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용(39) 진해구 배드민턴 협의회 사무장. 창원시 진해구에서 활동하는 15개 배드민턴 클럽이 모여 친목과 지역 배드민턴 활성화를 도모하는 단체다.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기 전, 진해시 시절부터 사무장을 맡아 10여년을 계속하고 있다. 진해시 시절에는 그나마 시에서 지원을 해서 활동비라도 보조받을 수 있었지만, 3개시 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가 모두 '창원시 체육회'로 통합된 이후에는 지원이 끊기면서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 권태용 진해구 배드민턴 협의회 사무장. /정성인
▲ 권태용 진해구 배드민턴 협의회 사무장. /정성인

아이돌 갈망, 그리고 만난 배드민턴

진해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때 아이돌 스타를 꿈꾼 적도 있다.

"16살 때였어요. 음악이라기 보다는 '아이돌 스타'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무작정 갔죠.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서울이었습니다."

하지만 16살 소년에게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은 만만한 동네가 아니었다.

1년만에 꿈을 접고 귀가했다.

"서울 가서 처음 느낀 생각은 '돈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라는 거였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연습생들은 오로지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나는 당장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돈부터 벌어야 했으니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자각을 1년이 되기도 전에 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로 귀가한 17살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막노동 날품팔이부터 해서 안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돈'을 좇던 그의 눈에 문득 '배드민턴'이 들어왔다.

20대에 접어든 그가 우연히 장복산 자락 진해시민회관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본 게 계기였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 치고 배드민턴 라켓 한번 안잡아본 사람 있을까요? 나도 그랬어요. 약수터에서, 운동장에서 하던 배드민턴을 체육관 안에서 바람 영향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눈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그의 삶에는 '돈' 말고도'배드민턴'이 스며들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배드민턴 실력을 키우는데 꼬박 쏟았다.

▲ 권코치배 배드민턴 대회. /권태용
▲ 권코치배 배드민턴 대회. /권태용

진해 배드민턴 발전에 다걸기

당시는 갓 배드민턴 클럽이 태동할 무렵이었다. 젊은 체력에 시간까지 투자하니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엘리트 선수 출신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클럽이 속속 생겨나면서 그는 주변의 권유로 클럽 상주코치가 됐다. 레슨을 시작했고, '배드민턴'이 주된 생계 수단으로 돼 갔다.

여러 클럽에서 요청이 몰려들었고, 그렇게 '레슨'이 주업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럽게 클럽보다 상위단체인 협의회에까지 관여하게 됐다. 여러 클럽의 내부 사정을 잘 알게 되니 협의회를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진해뿐만 아니라 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 단체가 대부분 '고수'로 불리는 상급자들 위주로 운영된다. 동호인이 많은 배드민턴, 탁구, 마라톤 등에서는 이런 현상이 도드라진다. 그런데 그 상급자는 많은 경우 오랜 경력으로 만들어진다. 신체적 장점이나 어릴 때 종목 선수로 뛴 경력이 있다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고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오랜 기간을 '초심자'로서 눈칫밥을 먹으며 웅크려 지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진해구청과 협의해 구청 복지관에서 주말 아카데미도 열고 있다. 초급자들이 클럽에 가서 받는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기초 기량을 닦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진해구청 앞에서 배드민턴 관련 가게를 운영하는 그에게는 고수 위주의 문화는 현실적인 이해와도 통한다.

"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배드민턴이 활성화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야 장비 하나라도 더 팔리니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 가게 운영으로 수익을 낼까 싶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권코치배 배드민턴 대회'였다. 구체적인 예산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배드민턴이나 탁구대회를 개최하려면 최소 1000만 원 이상 예산이 필요하다.

"뭐 사비를 들여 개최한 개인 대회이기에 얼마나 참가할까 걱정도 했는데 웬만한 대회 못지않은 동호인들이 참가해줘 놀랐습니다. 그동안 레슨 등을 통해 쌓아온 인맥의 힘이 아니었나 싶네요."

▲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권태용 진해구 배드민턴 협의회 사무장. /권태용
▲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권태용 진해구 배드민턴 협의회 사무장. /권태용

못 이룬 학업의 길 그리고 장애인 체육

"운동 잘한다고 잘 가르치는 건 아니더라구요. 뭔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겠다는 욕구가 쌓이면서 중단한 학업을 이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고교 중퇴인 그가 학업을 이어가려면 우선 고졸 자격이 필요했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사이버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땄다. 곧바로 경남대 교육대학원에서 체육교육 석사를 땄으며 현재 경남대 대학원 체육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의 눈에 '장애인'이 들어왔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은 <배드민턴 운동 프로그램이 발달장애 청소년의 대근운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박사과정 논문 주제도 이미 정해뒀는데 역시 장애인 체육이다.

올해 진주국제대 겸임교수까지 맡으면서 그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 하지만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여전하다.

"지금도 낮에 장애인들에게 배드민턴 교습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에는 프로그램, 지도자, 시설이 필요한데 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클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설 확보가 쉽지 않네요."

경남에는 경남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해 창원시, 진주시, 양산시, 거제시, 함안군 등에 장애인체육회가 속속 생겨나고있다. 하지만 그가 느끼기에는 단체만 만들었을 뿐 예산이나 시설 지원은 미미하다.

"창원시만 해도 각종 체육관이 많고, 학교 체육관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체육관은 배드민턴이나 탁구 동호회가 연간계약으로 독점하고 있어요. 장애인이 들어갈 틈이 없는 거죠."

장애인 배드민턴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여건이 필요하지는 않다.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고,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으면 된다. 이런 정도 규격은 근래 생기는 체육관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자세만 있다면 시설 확보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자세가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다.

장애인 클럽을 만들어 장애가 있더라도 당당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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