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위기 미술인 지원
중도 포기하고 사업지 변경되고
시군 18곳 중 8곳 기한연장 신청
거제·창녕 공정성 논란 장기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사업을 진행 중인 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사업기한 연장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졸속 사업 논란이 일 만큼 급하게 진행돼 예견된 후유증이다. 사업을 주관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 기간을 포함해 지난해 7월부터 오는 2월까지 6개월 남짓한 기간을 정해놓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군마다 공모를 거쳐 작가 팀이 선정된 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게 지난해 9~11월부터라서 실제로 작품 작업을 진행한 기간은 4~5개월에 불과하다. 다음 달 사업종료 기한을 지키지 못하게 된 도내 시군들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까지 기한연장을 신청했다.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시군 8곳 사업기한 연장신청 = 12일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시군별 사업 담당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도내 지자체 18곳 중 8곳은 경남도에 사업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연장신청을 한 시군은 거제(4개월)와 의령(4개월), 창녕(4개월), 남해(2개월), 고성(2개월), 밀양(2개월), 사천(1개월), 하동(1개월) 등 모두 8곳이다. 사업기한 연장은 시군→경남도청→문화체육관광부 순으로 진행된다. 도가 각 시군이 낸 신청서를 아직 문체부에 전달하지 않아 연장 승인이 떨어지진 않았다. 추후 연장이 승인되면 기존 2월에서 3~6월로 사업기한이 연장된다.

이들이 연장신청에 나서게 된 배경은 사업계획이 바뀐 영향이 크다. 밀양은 달빛공원 일원에서 아북산, 아동산 등으로 사업대상지 변경을 추진하게 되면서 일정이 미뤄졌고, 사천은 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된 벽화 작업을 진행할 대상지를 가지고 있는 개인 소유자에게 사유지 벽면 사용에 대한 동의를 얻지 못해 삼천포대교공원 안에 있는 공유지로 대상지를 바꾸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정을 변경했다. 남해군 미조면에 있는 미조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을 만들고 있는 남해는 공사가 내달 끝날 예정이어서 사업 연장을 신청했다. 하동은 하동읍 구 하동역 인근 '정호승 시인의 길'에 조형물 9점 등을 설치할 예정인데, 거리명에 맞는 작품을 내놓고자 설계내용을 변경하는 중이다. 2월 안에 제작과 설치를 동시에 끝낼 예정이다.

사업 참여자격을 갖추지 못한 작가가 사업에 참여 중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거나 중도에 작가팀이 사업 참여를 아예 포기해 일정이 미뤄지게 된 지자체도 있었다. 고성 도시교통과 김성원 주무관은 "작년 11월께부터 사업 진행 절차 주민설명회나 사업설명회 같은 행정절차를 밟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비롯해 선정 작가팀 가운데 자격이 미달하는 작가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등 작가팀 내 문제 제기가 있어 사업 재공고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현재 사업 내용을 변경하는 중이어서 2개월 연장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령 도시재생과 서강 주무관은 "앞서 참여하던 작가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은 많은데 금전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참여를 중도에 포기하겠다는 견해를 밝혀온 상황"이라며 "기존 작가팀이 사업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1월 말에 재공고를 군청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 통영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작품들. /통영시

◇거제·창녕 절차 문제 제기 계속 = 거제와 창녕 등 지자체 2곳도 사업 공정성 논란이 불거져 기한연장 신청이 이뤄졌다. 거제는 4억 원대 대규모 지역 예술인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지난해 7월 20일 거제시 공식 홈페이지에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가팀 모집 관련 사업 공고를 내지 않고 거제예총에만 이를 알려 사업을 진행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거제예총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던 지역 작가들은 사업 공고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거제미술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작가 쪽에선 거제가 사업을 편법으로 추진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공모 절차도 없이 특정 단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해 지역 작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거제는 뒤늦게 절차적 문제를 인정하고 지난해 12월 9일부터 21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 사업 참여자 모집 재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전에 참여했던 작가 40명 중 31명이 이번 재공고에 다시 신청하면서 사업 참여자로 선정됐고, 이런 까닭에 거제시청 정문 앞에선 비거제예총 출신 예술인들이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거제시장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거제 도시계획과 윤명숙 주무관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뒤 지난해 12월 재공고를 냈었다"며 "사업을 최종 완료하려면 6월은 돼야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녕은 지난해 9월 선정된 작가팀이 군과 도 자문단이 제안한 작품 예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과 대표작가가 2017년 개인전시에 내놨던 조작품을 새로운 작품인 것처럼 가져와 다시 제작하려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작가팀 선정을 지난해 12월 21일 자로 취소했다. 사업 참여를 못하게 된 대표작가 쪽에선 "따오기 형태를 변형시킨 조각을 하루 이틀 만에 창작하는 건 졸속이 되기 때문에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 형태를 빌려 사업계획에 냈었다. 다른 곳에서 가져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 작품으로 한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자문 내용에 따라 하겠다고 했는데도 선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군과 도에 이의 제기를 하고 있다. 창녕 신영기 도시계획팀장은 "창작물이 아닌 작품을 가져와 사용하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불가피하게 재공고를 내고 사업을 다시 추진하게 됐는데, 오는 6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해볼 예정이다. 14일 창녕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홍연 갤러리 거제 대표가 거제시청 앞에서 시의 '우리 동네 미술' 사업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갤러리 거제
▲ 정홍연 갤러리 거제 대표가 거제시청 앞에서 시의 '우리 동네 미술' 사업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갤러리 거제

◇8곳은 2월 사업 마무리 예정 = 사업종료 예정 기한인 2월까지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곳은 창원과 합천을 제외한 통영, 진주, 김해, 거창, 양산, 함안, 산청, 함양 등 8곳이다. 도내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작품 설치를 끝낸 통영은 지난 8일 통영미술협회·연명예술촌·도산예술촌 작가 34명으로 구성된 '통영퍼블릭아트그룹'이라는 이름의 작가팀이 만든 입체벽화 15점, 조형물 5점과 공공시설 조형물 24점 등을 동피랑 벽화마을 곳곳에 내놓았다. '소소(笑少)한 골목길'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작업한 끝에 결과물을 설치하고 사업 추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통영은 프로젝트 작품들을 엮어 온라인 전시(동피랑.kr)도 열고 있다. 늦어도 2월엔 사업비 정산 과정을 거쳐 사업을 최종적으로 끝낼 예정이다.

진주는 가좌동 가좌천 등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트 벤치와 조형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늦어도 다음 주 중엔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도내에선 2번째로 작품 설치를 끝낸 지자체가 된다. 산청은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 서예, 서각, 한국화 등 회화 작업 35점과 조각 5점을 전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중에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벽화 작업과 아트벤치, 조형물을 설치해 거리와 광장, 유휴공간 등을 꾸미고 있는 김해, 양산, 함양, 함안 역시 사업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창원과 합천은 조형물 설치 등의 작업 과정이 늦어져 각각 3월과 4월로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창은 벽화 작업과 주민 참여형 전시 프로그램 등을 다음 달까지 진행한다.

경남도 문화예술과 유봉수 주무관은 "전체적으로 사업 내용을 정리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업무를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민원이 있는 거제, 의령, 고성, 창녕 등 몇몇 시군들에 대해선 문제점을 파악해 문제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끔 조율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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