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기술정공 20년 넘게 운영…54개사 가입한 협회도 이끌어
"대기업 위주 정책은 도움 미미…입안부터 중기 의견 반영돼야"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 '창원방위산업중소기업협의회장',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오병후(61) 창원기술정공 대표는 직함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자유총연맹 지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방위산업과 관련한 명함이다. 사업체만 운영해도 바쁠 텐데 이렇게 외부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방위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진국들이 국방비를 줄이고 무기체계 전시회마저 줄줄이 취소하면서 국내외 방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 위기를 타개할 묘책도 물어볼 겸 지난 7일 창원기술정공을 찾아갔다.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던 이날 오 대표의 거침없는 방산 이야기는 뜨거웠다.

-회사를 운영한 지 20년이 넘으셨는데,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엔지니어였어요. 대우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11년 정도 근무하다 제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차렸죠. 이전부터 내 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버님께서 보증을 서줘서 남들보다 어렵지 않게 시작했습니다."

-사업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요?

"1997년 정확히 창원시 팔룡동 25-3번지, 차룡단지에서 시작을 했어요. 직원 13명으로 출발해 현재 공장과 사무소 6곳을 두고 있으니 잘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창원기술정공은 성산공장 외에도 서울, 제주, 파라과이에 영업을 위한 사무소를 두고 있다.

▲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등을 맡고 있는 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등을 맡고 있는 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회사 매출은 얼마나 됩니까?

"잘나갈 때는 280억 원을 찍은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방위산업 쪽이 부진해 지난해 190억 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군이 있지만 지금은 공작기계 등 민수 분야 매출이 많은 편입니다."

-군수품수출협회 등 경쟁해야 하는 동종업계와 협력하는 이유가 뭔가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죠.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모여 공동의 법인을 만들면 신뢰도는 높아지고, 가격경쟁력도 충분히 생길 것으로 봅니다. 주위에서 개인 사업에 몰두하라고 조언하는 분도 계시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죠.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업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었는데 목표는?

"협회 창립은 '기업 스스로 수출길을 찾겠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시장개척단이나 박람회 참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출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방산기업 스스로 필요한 국가와 국외 방산기업을 직접 찾아 세일즈를 펼치고, 관에서 짠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수동형 시장개척이 아닌 짧은 일정이라도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국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입니다."

▲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등을 맡고 있는 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한국군수품수출협회장,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등을 맡고 있는 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설립 초기 15개 사로 출발했는데, 회원사는 늘었나요?

"2019년 11월 15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출발한 한국군수품수출협회는 불과 1년여 만에 회원사가 54개로 늘었습니다. 예비역 장성 등 군 분야에서 명성이 있는 자문위원도 16분을 모셨습니다. KOTRA 등 10개 기관과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도 성과라 생각합니다."

-방위사업청에서 무기 부품 국산화 확대를 위해 올해 880억 원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중소 방산기업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중소 방산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대기업 위주 정책은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이 참여하면 빨리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대기업과 기존 협력업체 관계가 있어 다른 중소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남도, 창원시도 지역 방위산업을 살리고자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중소기업으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죠. 그런데 정책 입안 단계부터 중소기업의 처지에서 한 번 생각해주고, 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요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곱씹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이 똘똘 뭉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군수품수출협회 성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협회를 만든 첫 번째 이유가 관 주도 아닌 기업이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개척해보자는 거였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아마 험난할 겁니다. 하지만, 회원사가 합심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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