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달, 열달(10월)은 잘 보내셨습니까? 때 아닌 한바람(태풍)이 와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 세디 센 바람에도 견딘 열매들을 거두어들이고 맛보셨을 거라 믿습니다. 아침저녁 찬바람에 두터운 옷과 이불을 찾게 됩니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들어서는 들겨울달(11월)입니다.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과 함께 있던 잎도 무서리에 된서리까지 맞고 나면 떨어질 것이고 곧 졸가리만 남아 찬바람을 가를 것입니다. 겨울과 사이좋게 지낼 수는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하게 입고 따뜻한 것 많이 마시는 거라는 것 잊지 마시고 한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엿날(토요일)에는 들말마을배곳 이레끝 놀배움터에 갔습니다. 딱지치기, 토박이말 뜯기, 물쏘개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함께 어울려 신나게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와서 즐길 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거꿀알꼴'은 여러 해 앞 제 아이와 함께 마실을 나갔다가 본 나뭇잎과 아랑곳한 것입니다. 아이가 나뭇잎의 생김새를 보고 꼭 달걀이 거꾸로 붙어 있는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듣고 집에와서 그 나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도란형'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 뜻이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거꿀알꼴', '거꿀달걀꼴'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눈으로 보고 아이 말로 하면 이렇게 쉬운데 왜 굳이 어려운 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배움책에는 이런 쉬운 말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쉽게 배우고 익히며 남는 겨를에 저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며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쉬운 배움책 만들기'에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거제 닭미르꽃배곳(계룡초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경남교육청에서 뽑은 토박이말 갈배움 닦음모임(토박이말교육연구회) '말과 말꽃 누리' 모람(회원)들과 만나 토박이말 이야기를 했습니다.  토박이말에 마음을 쓰는 분들이 모여서 그런지 자리느낌(분위기)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자리에서 한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도 더 귀담아 들어 주시고 좋게 받아들여 주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갈침이들이 하고 싶어한다는 게 눈에 보여 고맙고 부러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더욱 좋은 토박이말 놀배움감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간 김에 마침배곳(대학원)에서 배움을 도왔던 분도 만나고 오랜만에 같은 배곳에서 사이좋게 지냈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와서 더욱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

'거먕빛'은 먹은 게 얹혔을 때 손가락을 따 본 적이 있는 분들은 바로 알 수 있는 말입니다. 손가락을 땄을 때 나오는 붉은 빛이 아니라 검은 빛에 가까운 피의 빛깔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답답했던 속이 따고 난 뒤에 낫는 것을 보고 참 놀라워했던 생각이 납니다.^^

저녁에는 토박이말바라기 꾸림빛 모임을 했습니다. 지난달보다 오신 분들이 많아 시끌벅쩍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일과 할 일을 갈무리하고 함께할 힘꾼, 슬기꾼을 많이 모시는 데 마음을 쓰기로 했습니다. 안 되는 일 생각하며 마음 쓰지 말고 안친 일을 하나하나 잘 풀어가는 데만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거멀못'은  나무로 만든 그릇 같은 것들이 터졌거나 벌어졌을 때 또는 벌어지려고 하는 곳에 겹쳐서 박는 못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요즘은 집에서 손수 손을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거멀못을 못 보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람들 사이가 벌어졌거나 벌어지려고 할 때 이 '거멀못' 구실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잘 쓰이지 않게 되어 잘 쓰지 않는 말도 비슷한 다른 때와 곳에 빗대어 쓰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둘레에 거멀못과 같은 구실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엿날(토요일) 앞낮 으뜸빛님을 뵙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알려드리고 함께 마음을 써 주셨으면 하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많이 바쁘신 분께 또 짐스러운 말씀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한 가지씩 풀어 갈 수를 알려 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한결 더 나았습니다.   

저녁에는 빗방울 김수업 스승님 돌아가신 날 한 돌 기림굿에 함께했습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를 채워 주셨습니다. 스승님께서 여러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가 있는 사람만큼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신 일들이 묻히고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거우다'라는 말은 요즘 아이들이 자주 쓰는 '빡치다'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우다'라는 말을 몰랐기 때문에 이런 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면 저절로 풀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밤에 아이를 태우러 가서 배곳 마당을 몇 바퀴 돌았습니다. 좀 더 일찍 가서 더 오래 돌고 싶었는데 글을 쓰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티비엔경남교통방송 토박이말바라기 꼭지 글을 쓰다가 나갔는데 밤바람이 시원함을 넘어 사늘해서 글에 썼던 낱말 '산득산득하다'가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알고 있으면 문득문득 생각도 나고 쓸 수 있어 좋은데 이런 좋은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낄 수 있게 해 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6배해 아이들과 '빛과 렌즈'를 배우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렌즈'를 '거울'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아이들 말을 들어봐도 '거울'과 '렌즈'는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이름이 있어야겠는데 알맞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슬기를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은 '거울지다'입니다. 우리 얼굴이나 몸을 보여주는 거울처럼 우리 말과 몸짓에 됨됨이가 되비치어 보인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어른들의 말과 몸짓이 되비치어 보이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좋은 말, 바른 몸짓을 보여 주기도 모자란 삶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