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참여 확대 절실
유도·정착정책 강화해야
'나이·건강 탓'의식 개선도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혈액을 '자발적으로' 기증하는 것이다. 대부분 나라는 혈액 매매(매혈)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헌혈이 준 것도 문제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매해 인구가 감소하면서 안정적 혈액 확보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헌혈을 특별한 행사로 여기는 문화와 10·20대 청년층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혈액 비상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중장년층이 습관처럼 헌혈에 나서야 할 때다.

◇헌혈방법 선택 가능 = 헌혈에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이 있다. 일반적인 많이 하는 헌혈은 '전혈'로, 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한다. 전혈은 10~15분이 소요되고 2개월 후 다시 헌혈할 수 있다. 전혈은 성분별로 추출하는 추가 작업을 거친다.

성분 헌혈은 성분 채혈기를 이용해 혈소판, 혈장 등 특정 성분만 채혈하는 것이다. 전혈 헌혈보다 검사 단계도 까다롭고 헌혈 시간은 혈장성분 헌혈이 약 30~40분으로 길다. 하지만, 특정 성분만 뽑기 때문에 헌혈자 회복이 빨라 2주 후 다시 헌혈할 수 있다. 성분 헌혈은 수혈자에게 부작용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혈소판 수혈이 필요한 암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전혈 헌혈은 6명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추출해야 한다. 이는 혈소판 성분 헌혈을 한 1명에게서 뽑은 양과 같다.

▲ 헌혈유공장 은장을 받은 정현규 군. /경남적십자혈액원
▲ 헌혈유공장 은장을 받은 정현규 군. /경남적십자혈액원

◇내 나이가 어때서? = 고령화되면서 혈액 수요는 늘지만, 헌혈 중심축인 29세 이하 청년층은 점차 줄면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300만 명을 돌파한 헌혈 인구는 현재 270만 명 내외로 줄었고, 감소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전 국민의 5%가 헌혈에 동참하는데, 그중 70% 이상의 헌혈을 담당하는 청년층이 줄면서 혈액 감소 문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정기 헌혈자 확대로는 한계가 있다. 헌혈을 마음먹은 사람들은 문진 과정이 까다롭다며 발길을 돌리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보통의 중장년층도 헌혈할 수 있다.

헌혈은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인 자면 가능하고 체중도 남성 50kg, 여성 45kg 이상이면 된다. 탈모·여드름치료제 등 약을 중단한 지 1개월 뒤면 헌혈할 수 있고, 항생제와 각종 주사제도 일주일이 지나면 된다. 전날 술을 먹었다면 하루 휴식을 취하면 된다. 헌혈 문턱을 낮추고자 간 기능검사(ALT) 부적격 기준도 65에서 101로 완화됐다. '특별히 건강해야 헌혈을 할 수 있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민방위 교육 1시간 면제 = 정부는 헌혈 증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민방위 교육이나 예비군 훈련 때 헌혈증서를 제시하면 교육 시간 1시간을 면제해 준다. 교육부는 헌혈 봉사시간 인정을 연 3회에서 연 6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헌혈유공자 정부 포상(헌혈 포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장년층을 헌혈에 끌어들이는 방안은 미흡하다. 일반 직장인들도 업무 시간에 눈치 보지 않고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헌혈 공가제' 확산·정착 정책이 필요하다. 또 직장 내 헌혈 교육도 의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헌혈을 410회 한 최명 씨가 차에 붙인 스티커.  /최명
▲ 헌혈을 410회 한 최명 씨가 차에 붙인 스티커. /최명

◇헌혈증서 기증·기부 가능 = 헌혈을 하면 '헌혈증서'를 받는데, 기증이 가능하다. 대한적십자사는 '기증 헌혈증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혈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헌혈자들로부터 기증받은 헌혈증서를 수혈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수혈자가 헌혈 증서를 받아 해당 병원 원무과에 제출하면 수혈비용 감면 혜택(본인부담금 면제)을 받을 수 있다. 수혈자는 헌혈증서를 연간 500장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알고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적어 대한적십자사는 포스터를 붙이는 등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헌혈증서를 기증하는 문화는 자리 잡은 모습이다. 지난 17일 한화디펜스는 임직원이 헌혈에 참여하고 모은 헌혈증서 300장을 경남혈액원에 기부했다. 이 외에도 도내에서 최근 3년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시설전대(143장), 신성델타테크(64장), 경남은행(74장),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18장), 신성델타테크(100장)가 헌혈 증서를 기증했다.

헌혈 후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기부도 가능하다. 전혈 헌혈과 혈장 성분헌혈은 3500원, 혈소판 성분 헌혈은 6000원, 혈소판·혈장 성분 헌혈은 85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차곡차곡 쌓은 선행은 연말정산 공제 혜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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