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관련 자격증 대부분 취득…
테마형 커피 농장이 꿈

커피가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된다? 

그것도 열대식물이 종종 재배되는 제주도가 아닌 창원에서. 

창원에 커피콩 나무가 재배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잘못 들은 것 아닌가 생각부터 했다. 

세계적으로 커피를 재배 생산하는 나라로 브라질과 베트남을 꼽는다. 

두 나라 모두 여름만 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커피는 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대한민국 북위 35도 22분 산자락에서 커피나무가 자란다는 것이 신기했다.

창원커피랜드

내비게이션에서 창원커피랜드로 검색하면 창원시 의창구 북면 외산로 145번길 76 주소지로 안내한다. 

창원시에 속해 있지만 도심과는 상당히 떨어진 시골이다. 창원역에서 출발하니 20분 조금 넘게 걸린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니 산 중턱(?)에 '커피랜드'라는 분홍색 큰 간판이 보인다.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곳곳에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어쨌든 가장 적게 걸을 요량으로 맨 위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담한 카페가 정원 건너편에 앉아 외산 들판과 멀리 낙동강을 가로지른 본포교를 내려다보고 있다. 벽엔 'Cafe Java Vista'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카페에 들어서니 박현섭 대표가 반긴다.

Q.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우리나라 같은 날씨에도 가능한가요?

"커피에 빠지고 나서 직접 내려 먹기도 하고 볶아서 갈아먹기도 하고 결국은 이렇게 커피나무를 심어서 키우게 되었는데, 재배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대신 커피가 냉해에 약해 온실재배를 해야 해요."

Q. 커피를 재배한다는 소문에 차밭처럼 재배하는 줄 알았어요.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하우스 다섯 동에 재배하고 있어요. 3~5년 차 나무들이죠. 물론 1~2년 차 묘목까지 치면 몇천 그루쯤 돼요. 올해도 겨울 지나면서 냉해를 입었는데, 생장이 어려운 것은 포기했어요. 1500주 정도."

Q. 커피나무는 언제부터 심은 거예요?

"2009년부터 심었으니까 10년 됐죠. 국내에선 경기도 용인에서 처음 재배했다는데 거기서 묘목을 가져와 심었어요. 그런데 2015년 냉해로 폭망했지요. 재배 중이던 커피나무 99%가 그때 죽었어요."

Q. 이런 많이 힘드셨겠네요. 카페 입구에 'Seed to Cup'이라는 글귀가 있던데, 재배한 것으로 커피 재료를 충족할 수 있나요?

"한 나무에서 800그램이 나와요. 씨앗을 말려 가공 처리하면 그것밖에 안 나오죠. 국내에선 생산율이 더 낮아요. 커피나무는 3년 차부터 열매가 달리는데, 상업용으로 활용하려면 5년 차가 되어야 하고요. 그것도 5년 차면 500그램 정도 나오죠. 지금 추세면 2000그루에서 1년에 1톤 정도 추산합니다. 그 정도면, 물론 손님이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충분하다고 봐요."

Q. 베트남 커피를 베트남에서 재배한 것과 한국에서 재배한 것이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건가요?

"그럴 수 있죠. 와인을 생각하시면 돼요. 포도의 기본 재배 요건이 토양과 일조량, 강수량이잖아요. 그런 조건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지듯 커피도 마찬가지죠. 크게는 비슷하겠지만 향미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는 거죠."

Q. 어떤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계신가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등이 대부분이고요. 그 외 품종은 게이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품종을 종류별로 심었습니다. 이것들이 열매를 맺으면 품종마다 각각 로스팅해서 제품을 만들어요. 현재 게이샤가 가장 비싼데, 파나마 게이샤라는 것인데 풍성한 향기가 나와요."

▲ 창원 커피랜드 안에는 여러 시설물이 있는 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카페 자바 비스타다. /정현수 기자
▲ 창원 커피랜드 안에는 여러 시설물이 있는 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카페 자바 비스타다. /정현수 기자

Q. 게이샤라면 일본 기생?

"하하하. 일본 게이샤와는 전혀 무관한 이름이고요, 원래 에티오피아 게이샤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품종인데, 파나마 어떤 농장에서 출품하면서 유명해진 거예요. '신의 커피'라는 평 때문에 널리 알려졌지요."

Q. 이곳 커피랜드가 치유농업 육성 사업 대상 업체로 지정받았다는데.

"우리 지역에선 치유농장이라는 개념이 낯선데, 네덜란드 폴란드 등에서는 '케어팜'이라고 해서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입니다. 장애인도 그렇지만, 일반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잖아요. 식물을 매개로 치유하고 곤충을 매개로 치유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이곳을 치유농장으로 하면 좋겠다 싶어 신청했고 지정받은 거예요."

Q.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하네요.

"우리는 원예를 기본으로 해서 위쪽에 있는 '치유의 정원'을 산책하면서 치유하는 환경을 우선 제공하고 커피나무를 직접 만져보고 심기도 하는 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매개로 하는 핸드드립 체험, 커피 족욕 등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컨설팅 전문가가 기획했는데, 2개년 사업으로 진행해 내년 상반기 완성됩니다."

