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지와 무관심

성정과 표현이 늘 담백한 우리 고양이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미덕이야. 누나 꼬맹이와 엄마 그리고 아빠 양반이 내 꼬리 모양이나 표정, 울음으로 내 심정을 눈치채는 것은 나름 기특해.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만큼 내가 감추는 거 없이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내는 덕 아니겠어? 다른 세계와 소통 능력이 늘 부족하고 인색한 인간에게 그 정도 배려 없이 교감하기는 어렵지. 그런 점에서 인간이 제 감정이나 능력, 특히 지적 능력을 교묘하게 감추는 모습은 아주 우스워. 우리 아빠 양반만 해도 그래. 모르는 게 있으면 모른다고 하면 될 걸 관심 없다고 말하거든. 마치 관심만 있었다면 아주 잘할 것처럼 말이야. 모른다고 하면 멍청해 보이고 관심 없다고 하면 뭔가 다른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봐. 내가 보기에는 전혀 차이가 없는데. 야옹.

2. 화장실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고양이에게 본능적인 자존심이야.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지금까지 이 인간들과 함께 살면서 지정한 화장실 외에서 볼일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웬만하면 나를 인정하지 않는 아빠 양반도 그 점 하나 만은 높게 평가하지. 문제는 이 인간들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 일은 마땅히 누나 꼬맹이 몫인데 이 녀석이 가끔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 그런 점에서 아빠 양반이 누나 꼬맹이에게 화장실도 치우지 않으면서 동물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주 무책임하다며 그럴 바에는 인형을 키우는 게 맞다고 나무란 것은 아주 타당해. 물론 '키우겠다'는 표현을 '모시겠다'로 바꾸면 더 완벽하지만. 그런데 그 말을 자꾸 되뇔수록 뭔가 아빠 양반 책임 회피처럼 들린단 말이지.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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