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동물국회' 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렵게 통과하면서 다당제가 본격화하고 대화의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 창당은 무너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이라며 위성정당 창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럴 줄 알았다. 저렇게 편법과 꼼수로 제도를 무력화하는 통합당을 국민이 심판하겠지'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꼼수 정당', '쓰레기 정당'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민을 얕잡아 보고 눈속임으로 만드는 위성정당의 앞길에 오직 유권자의 거대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어이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5일 이해찬 대표는 "더불어시민당의 승리가 곧 민주당의 승리"라며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지지를 공개 호소했다. 심지어 "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극복하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지지층을 향한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통합당이 문제냐, 민주당이 더 문제냐, 누가 원조이고 누가 더 나쁜지 따질 이유도 없다.

꼼수 편법인 줄 뻔히 알면서 묵인하는 것 역시 직무유기다. 결국 국민, 유권자가 바뀌지 않으면 정치는 바뀔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정치가 '4류' 수준이면, 유권자들은 일류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 공은 유권자에게로 넘어왔다. 총선을 앞두고 눈을 부릅떠야 하는 이유다.

혹시 '문제가 뭔지는 알겠지만 뽑을 정당이 없다'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런 제안이 도움될지 모르겠다. 거대 양당 외에도 정당 투표용지에는 30여 개 정당이 더 있고, 뽑지 말아야 할 정당과 그 이유는 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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