Q.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죠?

"매일 참여하는 방식도 가능한데, 화두가 되는 건 체류형 방식입니다. 아직은 농가에서 펜션을 하려면 법적인 문제가 있어요. 현재론 숙박시설이 없어 하루 프로그램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온천과 연계해서 운영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고요. 근본적으로는 체류할 수 있게 해야 2박 3일 체류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으니….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아시죠. 이시형 박사가 하는 곳요. 우리도 그런 형태의 치유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박 대표의 이력을 보니 의외다. 호주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고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다시 부산 동아대에서 관광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당시 공부를 하면서도 '보따리 장사'를 했단다. 그는 강사 활동을 그렇게 표현했다. 이쯤이면 관광경영 쪽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 젊은 인재가 아닌가 싶은데,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예상 밖이다.

"배운 게, 배우고 있는 게 그쪽이라 여기저기 강사 활동을 많이 했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성격에 맞지도 않는 것 같고요. 그래서 박사과정은 1년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그 와중에 86년도에 창원 용호동에서 커피점을 맡아 1년 정도 운영하기도 했었죠."

▲ 커피열매. /정현수
▲ 커피열매. /정현수 기자

Q. 어떤 계기로 커피를 하게 되었나요?

"처음엔 허브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노지 재배에 한계도 있고 테마형으로 운영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러던 중 2009년 스페셜 커피를 접하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뿅 간 거죠. 커피에 관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인터넷으로도 알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4시인 거예요. 그냥 빠져들게 되고 집중되더군요. 처음부터 재배 목적이 있었던 건 아녜요. 와인과 비교해봤어요. 친구가 와인을 하는데, 포도주를 시음하고 평가하는 소믈리에 그런 쪽요. 와인은 생산된 걸 병으로 사지만 커피는 내가 직접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게 매력이에요. 그래서 이곳에 창고 하나 지어 1년 동안 커피를 볶았지요."

Q. 그럼 커피 기술을 익히는 건 독학하신 거예요?

"제일 먼저 로스팅 경우 한국 사람에게 배웠는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도제식 교육이 많았죠. 따라 하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찾은 게 미국과 유럽의 교육이었어요. 그들은 30년, 40년부터 해왔으니까 그동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임상을 거쳐 정의를 내려 교육하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거예요.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필요하면 직접 현지에 가서 공부하기도 했죠."

Q. 커피를 직업으로 하려면 바리스타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커피 감정공부부터 했어요. 커피 전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순서가 있는 건 아녜요. 에스프레소 기계로 내리는 게 바리스타, 핸드드립처럼 추출하는 브루잉, 볶는 건 로스팅, 맛을 평가하고 조절하는 센스링,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커피 감정 평가 등으로 나뉘어요. 국제자격증이 5개죠. 커피 감정사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라비카 생두를 감정하고 등급을 매기는 큐그레이더와 로부스타 커피 품질을 평가하는 알그레이더가 있어요. 전 모든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Q. 커피 관련 자격증이 많으면 사업하거나 개인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됐나요?

"커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커피 학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많이 도움 됐죠. 자격증을 주는 권한이 있으니.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AST라고 하는데 이걸 기본적으로 듣고 하고 싶은 것을 더 들어가는 거죠. 모두 사설 자격증입니다."

▲ 창원 커피랜드 박현섭 대표가 커피 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온실 하우스에서 커피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창원 커피랜드 박현섭 대표가 커피 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온실 하우스에서 커피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정현수 기자

Q. 커피를 로스팅하는 게 맛의 대부분을 결정하나요?

"아뇨. 추출이 10, 로스팅 20~30이라면 가장 큰 요소는 재료죠.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식재료가 좋지 않으면 음식 맛이 떨어지듯 원두의 품질이 제일 중요합니다."

Q. 에스프레소, 블렌딩 등 커피와 관련해선 모르는 단어가 많아요.

"에스프레소는 영어로 익스프레스예요. '빨리빨리'라는 뜻이죠.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든 게 블렌딩 커피고요. 최초의 블렌딩이 인도네시아 자바와 예멘 모카를 섞은 거예요. 커피마다 특성을 잘 살펴서 배합을 잘해야 해요. 바디감은 있는 데 향이 부족하다 할 때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법이 블렌딩이에요. 문블렌딩 커피도 있어요. 문 대통령이 좋아하는 커피 블렌드죠. 과테말라, 예가체프, 콜롬비아 품종이 배합된 건데, 문 대통령이 서울 어느 카페에서 마셨을 때 제일 좋아하는 블렌딩이에요. 우리 카페 자체 블렌딩 커피로 넛초코(브라질+과테말라+콜롬비아)와 프루티(에티오피아+브라질)가 있어요."

Q. 커피랜드 홍보 전략이 있다면요?

"최종적으로 커피가 재배되는 현장을 보게 하고 체험장에서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는 테마형 커피랜드를 만들 계획이에요. 모델은 제주의 오설록입니다. 체험하고 제품도 사고 하는 거죠. 재배 면적도 차츰 늘리고 제조 규모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홍보라는 게 따로 있겠어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소문 잘 내어주는 게 최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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