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휩쓸던 이순자 은퇴
올해 전관왕 오른 이다현 등장

위대한 선수가 떠나자 또 다른 샛별이 등장한 2020년이다.

경남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던 이순자가 카누계를 떠났지만 씨름계를 이끌 새로운 여제 이다현이 탄생했다.

이순자는 지난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충남 부여군에서 열린 제16회 백마강전국카누경기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약 싱글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순자.  /연합뉴스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약 싱글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순자. /연합뉴스

이순자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K1-500m에서 전국체전 12년 연속 우승을 비롯해 2012년 K1-200m 우승으로 '전국체전 13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카누 여제다. 전국체전에서만 29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순자는 신장 159㎝로 카누를 하기엔 열악한 신체조건을 지녔다. 그럼에도 2000년부터 2011년까지는 K-1 500m에서 12년 연속으로 우승했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그리고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1인승과 4인승에서 모두 우승하며 연속 2관왕이 됐다.

입상까지 하면 전국체전에서만 40여 개 메달을 따낸 살아있는 카누의 전설이었다.

국제대회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과 2018년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는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2014년 따낸 동메달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20년 만에 수확한 값진 메달이었다. 한국대표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이순자의 은퇴 결정은 후배 선수들에게는 '거짓말'과 같았지만 현실이 됐다.

이순자는 해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지난 2008년 결혼 후 선수 생활을 3년만 더 하겠다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2020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후배들은 이순자의 은퇴는 3대 거짓말이라며 베테랑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 제1회 안산김홍도여자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이다현. /거제시
▲ 제1회 안산김홍도여자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이다현. /거제시

이순자가 카누계를 떠났지만 경남에는 새로운 샛별이 등장했다. 거제시청 씨름부 이다현이다.

이다현은 지난 12일 전북 정읍시 정읍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1부 무궁화장사(80㎏ 이하)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출전한 6개 대회를 모조리 휩쓸었다.

올해 설날을 시작으로 단오·추석·안산 대회에서 무궁화급 우승을 차지하고 지난 11월 여자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다현은 이날 올 시즌 6번째 황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시즌 전관왕을 기록했다. 장사에 오른 건 개인 통산 9번째다.

이다현은 씨름선수 출신 아버지 이대우(현 부산광명고 체육 교사) 씨를 넘어섰다. 이대우 씨는 1980년대 한국씨름계를 이끈 한라급 선수 중 하나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이다현은 임수정(콜핑)과 최희화(안산시청)에 발목을 잡혀왔다. 하지만 올해 보란 듯 만난 천하장사 대회에서 임수정을 꺾고 생애 첫 천하장사에 오르며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다현은 여자 씨름 최초로 전관왕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이제는 그 실력을 유지하는 것만 남았다. 이순자가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듯 이다현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2021년에도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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