 사람), 과부(남편이 죽어서 혼자 사는 여자라고 여자가 스스로 겸손하게 일컫는 말), 호로자식(후레자식·홀어미 밑에서 자란 자식 또는 오랑캐 노비의 자식) 같은 말을 정확한 뜻도 모르고 쓰고 있다"며 "평등사회로 가려면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말모이' 네트워크 모임을 하면서 세상을 함께 사는 방법과 말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말모이는 새로운 삶의 원칙이고, 감칠맛 나는 색다른 토론장이다. 말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나를 변화시켰다. 예사로 생각했던 안 좋은 말들은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손자들에게 차별·혐오 단어를 가르쳐주고 나쁜 말은 쓰지 않는 대접 받는 '어르신'이 되고 싶다."

한편 장애인 네트워크인 '별의별 말을 찾는 사람들'은 깜깜이, 난쟁이 똥자루, 눈이 멀다, 레임덕(절름발이 오리), 벙어리, 병신, 안경잡이, 앉은뱅이, 애꾸눈, 왼손잡이, 장애(가로막힌 것을 넘어야 하는,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 절름발이, 정신병자, 결정장애(우유부단하다), 눈먼 돈(공돈), 반팔(반소매), 벙어리장갑(손모아 장갑·엄지 장갑), 앉은뱅이 책상(낮은 다리 책상), 외발자전거(한바퀴 자전거), 장애자·장애우(장애인) 등을 개선해야 할 언어로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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