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문화축제 '티 페스타 통영'작지만 알차게 진행돼
영화·음악·춤에 '경계 없는 사랑'등 소수자 주제 강연

통영인디페스티벌이 올해는 '티 페스타 통영(T-Festa tongyeong)'이란 이름으로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통영 카페, 식당, 동네책방 등 젊은 주인들이 사비를 털어 만드는 복합문화축제인데, 올해로 3회째다.

이번에 이름을 바꾼 것은 '인디'라는 말이 주는 제한적인 느낌 때문이다. 티 페스타(T-Festa)의 티(T)는 트렌드 혹은 트래디셔널의 첫 글자다. 쉽게 말해 우리끼리만 즐기고 마는 게 아니라 앞으로 통영 지역 문화를 일궈내는 행사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올해는 삼문당 커피컴퍼니, 고양이쌤책방, 남녘부엌 남주, 245스튜디오와 지역 주민 홍야, 유메를 중심으로 행사를 기획했다.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어느 정도 재정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애초 준비한 행사를 대폭 줄여야 했다. 원래는 통제영 관아나 서피랑을 행사 장소로 삼기도 하고, 정당샘에서 동네 주민들이 참여하는 벼룩시장도 진행하고, 도심 상가들에도 소규모 공연을 넣어서 온 도시가 떠들썩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여름이 되면 코로나가 잠잠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국, 행사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까지 하다가 관객을 대폭 줄여 조그맣게라도 진행을 한 것이다. 페스티벌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상태에서 30석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대부분 행사가 매진됐다.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티 페스타는 첫날과 둘째 날 남녘부엌 남주에서 열린 신승은 감독의 독립 영화 상영과 관객과 대화를 빼고는 크게 공연과 강연으로 이뤄졌다. 장소는 삼문당커피로스터, 내성적싸롱 호심, 미륵미륵 맥주호스텔이다.

공연 부문 주제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였다. (사)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보존회, 통영춤연구회, USD무용단 같은 지역 문화예술인과 김오키 새턴발라드, 빅베이비드라이버 (Big Baby Driver), 하헌진, 김사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세이수미 같은 자기 색깔이 선명한 음악가들이 초대됐다.

강연 부문은 이번 페스티벌의 핵심 단어인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행사 포스터에 담긴 문구가 '2020 계속해보겠습니다'였다. 어떤 분야든 소수자들이 느끼는 박탈감 같은 게 있다. 이런 박탈감은 요즘 청년들이 품은 정서와도 통한다. 그래서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며 청년들이 그래도 계속해 보겠다는 마음을 품을 것이란 바람에서다. '아이 없는 결혼', '고기 없는 식탁', '경계 없는 사랑', '선례 없는 결혼'이라는 주제로 네 개의 강연이 열렸다.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 지난 주 열린 민간축제 '티 페스타 통영'의 공연과 강연 모습. /티-페스타

구체적으로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쓴 최지은 작가,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낸 보선 작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쓴 홍승은 작가와 두 명의 애인,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쓴 김규진 작가가 각각 비출산, 비거니즘, 폴리아모리, 동성 결혼을 주제로 강연했다.

티 페스타 통영은 앞으로 협동조합이든 사회적 기업이 됐든 단체를 만들어서 행사를 이어가려고 한다. 지금처럼 기획자들이 갹출해 재정을 마련하는 방식에는 규모나 진행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일 년 내내 통영에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게 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했지만, 통영만의 지역 문화를 일궈가겠다는 통영 젊은 기획자들의 꿈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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