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100일을 넘어설 때쯤 확산세가 수그러들었다. 정부의 뛰어난 방역능력에 세계의 시선이 쏠렸고 'K방역'이라는 말까지 생기며 칭찬이 쏟아졌다. 코로나 방역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은 일등국가였고, 일등국민이 된 듯 뿌듯했다.

지금은 다소 상황이 나아졌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태원발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혼란이 재연됐다. 이번에는 이태원 클럽을 찾았던 젊은이들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이어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게이클럽' 표현 등 성소수자를 앞세운 보도가 쏟아졌고, 확진자가 사는 인천의 한 아파트 현관에는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다. 미안한 줄 아십시오"라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두려움과 이기심 앞에 우리 본모습이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등국민은 없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신천지발 확진자가 속출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속출하자 했던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것은 두려움과 이기심, 그 속에서 비어져나온 차별과 혐오가 아닌가 싶다. 한번 경험한 터라 성숙해질 것이라 믿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기심과 공포 역시 아직 백신이 없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전시상황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30만 명의 사망자를 냈으니 그렇게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진정한 적은 코로나가 아니라 우리들 마음일지 모른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차별과 혐오. 코로나 방역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린 것은 이태원에 갔기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생활방역 기본수칙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제는 우리의 느슨해진 경계심과 허물어진 경각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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