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내서 중마을 조현자 씨
몸 아픈 동네 노인 두루 챙겨
13년째 김해까지 차량 왕복
"당연한 일…나에게도 기쁨"

사람이 사람을 돕는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지만 이를 삶에 녹여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일도 힘겨운 세상, 13년째 마을 노인들에게 따뜻한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 조현자(71) 씨 이야기다. 27일 오후 3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신감리 중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이게 어디 기삿감인가요…. 진짜 선한 분들은 따로 있는데요.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고 이젠 제게도 기쁨이에요."

조 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연방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중마을 노인회장 김모 씨는 "이런 사람은 솔직히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며 "마을 노인들 모두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씨는 2007년부터 매주 몸이 아픈 마을 노인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김해시에 있는 한 병원을 찾고 있다. 조 씨는 자신이 사는 중마을뿐 아니라 이웃 마을 감나무골·절골·삼계리 노인들까지 살뜰히 챙긴다. 한 명씩 집까지 찾아가 병원으로 모신 뒤, 다시 각자 집에 내려주는 일정이다. 마을교회 목사인 조 씨의 남편이 운전을 하고, 노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오는 일까지 모두 조 씨가 도맡는다. 그렇다고 대가를 바라거나 교회 나오라고 선교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선행은 조 씨가 김해 한 병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 씨는 허리가 너무 아파 걷지도 못하는 지경이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제대로 치료도 못 받는 형편이었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찾은 이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해줬고, 완치됐다. 이 일을 마을 노인들에게 이야기하자 불편한 곳이 많은 노인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 조현자(71·오른쪽) 씨가 마을 노인 박철순(83) 씨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이창우 기자
▲ 조현자(71·오른쪽) 씨가 마을 노인 박철순(83) 씨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이창우 기자

하지만 중마을에서 김해에 있는 병원까지 가는 일은 노인들에게 쉽지 않다. 마을에 오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1시간인 데다, 가는 데만 시내버스 2번과 시외버스 1번을 갈아타야 한다. 조 씨는 "어르신들이 병원 한 번 가시려면 하루 종일 걸리는데, 마침 우리가 차가 있어 태워다 드리게 된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은 오지랖도 넓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일도 안 하고 살면 예수님 말씀 따를 일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병원 역시 조 씨와 노인들이 오면 '마산팀'이라고 부르며 정성을 다해 진료해주고 있다. 마을 노인들도 만족도가 높다. 병원이 세심하게 상담해 증상에 맞는 치료를 잘해준 까닭이다. 이동 시간 때문에 노인들이 끼니를 거를까 봐, 최소한 비용으로 식사를 준비해 주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조 씨의 선행도 어느새 13년째를 맞게 됐다. 조 씨는 노인들을 데리고 출발할 때마다 신나는 기분으로 "경로당, 출발합니다"라고 외친다. 이젠 그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조 씨는 마을 노인들이 마치 부모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래 살면서 임종까지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좋아졌다. 이는 '머리 센 사람들을 공경하라'는 성경 말씀을 따르는 행동이기도 하다. 조 씨가 처음 마을에 정착한 2004년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다 보니 모두 절밥깨나 먹은 사람들이었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조 씨 부부를 심정적으로 반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저 이웃사촌이고 가족이다. 조 씨는 "먹을 것만 생기면 가져다주시는데, 제가 그분들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덕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예전에는 이웃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었는데 점점 그런 사회 분위기가 없어지는 걸 느낀다"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지는 못해도 관심을 두고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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