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하는 관점 검증 체계 필요해 보여
잇단 아동학대 사건 부모 자질 의심케 해

사춘기 시절, 지독하게 반항하던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너와 똑같은 딸 한번 낳아봐라." 세상 무서울 것 없던 그 시절에도 엄마의 그 말만큼은 무서웠다.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딸은 버거웠다.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지지 않는 나 같은 딸을 키우기 위해선 고도의 평정심이 요구된다는 걸 알기에 내 앞날이 걱정되었다. '나 같은 딸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의 미래를 위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나 같은 딸을 낳지 않거나 혹은 나 같은 딸에 대비하거나. 그 당시 나는 당연히 짝사랑하는 오빠와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나중에 커서 결혼한다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부모가 될 준비만 잘하면 나 같은 딸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얼마 전, 충남에서 어느 아이가 여행 가방에 갇혀 9살 인생을 마감했다. 창녕에 사는 어느 아이는 멍이 든 채 집에서 탈출했다. '어떤 아이들일까?' 뉴스를 보면서 문득 아이들이 궁금했다. 어떤 아이기에 7시간 동안 좁은 여행 가방에서 숨을 쉬지 못한 채 죽어야 했을까? 어떤 아이기에 밥 대신 매를 밥 먹듯이 맞으며 살아야 했던 걸까? 아이들을 상상할수록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동생을 때리고, 장독을 깨고, 엄마 몰래 군것질을 일삼던 나보다 여행 가방에서 죽어가던 아이가 더 큰 잘못을 했을까? 또박또박 엄마 말에 대꾸하며 엄마의 뒷머리를 잡게 했던 나보다 창녕의 매 맞는 아이가 더 얄미웠을까? 충남의 아이도, 창녕의 아이도, 어릴 적 나도, 세상의 아이는 모두 똑같다. 다들 철없는 꼬맹이들에 불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잘못 앞에 혼쭐은 내지만 폭력을 사용하지 않던 나의 아버지와 창녕 아이의 아빠는 다르다. 너 같은 딸을 한번 낳아봐라 협박은 하지만 잠자던 나를 가만히 안아주던 나의 엄마와 충남 아이의 엄마는 다른 것이다.

세무사, 택시기사, 건축기사, 간호사, 의사, 공인중개사, 관광통역 안내사…. 세상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자격증이 있다. 어느 분야든 일정 정도의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을 치르고 국가가 자격을 줘야 일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집을 고칠 수는 있어도 아무나 건축기사가 될 수는 없고, 누구나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아무나 화물기사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왜 부모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걸까? 세상에 나온 모든 아이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 그렇기에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부모 자격시험을 치러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부모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부모 자격시험은 만 19세 이상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치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시험문제는 쉽지만 까다롭게 내는 것이 좋겠다. 필기와 실습, 인성검사와 최종면접 4단계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 필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검증해야 하는 항목은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느냐, 자신의 부속물로 보느냐의 차이를 검증해야 한다. 일정 기간 아이 돌봄을 통해 평가받는 실습과 기본적인 사고와 행동 특성을 측정하는 인성검사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종면접을 통해 부모가 될 자격증을 부여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잘 키우는 건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인 우리 아이들, 한 명이라도 자격 없는 부모에게 맡길 수 없다. 부모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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