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검증·결정 '깜깜무소식'
부품 개발 S&T중 수백억 손실
현대로템 협력 60곳 일손 놓아

"차세대 K2전차 3차 양산사업에 국산 변속기를 탑재해 달라."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와 S&T중공업지회가 3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조속한 결정과 창원시·경남도 지원을 촉구했다.

현대로템은 K2전차 완성차를, S&T중공업은 K2전차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의 변속기를 생산한다.

파워팩은 지난 2차 양산사업 때까지 외국산을 사용했다. 1차 때는 변속기 개발 완료에도 엔진 개발이 지연되면서, 독일산 수입 파워팩을 장착했다.

2차 양산을 앞두고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 기술 개발에 성공해 완전 국산화가 기대됐다. 하지만 2017년 S&T중공업이 맡은 변속기가 내구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이 채택됐다. 이를 두고 당시 S&T중공업은 "자체 성능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업체 간 국방규격 해석이 달라 혼선이 장기화했기 때문"이라며 "K2전차 변속기의 국방규격은 '최초 생산품 1대를 선택하고 시험'하도록 정의돼 있었지만, 정부 시험기관의 요구로 총 4대의 변속기로 6차에 걸친 시험을 반복해서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와 S&T중공업지회가 3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K2전차 3차 양산사업 국산 변속기 탑재'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와 S&T중공업지회가 3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K2전차 3차 양산사업 국산 변속기 탑재'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파워팩 국산화 실패 여파는 노동자 고용위기로 이어졌다. S&T중공업은 자체 개발비 약 270억 원, 재고자산 약 400억 원, 기회손실비용 약 200억 원 등 87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노동자는 일감 부족으로 5년 가까이 장기 휴직에 들어갔다. 올해는 110명이 희망퇴직을 했고, 120명이 여전히 휴직 중이다.

K2전차 54대를 생산하는 3차 양산사업의 파워팩 국산화 결정이 늦어지면서 노동자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로템과 60여 개 협력, 관련 노동자 800여 명은 완성차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다 해놓고도 일감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변속기 품질 검사를 해 문제가 없으면 3차 양산 때 국산 변속기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나, 늦어도 10월 마무리될 것이라 봤던 탑재 결정은 깜깜무소식이다.

현대로템지회는 "국산 파워팩 탑재 결정이 늦어지면서 노동자 고용불안은 커지고 있다"며 "일부 중소기업은 도산 직전이다. 변속기 국산화 내구도 시험기준을 쉬지 않고 돌려도 최소한 320시간이 걸리는데, 올해 안에 K2전차 양산분이 생산될 수 있도록 국회는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T중공업지회는 "국산화에 대비해 독일산 핵심 부품인 변속장치, 유체감속기, 좌우 브레이크, 정유압 조향장치와 변속제어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검증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내구도 평가 등 검증 통과는 자신한다. 터키 정부는 S&T변속기를 터키 육군 차기 전차에 탑재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창원시·경남도 지원도 촉구했다. 이들은 "S&T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파워팩 변속기가 적용되면 국가 예산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출 파급 효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며 "엔진, 변속기, 조립 등이 모두 창원에서 이뤄져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일자리 유지·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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