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용자 교정 활동·선화 기증 활발
"선화 본질은 비움…버려야 진정한 자유"

최근 우리 사회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그에게 한 말씀 부탁드렸다.

"이 세상은 모든 게 사람으로부터 불타고 있습니다. 탐욕의 불, 생로병사의 불, 걱정·슬픔·괴로움·비탄, 그리고 고뇌에 찬 불이 여기저기서 타고 있습니다. '삼독심(三毒心)'이라고 일컫는 탐(貪)·진(嗔)·치(癡) 탓입니다.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이 한량없는 업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업이 고통을 부릅니다."

이 한마디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투성이인 오늘날을 관통한다. 결국 사람이 일으키는 흙먼지들이다. 사람이 무섭고 싫어지는 요즘이다. 그와의 짧은 만남은 그래서 더 위로됐다.

성각(67) 스님. 그는 지난 1988년 출가해 현재 남해 망운사 주지로 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이름을 올린다. 성각 스님은 교도소 수용자들과 긴 연을 이어오고 있다. 1991년 마산교도소 종교위원을 맡았다. 1995년부터 지금껏 진주교도소 교정위원을 맡고 있다. 매달 진주교도소 법회를 연다. 그리고 신도·수용자 간 연을 맺게 했다. 영치금도 지원한다. 법무부는 지난 1983년 '교정 대상'을 만들었다. 수용자 교정에 헌신한 공무원·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성각 스님은 올해 '교정 대상'에서 자비상을 받았다.

▲ 성각 스님이 지난 16일 경남도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 성각 스님이 지난 16일 경남도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교정 활동은 수용자들과 함께 정도를 걷는 고행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생'과 '사'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한순간 잘못된 마음으로 나쁜 길을 걷게 됩니다. 이 모든 것 역시 결국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럴 때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 태어납니다."

성각 스님은 '선화' 분야에서 경지에 올라있다. 부산 무형문화재 선화 기능보유자다.

'선화(禪畵)'. 고요히 생각을 집중하다가 깨달음을 붓으로 표현하는 참선 과정이다. 생략·암시·상징을 강하게 담은 선의 미술이기도 하다. 성각 스님 작품은 보는 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선화는 사유와 사색으로 본성을 깨닫게 합니다. 선화의 본질은 비움입니다. 간결하고 여백의 미로 창출할 때 비로소 살아 꿈틀거립니다. 감상하는 이들은 은근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자기 완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성각 스님은 지난해 11월 진주교도소에 선화 22점을 기증했다. 기증식 참석자들이 작품을 보고 있다.  /진주교도소
▲ 성각 스님은 지난해 11월 진주교도소에 선화 22점을 기증했다. 기증식 참석자들이 작품을 보고 있다. /진주교도소

성각 스님은 지난해 스물두 점을 진주교도소에 기증했다. 애초 수용자들을 위한 목적으로 준비했다. 이 선화는 수용자들이 접견 장소로 향할 때 마주할 수 있다. 각별히 받아들이는 재소자도 많다. 한 재소자는 이런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걸으면 걸을수록 선화가 바뀝니다. 하물며 나 자신이 못 바뀔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 선화처럼 나도 변해 보자, 꽃처럼 향긋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게 됩니다. 선화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성각 스님은 부처님 뜻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낮고 어두운 곳에 시선 두는 걸 잊지 않는다. 그리고 욕심에 찌든 자들에게는 "손에 쥔 것을 놓아라"고 말한다.

"땅과 나무는 손아귀의 거리입니다. 손아귀만 놓아버리면 대지 위의 대장부가 되는데 그것을 놓지 못합니다. 과유불급·소탐대실이라 했습니다. 작은 것에 탐착하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잃어버립니다. 버려야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 탐욕을 버리는 방법, 스님에게 굳이 묻지 않았다. 몰라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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