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김경영(더불어민주당·비례·56) 의원과 경남도의회에서 인터뷰 약속 시각은 11월 15일 오후 2시였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창원시가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다목적 CCTV를 설치하려는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2시간 넘게 집결지 주변 곳곳에서 대치가 이어졌다. 인터뷰를 이날 오후 4시에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첫 질문을 '왜 CCTV를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설치하는지' 물은 이유다.

"현행법상 성매매 집결지는 불법입니다. 이곳엔 여성 성매매 종사자들이 있고, 일부에선 이들의 생계를 얘기하지만, 업주들만 배를 불리는 곳입니다. 인권 유린도 간과되고 있고요. 성매매 업소가 있어야 강간과 성폭행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합리화되다 보니 불법지역임에도 시나브로 불법이 아닌 지역으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지는 거라고생각합니다. 이곳을 기준으로 반경 1㎞ 안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중·고등학교가 많아요. 교육 환경 측면에서도 엄청난 공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매매 집결지 근처엔 노인들을 위한 운동시설 등이 있습니다. 노인시설을 이용하기가 찜찜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들도 많아요. 시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CCTV가 있듯이 여기에도 반드시 CCTV가 설치돼야 합니다. 성매매는 불법인데 이 공간을 사람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권력'으로 지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

김 의원은 30년 넘게 시민사회운동을 펼쳐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19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창원대 학도호국단 철폐 투쟁 등 학생 운동부터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 교육선전국장 등 활동으로 마산수출자유지역 외자기업들의 폭압적 노동 착취를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았다. 이후에는 경남여성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여성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도의원 선거에 뛰어들기 전까지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아 일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비례대표 3번으로 출마했다. 어떤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을까.

"홍준표 전 지사가 '채무 제로'를 명목으로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하는 것 등을 보면서 주요 의사결정 단위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보편적인 여성 정치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캠프에 합류해 선한 의지를 갖춘 사람이 권력을 가질 때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목격했습니다. '이상'만이 아닌 '선한 권력'으로 지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운이 좋게도 시민들이 민주당 지지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비례 3번으로도 도의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치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가장 힘든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위해 권력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정치를 많은 분들이 정쟁이나 진영논리, 불신과 혐오의 시각으로만 보려고 합니다. 내 삶과 연관된 지점을 고민하지 않고, 그냥 대의정치에 다 맡겨버립니다. 여성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영논리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폭넓게 듣겠습니다. 갈등을 관리하고, 다른 의원들과도 협치를 하는 의원이 되고자 더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김경영 도의원이 지난 10월 29일 경남도의회 주관으로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주민피해와 지역갈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 김경영 도의원이 지난 10월 29일 경남도의회 주관으로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주민피해와 지역갈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완전한 지방분권을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

그는 초선으로는 드물게 올해 5월 구성된 도의회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특위는 지난 10월 초 국회 방문하고, 김순은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잇달아 만났다. '실질적인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특위는 '지방자치법 조속 개정 촉구 대정부 건의문'도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지방자치제가 1991년 부활한 지 28년 세월이 지났으나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에 이양된 사무는 사무이양 30%, 재정이양 20% 수준에 머물러, 자율적인 자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완전한 지방분권을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 3월 29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제도 개선이 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진정성 있는 입법처리로 지방자치법을 조속히 개정해 달라"는 점을 강조했다. 초선 의원인데, 특위 위원장 자리가 버겁진 않을까.

▲ 지난 10월 16일 경남대 운동장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첫 정부주관 행사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김경영 도의원. /경남도의회
▲ 지난 10월 16일 경남대 운동장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첫 정부주관 행사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김경영 도의원. /경남도의회

"도의회에 들어와서 지방의회 역할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개인이 아닌 의회 전체 역할에 대해서요. 공무원들은 도의원이 새로운 제안을 해도 규정이나 법률을 먼저 들먹이더군요. 이런바 본청(도청)에서 조례를 만들어주고, 의회는 심의만 하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 가까이 돼가지만, 의회가 이렇게 수동적인 공간이었나 싶었습니다. 자치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확충해 정책보좌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의원들을 제대로 지원해주면 결국엔 도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입니다. 의욕도 있는데다,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구를 관리하는 의원님들보다는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나왔을 때만 해도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총선 이후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데…. 이번 20대 국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20대 국회가 개정안만큼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회 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개정안 통과를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제대로 소리 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파

도의회는 지난 6~7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으로 몸살을 앓았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했던 시민들은 도의회가 김지수 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이 58명 중 34명으로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조례 제정이 무난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더구나 본회의 표결도 아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찬성 3, 반대 6으로 부결돼 실망감이 컸다. 여당 정치인으로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물었다.

"여당 의원으로서 과연 주어진 사명을 다했는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까, 정무적 판단, 정치적 판단 등을 내세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선명성을 더 확실하게 드러냈어야 했다고 봅니다.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주당이 제대로 못했다고 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제정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여야 의원 모두 정치적 판단이 아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측면에서 들여다 봤으면 좋겠습니다."

▲ 김경영 도의원이 지난 10월 22일 도의회에서 열린 경남생활문화조례 제정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 김경영 도의원이 지난 10월 22일 도의회에서 열린 경남생활문화조례 제정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마지막으로 임기 중에 반드시 추진해 보고자 하는 조례, 사업은 무엇인지 물었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웃음). 제대로 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대변하고 싶습니다. 먼저 여성장애인 기본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됐지만, 우리 사회가 여성장애인 어려운 처지를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1인 가구, 노인이 됐을 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특수성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여성 일자리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발굴할 수 있는 지원기구를 조례에 반영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조례로 성별격차, 고용불평등,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 덜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동·남해·삼천포·고성 등 경남의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에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 화력발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가 각종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전환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화력발전 오염물질 배출 줄이기를 위해 조례제정 등으로 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는지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

 

김경영 도의원 프로필

- 창원대학 영어영문학과 졸업

- (전)한국웨스트전기노조위원장(마창노련교육선전국장)

- (전)경남여성회 대표

- (전)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성희롱예방교육전문강사, 성별영향분석평가교육전문강사(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 (전)경상남도 도민행복위원회 성평등분과위원장

- (전)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 (현)제11대 경상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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