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만들기, 손봐야할 제도 많아
유권자도 관심과 행동으로 개혁 압박을

변화의 기대 속에 출범한 21대 국회, 벌써 개원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성적은 이견 없이 낙제점이었다. 중요한 사안과 안건을 두고 거대 정당이 부딪치면서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안건 제출·처리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의를 대변하기보다 자신들 이익을 대변했고, 우리 사회 주요 개혁과제를 추진하기보다는 가로막는 국회였다.

이에 국민은 21대가 '일하는 국회', '상생 화합하는 국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나 한 달이 지난 지금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여야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 산적하고, 2년 뒤 대선까지 앞두고 있다. 중요 사안마다 대립할 가능성이 작지 않고 대선을 치른 뒤 갈등과 후유증으로 공전할 가능성이 짙다.

게다가 현재의 국회는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변화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회 자체의 구조와 제도, 국민 요구와 기대를 담아낼 수 있도록 그 그릇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우선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OECD 36개국은 의원 1인당 인구가 평균 7만 5837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의원 1인이 16만 8647명 국민을 대표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재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혜택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각종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는 물론 그들이 받는 세비와 수당 등을 줄이면 더 많은 의원을 늘릴 수 있다.

의원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소환제 도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과 지방선거 선출직 단체장 등은 소환제도라는 통제 방안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한번 뽑히고 나면 되돌릴 수 없고 유권자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 현재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역시 통과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선거제도도 손봐야 한다. 누더기가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제대로 고쳐야 한다.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해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바꾸는 등 국민 대표성을 높일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헌법 개정을 통한 국민발안제 도입도 필요하다. 주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한 제도와 법률이 지역주민의 견해, 이익과 충돌할 때는 주민 투표로 재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다원화한 사회에서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할 의미 있는 제도다.

이처럼 21대 국회에 주어진 숙제가 적지 않다.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야 할 길어 멀지만 적어도 개혁을 위한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이번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국민 역시 요구와 바람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면서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이것은 유권자와 국민에게 주어진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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