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발병률 OECD 1위·북한 환자 남한 4배 이상 '양국 공통 현안'
마산 국제결핵연구소 환삼덩굴 효능 검증 후 북측 연구 의뢰해와

물 좋고 공기 좋았던 마산은 예나 지금이나 결핵 치료의 중심지입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있는 국립마산병원은 우리나라 국가 결핵 관리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국제결핵연구소도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핵'이라는 남·북한 공통의 질병이 최근 경색된 남북교류협력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국제결핵연구소를 거점으로 남북공동 결핵 치료제를 연구·개발하자는 것입니다. '남북 공동 국제특허' 등록을 목표로 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까지 이미 꽤 진척된 이야기입니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라는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영양 결핍 인구가 많은 후진국에서 많이 걸린다고 해 '후진국 질환'으로 알려진 결핵은 남·북한이 극복하지 못한 공통의 문제다. 남·북한은 6·25전쟁을 겪으면서 주거 환경이 황폐했고, 영양은 고사하고 매 끼니 걱정이었다. 6·25전쟁 전후 결핵 환자가 많았고, 한국은 고도성장을 이뤘음에도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 1위다. 질병관리본부 '2018년 국제 결핵 현황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66명, 사망률은 10만 명당 4.8명이다. 발생률이 두 번째로 높은 리투아니아 공화국(인구 10만 명당 44명)과도 차이가 큰 데다, OECD 회원국 평균 발생률(11.7명)보다 6배가량 높다.

▲ 국제결핵연구소 연구원이 환삼덩굴 추출물의 항결핵 효과를 연구하는 모습.  /국제결핵연구소
▲ 국제결핵연구소 연구원이 환삼덩굴 추출물의 항결핵 효과를 연구하는 모습. /국제결핵연구소

세계 경제 11위 한국에서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결핵균 특성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결핵균은 건강한 사람 몸속에서는 억제되기도 하지만, 면역이 약해지면 다시 증식을 시작해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다. 6·25전쟁을 겪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북한의 결핵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에서 발표한 보건성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 결핵 환자 수는 약 13만 명으로 남한 약 3만 명보다 4배 이상 많다. 학계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북한 결핵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한은 고연령층 결핵 발생률이 높다면, 북한은 20~40대 청년층 분포가 높아 더 비관적인 상황이다.

결핵은 난치병이 아닌 만큼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다. 약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먹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많은 양의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점과 소화 장애 등 부작용으로 환자가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약 복용을 마음대로 중단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다제내성 결핵'으로 이어진다. 이때 치료약은 더 독하고 최소 18개월 이상 먹어야 하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이 대폭 감소한다. 다제내성결핵은 북한의 가장 심각한 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있는 국제결핵연구소는 2014년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냈다. 면역병리부를 맡고 있는 엄석용(58) 박사 주도로 국제결핵연구소는 미국국립보건원과 함께 '환삼덩굴 추출물의 항결핵 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 북한에서 보내온 환삼덩굴 추출물. /국제결핵연구소
▲ 북한에서 보내온 환삼덩굴 추출물. /국제결핵연구소

율초라고도 불리는 환삼덩굴은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는 풀로 <동의학사전>, <동의보감>, <중약대사전> 등에도 폐결핵에 효능이 있다고 나와있다. 국제결핵연구소는 환삼덩굴 추출물을 통해 △시험관 내 결핵균 살상효과 △대식구(大食球) 세포의 활성화를 통한 결핵균 증식억제 효과 △동물실험(마우스 모델)을 통한 결핵 예방·치료 효과 등 3가지 효력 실험 결과 모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북한 다제내성결핵 치료는 국제 NGO인 유진벨재단에서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국제단체가 나서고 있지만, 18개월 이상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어렵고 전체가 아닌 일부만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결핵 확산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논문을 건넨 건 다수의 북한 사람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엄 박사는 논문 발표 후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담당 한 사무관에게 논문을 건넸다. 그 사무관이 남북협력업무 담당으로 가끔 북한 관련자들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이 논문이 북한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라서였다.

그런데 약 1년 뒤 한 국제 NGO 단체를 통해 북한에서 연락이 왔다. 정확하게는 보건성 연구원이다. 보건성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내각 중앙 행정기관으로, 보건·위생·방역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 북한의 환삼덩굴 추출물을 보낼 테니 국제결핵연구소에서 결핵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또 북한에서만 재배가 활성화된 풀 추출물도 함께 보내왔다. 그 풀은 대동강 맥주 주원료인 '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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