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역사적인 '택배 없는 날'
한국 노동권 진일보의 표상 되기를

휴가를 언제로 잡을지 달력을 들여다보다 '택배 없는 날'이 떠올랐다. 지금 하고 있는 사소한(?) 행위가 택배노동자들에게 몹시 부러운 일이겠다는 생각과 마주하게 됐다.

일명 '택배 없는 날'. 수많은 날 중 하루다. 법정 공휴일도 아니고 국가지정 기념일도 아니다. 심지어 ○○데이까지 기억해야 할 날이 너무 많다. 각종 날이 늘어나면서 그 특별함은 가치가 점점 희석되고 있다. '택배 없는 날' 또한 기념일 인플레이션 속에 또 다른 그냥 그런 날로 인식돼 버리는 것은 아닌지 살며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가오는 14일이 바로 그날이다. 대부분 직장인에게는 주 5일 근무가 당연하지만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 휴가는 요원한 이야기다.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이 하루를 쉬려면, 그날 임금의 3배가량을 내고 대체 인력을 마련해야 가능한 일이라 한다. 과로사 뉴스가 잇따르는 이유겠다.

그나마 노동조합 요구와 업체 동의로 처음 시행된다. 그 어떤 기념일보다 의미 있고 가슴 따뜻한 날이다. 국민의 동참이 필요하기에 단순히 '택배 없는 날'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하는 날', '국민 행동의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년에 고작 며칠 휴가로는 턱이 없다. 앞으로는 한 달에 하루, 나아가 일주일에 하루 '택배 없는 날'이 당연해져야 한다.

물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더 크고 적극적인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나 불편은 몸이 아니라 머리가 느끼는 것이다. 인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예전 주 5일제가 생활화되기 전에는 토요일 오전 관공서 업무가 가능했고, 웬만한 상점이나 기관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곳이 많았다. 은행 창구 영업시간이 오후 6시께에서 4시로 당겨진 것도 비슷한 사례다. 제도가 바뀔 당시 많은 불만이 쏟아졌다. 지금 주말 관공서가 쉬고 상점, 은행이 문을 닫아 불평·불만 하는 이들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된다.

택배노동자 휴일이 늘어나려면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우선 업체와 이용자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단체와 힘을 모아 '택배 없는 날 동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SNS 이용자 사이에서도 '#택배 없는 날' 동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택배 없는 날'이 택배노동자에게 광복절만큼이나 의미 있는 해방의 날일지도 모른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조금만 불편해지면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아주 특별한 날이지만 택배노동자 휴일과 휴가가 일상화되어 8월 14일은 그냥 그런 날로 인식되는 때가 빨리 찾아오기를 바라본다.

아무튼 이번 주 택배 신청과 인터넷 쇼핑 등을 자제하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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