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해마다 슈퍼히어로 영화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흥행을 이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지난 8월 20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소니 픽처스(이하 소니)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가 협상 중인 차기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작이 결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으로 더는 MCU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스파이더맨 하면 마블의 최고 인기 캐릭터이자 DC의 배트맨과 함께 미국 최고 인기를 다투는 슈퍼히어로인데 마블 영화에 등장할 수 없다니요! '양덕동'에서는 꼬일 대로 꼬여버린 마블의 MCU 가족사(?)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 이야기는 정말 복잡합니다. 자세히 다루고 싶지만 워낙 복잡해서 슈퍼히어로 이름 외기도 지칠 독자들을 위해 그나마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시작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부도 위기에 처했던 '마블 코믹스'는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을 '캐넌 필름'에 1990년까지 제작을 조건으로 22만 5000달러라는 헐값에 매각합니다. 이 판권이 1989년 '21세기 필름'으로 넘어가며 영화 제작 기한은 1994년까지 연장됩니다.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 <아바타> 감독으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은 자신이 계약되어 있던 '캐롤코 픽처스'를 설득시켜 이 판권을 인수합니다.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의 대응이 미지근하자 '21세기 필름'은 '캐롤코 픽처스'와 '마블 코믹스'를 계약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소송까지 벌이게 됩니다. 이 와중에 '21세기 필름', '캐롤코 픽쳐스', '마블 코믹스'가 부도 처리되고 이후 복잡한 지분정리 과정을 거쳐 최후 판권 소유자로 'MGM'과 '소니' 이 둘만 남게 되는데요. 기나긴 소송과정을 거쳐 재판부는 결국 소니 손을 들어줬고 소니는 스파이더맨 실사 판권을 영원히 소유하게 됩니다.

2002년 스파이더맨 판권을 소유한 소니는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주연 <스파이더맨> 영화를 개봉하면서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흥행에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 소니 픽처스와 월트 디즈니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스파이더맨은 다시 소니로 돌아가게 됐다. 새로 만드는 스파이더맨은 작년 소니의 흥행작 〈베놈〉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도 있다고.
▲ 소니 픽처스와 월트 디즈니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스파이더맨은 다시 소니로 돌아가게 됐다. 새로 만드는 스파이더맨은 작년 소니의 흥행작 〈베놈〉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도 있다고.

1993년 설립된 '마블 필름스'는 1996년 '마블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꾸고 고만고만한 TV시리즈와 영화를 제작합니다. 2007년 '케빈 파이기'가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된 후 2008년부터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2009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모회사인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 자회사가 됩니다. MCU는 막강한 디즈니 자본을 바탕으로 이후 <스파이더맨> 성공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승승장구합니다.

반면 샘 레이미가 만든 3부작 <스파이더맨> 이후 소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다시 리부트 하게 되는데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북미 성적은 샘 레이미가 만든 스파이더맨 3편 성적에 못 미쳤고 결정적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성적은 전작 수입보다 1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소니는 애초 3부작이었던 계획을 접고 2부작으로 슬그머니 시리즈를 마무리 짓습니다.

그러던 중 MCU 팬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스파이더맨이 드디어 마블 '어벤져스'에 합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전부터 스파이더맨을 MCU에 합류시키고자 마블과 물밑에서 협상을 쭉 해왔다고 하는데요. 2014년 영화 <디 인터뷰>와 관련된 일련의 해킹 사태들로 소니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스파이더맨 MCU 합류 협상은 이듬해 극적으로 타결됩니다. 소니는 마블에 영화 제작비를 대주고 그 대신 스파이더맨 영화 배급권과 이와 관련한 모든 이익을 가지고, 마블은 단독 영화를 포함한 MCU가 제작하는 다른 영화에도 스파이더맨이 출연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2016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로 MCU에 첫 등장하여 마블 팬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이후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홈 커밍>,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단독 영화 2편 <스파이더맨 홈 커밍>,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총 5편의 MCU 영화에 출연했습니다.최근 2015년 체결한 소니와 마블 간 계약에서 "MCU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전 세계 흥행수입 10억 달러를 달성하면 마블이 3편을 더 제작할 수 있고 만약 달성하지 못하면 소니에게로 모든 권리가 돌아갈 예정이다."라는 비밀조항이 공개되었는데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가볍게 흥행수입 11억 달러를 돌파했고 팬들은 계속 MCU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소니와 마블의 재협상이 결렬되면서 스파이더맨은 이제 MCU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소니 측은 디즈니가 50:50의 무리한 수익 분배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디즈니 측은 마블 30 : 소니 70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협상 결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스파이더맨을 아끼는 팬들은 '소니로 다시 돌아가는 스파이더맨이 예전 흑역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디즈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진짜 '양덕동' 대형 마트 앞 조형물 헐크. 혼자서는 존재감이 떨어지는 걸까? MCU처럼 아이언맨과 같이 전시되어있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진짜 '양덕동' 대형 마트 앞 조형물 헐크. 혼자서는 존재감이 떨어지는 걸까? MCU처럼 아이언맨과 같이 전시되어있다.

