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1650억 원 상환 못해
자본 잠식률 86.9%로 급증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신청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쌍용차가 결국 21일 법원에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15분기 연속 적자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 1650억 원을 갚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한 뒤 오후 3시께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쌍용차의 기업 회생 신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영난으로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한 지 11년여 만이다. 쌍용차는 산업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900억 원을 만기 연장일인 이날까지 결국 상환하지 못했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우리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50억 원(3분기 기준)도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금융기관 연체액 600억 원을 포함해 쌍용차의 연체 원리금은 총 1650억 원 규모가 됐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5일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대출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최근 출시된 올 뉴 렉스턴의 선방에도 쌍용차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3분기 연결 기준 86.9%다. 작년 말(46.2%)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올 1∼11월 쌍용차의 판매량은 9만 6825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8% 감소했다. 내수는 7만 9439대로 작년 동기 대비 18.3% 감소했고, 수출은 1만 7386대로 30.7% 급감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 분기 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이어 3분기 분기보고서까지 세 차례 연속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상태다. 삼정회계법인은 분기보고서에서 "3090억 원의 영업손실과 3048억 원의 분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357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를 대신할 새 투자자 찾기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가 관심을 보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지난달 10일 실적 발표에서 "쌍용차에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힌드라는 새 투자자를 찾으면 현재 75%인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쌍용차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적용도 함께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법원의 회사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통해 회사는 종전처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회생절차 개시결정 보류기간에 이해관계자 합의로 회생절차신청을 취하해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 전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의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회생절차개시 보류기간 채권자,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현재 진행 중인 투자자(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도 마무리해 조기에 법원에 회생절차 취하를 신청할 계획이다.

마힌드라 측도 "ARS 기간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기 타결을 통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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