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칠면조 구이 대표적
프랑스는 장작모양 케이크
독일 향신료 첨가한 쿠키
다양한 나라서 뱅쇼 만들어

달력이 맨 마지막 장에서 멈추면 마음은 온통 빨간색이 된다. 12월은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 아닌가. 건물은 하나둘 전구 장식을 밝히고, 거리에서는 캐럴이 나온다.

올해 초 창고 어딘가 넣어둔 트리 소식도 궁금해진다. 25일이 무슨 요일인지 확인해보고, 크리스마스 선물 고민도 슬슬 해야겠다. 기독교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다. 뭘 기념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중요한 사람과 즐겁게 보내야 하는 날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음식은 없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칼질이나 할 계획이라면,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먹는 크리스마스 음식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파는 곳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간단한 음식은 레시피를 찾아 만들어 먹어도 좋겠다.

◇칠면조 구이(Roasted Turkey)-미국·캐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구이를 먹는다. 칠면조 요리는 대개 우리나라 추석과 성격이 비슷한 추수감사절에 먹는다고 알려졌다.

북미지역 대표 명절이자 국경일인 추수감사절은 영국 청교도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후 첫 추수를 마친 것을 기념해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리고자 잔치를 연 데서 비롯됐다. 이날 먹는 칠면조 요리를 고대 유럽에서 중요한 날에 철새나 거위를 먹던 풍습이 이주민들에 의해 칠면조 고기로 바뀌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만드는 법은 우리나라 삼계탕과 비슷하다. 칠면조 내장을 제거한 후 식빵과 각종 채소 등 재료를 채워넣고 크랜베리 소스를 바른 뒤 오븐에 굽는다. 한 번에 10∼20명이 먹을 수 있는 푸짐한 요리로 명절과도 같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나눠 먹기에는 제격이다.

◇부쉬드노엘(Buche de Noel)-프랑스

문학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굽는 장작'으로 번역되는 부쉬드노엘은 대표적인 프랑스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장작을 닮은 케이크로 모카와 초콜릿, 버터크림을 펴 바른 시트를 동그랗게 만다. 쉽게 표현하자면 롤케이크처럼. 거기에 버터크림을 덮고 표면에 통나무 껍질처럼 무늬를 만들면 완성이다. 피스타치오 땅콩으로 만든 이끼, 버섯으로 만든 머랭, 솔방울 등 장식은 취향껏 하면 된다.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에 이 케이크를 먹게 된 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올해 남은 땔감을 모두 태워 신년 액땜을 한다는 의미라는 설과 가난한 애인이 난로의 따스함을 전하고자 땔감 모양의 나무토막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렙쿠헨(Lebkuchen)-독일

렙쿠헨은 슈톨렌과 함께 대표적인 독일 크리스마스 음식이다. 생강으로 향을 낸 진저브레드로 아몬드, 헤이즐럿, 호두 등 견과류와 생강, 넛맥, 계피 등 향신료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부드럽게 구운 렙쿠헨은 재료와 모양, 만드는 방법에 따라 오블라텐 렙쿠헨, 엘리젠 렙쿠헨, 브라우네 렙쿠헨 등 종류가 다양하다.

본격적인 렙쿠헨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탕이 귀했던 당시 크리스마스 축하용 쿠키로 렙쿠헨이 등장했다. 렙쿠헨은 설탕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비교적 부담 없이 만들 수 있었다.

렙쿠헨 특유 향을 내는 향신료들은 수입을 했기 때문에 당시 무역이 활발했던 뉘른베르크와 울름, 쾰른, 뮌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뉘른베르크에서 크게 발달했고 현재도 뉘른베르크 렙쿠헨이 가장 유명하다.

◇뱅쇼(Vin chaud)-프랑스

크리스마스에 뱅쇼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어로 '따뜻한(chaud) 와인(vin)'이라는 뜻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다.

영어로 멀드 와인(Mulled wine)이라하며 영국 전통 크리스마스 음료이기도 하다. 독일과 그와 인접한 프랑스 알자스, 모젤 지역에서는 '글루바인'이라는 독일어로 불린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글뢰그(스웨덴, 아이슬란드), 글록(노르웨이, 덴마크), 글뢰기(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으로 부른다.

뱅쇼를 만들 때는 주로 레드 와인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시나몬, 정향, 육두구, 아니스, 올스파이스, 바닐라 등 향신료와 생강도 들어간다. 달콤한 맛을 내는 과일과 설탕 또는 꿀도 넣는다. 과일로는 오렌지나 오렌지 껍질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사과, 건포도, 무화과를 넣기도 한다.

뱅쇼는 끓인 후 바로 마시거나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한 후 데워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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