"헐크도 단독 영화 찍고 싶다."

<헐크>

이번에는 '헐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970~1980년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TV 시리즈가 방영되었었는데요. 만화 원작처럼 슈퍼 빌런과 싸우는 내용이 아니라 영화 <도망자>처럼 경찰을 피해 여행을 하면서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헐크도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마블이 어려울 시기에 영화 판권을 영화사에 팔아버렸습니다. 그 대상은 '유니버셜 영화사'. 이웃 소니의 <스파이더맨> 성공에 고무됐을까요? 2003년 유니버셜 영화사는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 '에릭 바나' 주연의 <헐크>를 제작합니다. 기존 TV 시리즈보다 좀 더 원작에 충실하긴 합니다만 내용이 너무 심오하고 난해해서일까요? 아니면 헐크가 '강호동'을 닮아서였을까요? '흥행 폭망'이라는 대참사를 맞습니다. 

흥행 실패로 헐크라는 이름이 잊혀 갈 즈음 MCU에 합류한 <인크레더블 헐크>가 2008년 제작됩니다. 이안 감독의 <헐크>와 달리 새롭게 리부트 된 내용으로 제작되었고 '브루스 배너'가 헐크가 된 배경은 생략하고 남미 브라질에서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등장하며 <아이언맨>에 이은 MCU의 두 번째 영화임을 알립니다. 이후 헐크는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오브 울트론>,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계속 등장하지만 (어벤져스 때부터 브루스 배너의 배우가 '에드워드 노턴'에서 '마크 러팔로'로 교체가 됨) <헐크> 단독 영화에 대한 소식은 없는 상태입니다.

▲ 〈헐크〉 영화 판권은 마블이 회수 했지만 〈헐크〉 단독영화 배급권은 유니버셜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유니버셜이 배급을 안하면 그만인 특이한 계약이 맺어져 있다.
▲ 〈헐크〉 영화 판권은 마블이 회수 했지만 〈헐크〉 단독영화 배급권은 유니버셜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유니버셜이 배급을 안하면 그만인 특이한 계약이 맺어져 있다.

<헐크> 영화 판권은 <스파이더맨>이 소니에 팔린 것처럼 유니버셜 영화사로 판매되었습니다. 소니와 협약 내용이 조금 다른데요. 영화 판권을 가진 '유니버셜 영화사 허락 없이 단독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내용 때문에 <헐크> 단독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소문은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2003년 <헐크> 흥행 실패 때문에 <헐크> 판권은 이미 마블 측에서 다시 회수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내용은 영화 판권은 회수되었지만 배급권까지 회수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영화 배급권은 유니버셜 영화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블이 헐크 단독 영화를 제아무리 잘 만들어도 유니버셜 영화사 측에서 배급을 거절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독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다른 영화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마블 측에서 단독 영화를 제작할 의향은 있다고 합니다만 팬들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발언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새로 출간되는 만화에서 한국인 소년 '아마데우스 조'라는 캐릭터가 헐크 후계자로 나오는데 '아마데우스 조'가 주인공인 <헐크> 단독 영화가 제작되길 기대해 봅니다.(다음호에 계속)

▲ 한 눈에 쉽게 볼수 있게 정리 된 2019년 8월 28일 현재 마블 캐릭터 영화 판권 인포그래픽.(버전 7.0) / 출처 thegeektwins.com
▲ 한 눈에 쉽게 볼수 있게 정리 된 2019년 8월 28일 현재 마블 캐릭터 영화 판권 인포그래픽.(버전 7.0) / 출처 thegeektw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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