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
우울증·무기력 등 극복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 관심
유튜브·SNS 등 콘텐츠 다양
건강 불평등 해소 고민

2021년 1월 1일 오전 5시 50분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이 시작됐다. 요가소년을 운영하는 유튜버 한지훈 씨는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구독자 등과 인사를 나눴다. 6시가 되자 한 씨가 말했다. "함께 에너지 주고받으려 오신 모든 여러분들 환영할게요. 지금부터 수련 시작하겠습니다. 즐겁고 안전하게 수련하시기를 기원할게요."

한 씨와 함께 요가를 하려면 미디어와 매트만 있으면 된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작다면 TV에 연결해 시청하면 된다. 저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수련하는 덕에 채널 구독자 수는 35만 명을 넘어섰다. 유튜브에서는 요가소년뿐 아니라 맨몸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땅끄부부', 체형 교정과 재활 정보를 알려주는 '피지컬갤러리' 등이 운영되고 있어 입맛에 맞게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홈트레이닝 부각 = 코로나19 시대에 '홈트레이닝'(홈트)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비대면 생활체육의 공존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전국 17개 시도 만 10세 이상 국민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국민생활체육조사'(조사기준 기간 2019년 9월~2020년 9월)에서 민간·공공 체육시설 이용률은 각각 전년 대비 1.5%p(24.5%→23%), 2.6%p(21.6%→19%) 줄었지만 자가 시설(가정 내 체육시설·도구 이용, 맨몸운동) 이용률은 0.5%p(3.3%→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조사에서도 홈트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스마트스토어에서 팔린 상품을 분석해보니 요가·필라테스 관련 용품은 전년 대비 103%, 헬스용품은 83% 성장률을 기록했다.

KT가 지난해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 사용자 270만 명의 대화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월평균 대화량이 전년 대비 63% 증가한 가운데 홈트 관련 대화량은 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가(113.7%)·스트레칭(102.6%)·필라테스(96.5%)와 관련한 대화가 크게 늘었다.

홈트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상품의 상표 출원도 증가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요가매트·아령·폼롤러·케틀벨 등 상표 출원 건수가 23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상표 출원인 중 개인이 48%(813건)에 달했다. 기업은 39%(677건)인 가운데 중소기업이 565건으로 전체 33%를 차지했다.

특허청 문삼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해당 상품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시장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홈트레이닝 시장은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 접근이 어려워져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 모델이 KT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를 이용해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KT
▲ 한 모델이 KT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를 이용해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KT

◇정부·지자체도 홈트 장려 = 정부·지자체도 홈트를 장려하고 있다. 창원시·양산시·김해시·합천군은 생활체육지도자 등이 기획하고 출연한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배포했으며, 통영시·남해군은 전문강사 등이 출연해 네이버 밴드로 생방송했다. 경상남도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보급했다.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은 지난해부터 비대면 스포츠 시장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대면 스포츠 융합인력 양성 △민간 체육시설업자의 비대면 사업 전환 지원 △비대면 스포츠 콘텐츠 제작 및 유통망(플랫폼) 구축 등 3개 분야로 나눠 진행했으며, 올해는 예산을 늘려 △비대면 스포츠시장 융합인력 양성 △사업 전환 재설계 지원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공단은 '국민체력백신(神)과 함께하는 집콕운동 캠페인'도 펼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고립감·무기력증 등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자 진행하는 캠페인은 랜선 운동 교실, 겨울철 집콕운동 콘텐츠, 카카오톡 실시간 운동 상담으로 나뉜다.

랜선 운동 교실에서는 면역력 강화와 낙상 예방 관련 운동 프로그램을 4주간 진행한다.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국민체력100 누리집(nfa.kspo.or.kr)에서 신청 받아 19일부터 2월 18일까지 4주간 유튜브 채널 '국민체력100' 등을 활용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제별 집콕운동을 주 1회 이상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코로나 블루 극복 집콕운동, 직장인을 위한 사무실 3분 운동,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대비 청소년 체력증진운동 등 콘텐츠를 준비했다. 이와 함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학원)이 정형외과 의사와 함께 개발한 근골격계 질환자를 위한 운동 영상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카카오톡 채널 '국민체력100'을 통해서는 건강운동관리사와 실시간 상담 후 맞춤형 운동처방을 받도록 한다.

◇"건강 돌보지 못하는 이들 어떻게 스포츠 활동에 연결할지 고민을" =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스포츠산업의 뉴노멀(새 표준)은 '기존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과정'이라면서 "홈트레이닝 서비스산업의 발전과 관련해 DNA(Data·Network·AI) 기술, 사물인터넷·5G가 접목된 새로운 스포츠 서비스 제공이 가속화할 것이다.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각종 신체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받는 산업이 등장하고 고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카카오VX가 자사의 AI 서비스 '스마트홈트'의 지난해 이용자 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여성이 스마트홈트를 이용한 비율이 67%에 달했다는 점, 연령별로 40대(29%)·30대(28%)·50대(13%)가 주 이용자층이었다는 점이다.

문체부의 2020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자가 시설 이용률은 전년 대비 0.5%p 늘어난 데 그쳤다. 과학원 이온 박사는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운동하는 등 홈트의 형태나 내용을 봤을 때 현재 특정 연령대나 특정 운동이 주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과학원 남상우 선임연구위원은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몸이 불편한 사람들처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이들을 스포츠 활동에 어떻게 연결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건강 불평등을 넘어 '체력 불평등' 문제까지 향후 부각될 개인의 건강 관심사에 스포츠계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의 다양화도 요구된다. 과학원 이진석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스포츠 종목별, 개인별 훈련 프로그램 콘텐츠 보급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비대면 훈련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단발성 훈련 프로그램에 그치거나 훈련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등 아쉬움이 있다. 종목별, 생애주기별, 훈련 강도·형태별 콘텐츠 개발을 통해 다양화·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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