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놀이동산에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엄마가 타지 말라고 말리기 때문이다. 엄마는 놀이동산에서 청룡열차를 타는 건 내 돈 내고 고통받는 거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마음속으로 놀이동산에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내 생일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엄마 아빠는 나에게 생일날 무얼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왜 놀이동산에 가고 싶냐고 한 번 더 물었다. 나는 내가 스릴있는 놀이기구를 잘 타는지 못 타는지 궁금해서 직접 가서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갑자기 "나도 니가 놀이기구를 잘 타는지 궁금하다" 하면서 바로 놀이동산 나들이를 결정했다. 그리하여 나의 11살 생일에 드디어 스릴있는 놀이기구를 타게 되었다.

놀이동산은 우리 집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양산 통도환타지아에 갔다. 통도환타지아는 입구에 커다란 궁전이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놀이동산에 입장만 했는데도 이미 신이 났다. 나는 기분이 좋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뭘 타야 할지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좀 시시해 보이는 풍선 여행 놀이기구를 탔다. 처음부터 센 걸 타면 동생 앞에서 울고 창피해질까 봐 아기들도 탈 수 있는걸 골랐다. 막상 타보니 뱅글뱅글 돌기만 해서 하나도 안 무서웠다.

나는 자신감이 붙어서 조금 더 스릴있고 신나는 게 타고 싶어졌다. 나는 아빠한테 제일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뭔지 물었다. 아빠는 바이킹이라고 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바이킹을 타보기로 했다. 바이킹은 왔다 갔다만 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도 재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직접 타보니 바이킹이 내려갈 때마다 간이 철렁거렸다. 소리를 엄청 많이 질렀지만 울지는 않았다. 다 타고 내려가니 엄마가 "승도야 괜찮나? 안 무섭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엄마한테는 하나도 안 무섭고 한 번 더 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승도가 날 닮지 않아 다행이라며 너무 기뻐했다.

그 뒤 아빠랑 하늘자전거도 탔는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오랜만에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늘자전거가 원래 재밌는 건지 아니면 아빠랑 둘이서 대화를 많이 해서 재밌는 건지는 몰라도 하늘자전거는 정말 재미있었다. 나는 놀이동산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놀이동산에서 제일 스릴있는 게 타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엄청 비명을 지르는 프리스윙에 줄을 섰다. 프리스윙은 빙글빙글 돌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뒤집어질 것 같이 높이 올라갔다. 나는 지금이라도 못 탄다고 말할까 살짝 고민이 되었다. 고민하는 사이 놀이기구가 서서히 멈추고 내가 탈 차례가 되었다. 근데 앞에 탔던 사람이 놀이기구에 토를 하는 바람에 놀이기구 운행이 중단되었다. 운행 중단이라는 말을 듣는데 어찌나 다행이던지. 프리스윙은 아직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다.

해가 져도 우리는 어김없이 놀이기구를 탔다. 밤이 되니 귀신의 집에 가보고 싶어졌다. 엄마는 놀이기구는 무섭지만 귀신은 안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귀신의 집은 우리 가족 4명이 함께 들어갔다. 귀신의 집 안에서는 징그러운 귀신이 계속 튀어 나왔다. 근데 엄마는 하나도 소리를 안 지르고 저거 다 가짜다 하면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엄마가 이렇게 강심장인데 놀이기구는 왜 못 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탄 놀이기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예전부터 놀이동산에서 스릴있는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었는데 내 생일에 소원을 이뤄서 너무 좋았다. 내년 생일에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그때도 놀이동산이라고 외쳐야겠다. 엄마가 한 번 갔다 왔는데 왜 또 놀이동산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프리스윙을 못 타서 아쉬웠다고 말해야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