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한여름은 아니지만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뜨겁다. 1900여 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정규직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손뼉을 쳤다. '드디어 정부 약속이 지켜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불거졌다. '취업준비생들의 반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되짚어보면 '로또취업', '연봉 5000만 원' 등의 미확인 거짓뉴스가 촉매제가 된 듯싶다. 하나 일단락되겠지 생각했던 문제는 점점 확산했다. 심지어 취업준비생들이 '부러진 펜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단면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복잡한 여러 문제가 응축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실업문제, 만연한 비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노노갈등, 무책임한 언론 보도와 가짜뉴스, 집단 이기주의, 사회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차별과 질시 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풀리기 어려웠던 지점은 정부의 이야기와 취업준비생의 화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오해이며 취업준비생 여러분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이렇게 몰아붙이는 자세가 탐탁지 않은 것이다. 그 근저에는 상대적 박탈감, 절박함과 그에 따른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께 코로나가 확산할 때 더 우려스러웠던 건 이기심이었다. 당시에는 비합리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지나보니 그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사람도 아니었고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또 다른 이웃이었다. 지금 취업준비생들도 비슷한 사례임이 분명해 보인다.

우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속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이번 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각종 고질병이 진단 없이도 명확히 드러났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치료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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