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넘치는 수산시장 인상적…어선 가득 정박한 풍경도 눈길
삼천포아가씨 동상, 바다와 조화…공원서 보는 대교·케이블카 웅장

현재 행정구역 이름으로 삼천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1995년 5월 당시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해 사천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천포에 가면 곳곳에서 삼천포란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삼천포는 옛날부터 예쁜 항구 도시였다. 아기자기한 풍경이 여전한 삼천포 해안을 따라 즐거운 산책에 나서보자.

먼저 삼천포용궁수산시장에 들러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시장 주변에 횟집이나 해물탕집이 많다. 그러고는 수산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바다를 따라 길쭉하게 이어진 시장에 320여 개 점포가 나란히 있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삼천포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수산시장 앞 어선 가득한 항구 풍경도 인상적이다.

용궁수산시장 가까이에 노산공원이 있다. 지금은 완전히 육지지만, 옛날에는 썰물이 돼야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었다. 이 섬에 '호연재'란 서당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육지에서 놋다리를 건너 글공부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현재 공원 안에 복원된 서당이 있는데, 그 옆에 박재삼문학관이 있다. 박재삼은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서정시인이자 소설가다. 문학관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문학관으로 가는 공원 산책로가 제법 걷는 맛이 있다.

노산공원에 갔다면 바닷가에 있는 삼천포아가씨 동상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검은 바위에 다소곳이 앉은 황동색 인물상이 묘한 느낌을 준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삼천포아가씨'(반야월 작사·송운선 작곡)란 노래를 주제로 만든 동상이다. 1960년대 삼천포항에서 부산 마산 통영 등지로 오가는 연안여객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임을 기다리는 아가씨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노래는 몰라도 동상 그 자체도 인상적이고, 동상이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멋져서 한 번 들러볼 만하다.

▲ 바다 위 주황색 대교·녹색 섬·케이블카의 조화가 눈앞에 펼쳐진 삼천포대교공원. /이서후 기자
▲ 바다 위 주황색 대교·녹색 섬·케이블카의 조화가 눈앞에 펼쳐진 삼천포대교공원. /이서후 기자

다음에 들른 곳은 대방진굴항이다. 굴항이란 게 원래 조선시대 군사시설이다. 바닷가에 육지 쪽으로 물길을 파서 전투선을 숨기는 용도로 썼다. 좁은 입구를 지나면 둥글고 넓은 정박시설이 나오는 구조다. 대방진굴항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숨긴 장소이기도 하다. 대방진굴항에 간 것은 이런 역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 운치가 정말 좋다. 육지 쪽으로 쑥 들어온 항구의 곡선, 그 부드러운 곡선을 가득 채운 아름드리나무들 아래를 거니는 것 자체로 훌륭한 산책이 된다.

삼천포대교공원은 삼천포창선대교 삼천포 쪽 출입구 바닷가에 있는 넓은 광장이다. 이곳은 보통 가자마자 바로 바닷가로 향하게 돼 있다. 바다 건너로 웅장하게 뻗어 있는 삼천포창선대교가 주는 압도적인 풍경 때문이다. 날이 좋으면 바다색이 정말 푸른데, 푸른 바다와 주황색 대교와 녹색 섬과 요즘에는 또 사천케이블카까지 더해져서 제대로 여행지 풍경을 보여준다. 주차장 입구에 보면 사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천미술관도 있는데 매번 제법 괜찮은 전시들이 이뤄지고 있다.

대교공원에서 그대로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실안해안도로는 풍경도 좋고, 요즘에는 멋진 카페들도 많이 들어서서 드라이브하기 좋다.

▲ 노산공원 바닷가에 세워진 '삼천포 아가씨' 동상.  /이서후 기자
▲ 노산공원 바닷가에 세워진 '삼천포 아가씨' 동상. /이서후 기자

삼천포에서 만난 사람들

◇박재삼문학관 직원 최희선 씨 = 삼천포에서 자란 박재삼(1933~1997)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가난, 슬픔, 죽음이 녹아있고 그는 삶 속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는 <춘향이 마음>, <천년의 바람> 등 시집 15권과 수필집 10권을 냈다.

노산공원에 있는 박재삼문학관은 지난 2008년 개관했다. 문학관 입구에 들어서면 박재삼의 흉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1층에서는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정보, 그의 대표작이 나열돼 있고 2층에는 시인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3층은 어린이 도서관과 휴식공간이다.

박재삼문학관에서 일하는 최희선(59) 씨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노산공원의 노산이 혹시 시인 이은상의 호와 연관이 있는지, 왜 박재삼문학관이 노산공원에 지어졌는지 말이다.

최 씨는 "많은 분들이 노산공원을 노산 이은상과 연관지어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며 "노산공원은 옛날에는 물이 들면 섬이 되어 이곳에 있는 서당 호연재를 오려면 아이들이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 징검다리를 놋다리라 불렀고 그게 노산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삼 시인의 생가터는 노산공원 근처에 있으며 현재 김밥집으로 변했다.

그는 "박재삼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은 외지인, 학생들이 많다"며 "삼천포 사람들에게 노산공원은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해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려고 많이들 찾는다"고 말했다.

▲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전경. /이서후 기자
▲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전경. /이서후 기자

◇카페 정미소 이가형 대표 = 이야기만 익히 들었는데 직접 가보니 정말 멋진 공간이었다. 이가형(41) 대표는 1953~2016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운영하던 정미소를 지난 2017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커피를 마시는 카페,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공간, 책을 읽는 작은 도서관으로 말이다.

삼천포 출신인 이 대표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다. 대도시와 비교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적은 삼천포에 그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카페 정미소는 옛 정미소 본연의 느낌을 살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빨간 쌀 승강기와 석발기, 군데군데 놓여있는 인테리어 소품에서 카페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현재 갤러리 '공간 쌀'에서는 정운식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이 대표에게 삼천포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자연풍광이 너무 이쁘다"며 "산, 바다, 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고 개인적으로 바닷가 쪽을 좋아하는데 낙조가 아름다운 실안해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향은 그가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자연을 보고 자랐으니까 자연스럽게 동양화를 전공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섬이나 바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왔고 이걸 어떻게 작업으로 풀지는 작가로서 과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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