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작지원, 배려 가득
시집 발간 이어갈 수 있어
"경남 장려사업 많아지길"

'뒤뚱뒤뚱 걸어가는 펭귄/ 우리 아빠 별명이지요/ 한쪽 다리가 짧아 뒤뚱거리며 걸어가지만/ 그래도 아빠는 힘이 센가 봐요/ 골목길 퇴근 그림자도 뒤뚱거리게 만들어요'

이 시는 김용웅(72) 아동문학가의 '아빠는 펭귄'이다. 김 작가는 손녀가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자신을 보고 "펭귄 같다"고 한 말에서 착상을 얻어 동시를 썼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은 3급 지체장애인이다. 1984년 <아동문학평론> 동시로 등단해 동시집 <종이비행기의 꿈>, <손가락이 하는 말>, <소나기구름이 사는 나라>를 썼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학원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지만 최근까지 글수레 동시창작교실을 열었고 김해삼성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현재 김해문인협회 고문과 경남아동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 김용웅 작가. /김민지 기자
▲ 김용웅 작가. /김민지 기자

두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어릴 적 친구가 없었다. 공부는 꽤 잘했지만 외로웠다. 그런 그에게 책은 친구이자 삶의 버팀목이었다. 윤동주, 김수영과 같은 시인을 꿈꾸며 홀로 시집을 필사하며 시를 습작했다. 하지만 그들처럼 '힘있는' 글을 쓰기에는 어려움이 따랐고 동심의 순수한 감성이 묻어나는 아동문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독을 이기기 참 힘들었다.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안 좋은 생각도 했다. 그런 제게 문학은 '약'과 같은 버팀목이었고 가족, 종교와 같이 삶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정도로 소중한 존재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해 자살률이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의 '2016년 장애와 건강통계'를 보면 장애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66.8명으로 같은 해 전체 자살률 25.6명의 2.6배에 달한다. 장애인 10명 중 1명은 우울이나 불안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예술활동은 장애인에게 좋은 친구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장애인일수록 내면 세계를 더 키우고 치유하기 위한 취미가 있어야 한다. 제 꿈 중 하나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건데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활동하는 길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만 있을 때 두 발이 불편한 내가 신체적 아픔이 제일 큰 장애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밖에 나오니 한 장애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 '양팔을 사용하니 얼마나 좋겠냐.' 외형적으로 장애인이 된 건 어쩔 수 없지만 내면적으로 장애인이 돼서는 안 된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문화센터, 예술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단체가 활성화되길 바랐다.

김 작가는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활동 증명을 받은 예술인이다. 서울문화재단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동시집 2권을 출간했다. 김해예총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올라오는 각종 정보를 통해 예술계 소식을 접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비장애인, 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장애인 예술창작 활성화 지원사업이 있어 두 번째 동시집 <손가락이 하는 말>을 펴낼 수 있었다. 서류가 간편하고 정산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사실, 장애인이 스스로 10장이나 되는 지원사업 서류를 쓰고 정산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경남에도 장애인을 위한 창작 지원사업이 마련되고 지원기관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 김용웅 작가가 펴낸 책들.
▲ 김용웅 작가가 펴낸 책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