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속인 97% 납부 제외
500억 원 초과 상속은 12명뿐
실제 납부한 세율 30% 밑돌아
부의 재분배·양극화 완화 역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 후 상속세 논란이 번지고 있다. 유족이 내야 할 11조 원에 이르는 상속세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까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상속세 폐지나 인하 주장은 2018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201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타계 때도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속세가 과한 것일까. 상속세를 없애거나 인하했을 때 누가 혜택을 볼까.

상속세를 내는 이는 극히 일부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상속을 받은 35만 6109명 가운데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2.25%(8002명)다. 97.75%(34만 8107명)는 기초·인적·일괄, 배우자, 가업·영농, 금융재산, 재해손실, 동거주택 등 각종 공제 혜택에 따른 과세 미달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납부자 8002명 중에서 상속 재산가액 1억 원 이하 집단(90명)은 상속액 대비 0.3%를 세금으로 냈다. 1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 집단(273명)은 1%, 3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162명)는 2.2%,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1963명)는 2.7% 등이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액에 세율을 곱하고 누진공제액을 빼 계산하면 쉽다. 1억 원 이하일 때 세율은 10%, 누진공제는 0원이다. 5억 원 이하는 20%·1000만 원, 10억 원 이하는 30%·6000만 원, 30억 원 이하는 40%·1억 6000만 원, 30억 원 초과는 50%·4억 6000만 원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7억 원을 상속받을 때 10억 원 이하이므로 30%를 곱하고 6000만 원을 빼면, 상속세는 1억 5000만 원이 된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일반 서민층은 상속세를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모 중 1명만 사망했을 때 10억 원까지 일괄 공제해주고, 1명만 있다 돌아가신 때에도 5억 원까지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부모의 부채 등도 공제 대상이다.

또 2018년 기준 60대 이상 계층의 순자산이 평균 3억 6358만 원인 점, 상위 20% 계층의 순자산이 평균 7억 4346만 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속세를 내야 할 이는 극소수다.

2018년 과세표준 기준상 상속세를 가장 많이 내야 하는 집단(500억 원 초과 상속)은 전체 납부 대상자 가운데 0.15%(12명)뿐이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이들은 1인당 평균 931억 9916만 원을 물려받았다. 이들이 낸 세금은 평균 273억 3000만 원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가진 주식을 상속하면 할증(20%)이 붙어 최고 세율은 60%가 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미국(40%), 영국(40%) 등과 비교하면 높다. 벨기에(80%), 일본(55%) 등은 우리나라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다.

그러나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도 실제 상속액 절반을 세금으로 내진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보고서를 보면 실제 상속액 대비 세금을 낸 비율은 2016년 29.4%, 2017년 28.1%, 2018년 27.9% 등이었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 격차를 완화하는 취지가 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은 "자산불평등이 점점 커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앞으로 상속세율을 높여 복지 등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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