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반기가 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일본의 수출 규제다. 대한민국은 뛰어난 완성품 경쟁력에 비해 완성품을 위한 장비·부품·소재 등 분야는 취약하다. 이번 규제가 해외,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산업계의 급소를 노렸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등 3종의 반도체 소재 규제로 포문을 열었다. 백색국가 제외로 공작기계나 탄소섬유 등으로 규제가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만연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소재 국산화를 통해 '극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선봉에 서는 조직이 있다. 소재 연구개발의 스페셜리스트가 모여 있는 곳, 창원에 있는 '재료연구소'다. 소재 국산화의 최전선에서 있는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을 만나 현재 사태에 대한 진단과 생각을 물었다.

한양대학교 금속가공학을 전공한 이정환(61) 재료연구소 소장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소재산업의 전문가다. 1982년 재료연구소에 몸담아 소재 연구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왔다. 

재료연구소 내에서 융합공정연구부장·산업기술지원본부장·선임연구본부장·기계소재부품기업지원사업단 단장·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 한국소성가공학회 회장·대한기계학회 경남지회 회장·경남금형협동조합 자문위원장·한국엔지니어연합회 창원 회장·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한국산업기술인회 회장·경남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전문위원·창원시 첨단방위산업발전협의회 의원·창원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자문의원 등을 지냈다. 약력을 나열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그가 주로 연구한 분야는 자동차나 항공기 등에 사용하는 금속소재다. 또 금속소재를 이용한 융합소재 역시 그의 전문 분야다.

 

재료연구소

 

Q. 수출규제 이후 출장이 잦다고 들었습니다. 소재 관련해서 물어보는 기자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바쁘시지 않나요?

"요즘 이리저리 많이 움직이고, 찾는 사람도 많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할 역할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행복한 비명인 셈이죠."

 

Q. 재료연구소.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조직은 아닙니다. 재료, 소재라는 단어 역시 익숙하면서도 낯설고요. 재료연구소가 다루는 재료란 무엇인지, 재료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접근했으면 합니다.

"소재라고 하면 무언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말합니다. 돌에서 구리로, 구리에서 쇠로. 석기, 청동기, 철기. 쓰이는 소재가 달라지는 것을 계기로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소재의 중요성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료연구소는 그런 소재에 대해 연구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입니다. 1976년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시작해 '한국기계연구소'가 됐습니다. 1992년 한국기계연구소가 한국기계연구원으로 승격되면서 본원이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했는데, 창원은 재료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분원했습니다. 2007년 지역단체의 요청을 수렴해 현재의 재료연구소가 된 거죠. 재료연구소는 세라믹·금속·표면·융합소재와 제조 공정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개발한 소재를 시험평가하고 이 소재를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하는 것까지가 재료연구소의 역할입니다."

 

Q. 기계·금속 소재가 주요 연구 분야인 건가요?

"맞습니다. 화학소재 같은 경우 한국화학연구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각 연구기관에서 자기 분야에 국한된 재료 연구를 하고, 저희는 산업계에 필요한 원천기술에서 응용까지 종합적 소재 연구개발을 합니다. 그게 금속소재 위주였죠. 하지만 앞으로는 단일소재가 아닌 융합소재의 시대가 올 겁니다. 저희 자체적으로, 또 다른 연구기관과 협력해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소재를 연구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시험평가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만들어진 소재에 대해 정밀 분석평가 및 신뢰성 확보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네요. 소재의 물성이나 미세조직 따위를 시험, 표면처리나 화학분석 등을 합니다. 또 소재부품의 불량이 있다면 왜 불량이 났는지 연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 등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석유화학이나 발전설비 등 기간산업설비에서 사고가 나면, 그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하는 걸 지원하는 일도 하죠. 원자력발전소의 제작·시공·가동중공인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니까요."

 

Q. 대중에게 자랑할 만한 재료연구소의 성과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재료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기술 중 세계 최초이거나 세계 1등인 기술이 9개 정도 있습니다. 강판이나 폴리머 등 유연소재의 표면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광폭 표면 처리용 선형 이온빔 소스 및 공정 기술, 1m 상당의 폭을 세라믹 분말로 코팅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 기술, 풍력발전의 핵심인 터빈 블레이드의 성능을 평가하는 이축피로 시험기술, 잘 휘어지고 잘 복원되며 인체에 무해한 플렉서블 타이타늄, 초경량소재 시장에서 활용될 난연성 마그네슘 개발, 기존 기술에 비해 2배의 강도, 70%의 가격저감 타이타늄 제조기술 개발, 무수소 DLC막의 후막화 성공, '분자 지문'이라는 라만 신호를 획기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금속나노구조체 개발, 다종 세라믹 3D 프린팅 신기술 개발 등입니다. 재료연구소의 규모는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2018년 기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평균 연구원이 401명, 예산이 1902억 원 정도인 데 반해 재료연구소는 연구원 214명, 예산 953억 원이에요. 순위로 하면 25개 연구기관 중 연구원 숫자 17위, 예산 19위죠. 하지만 1인당 연구 성과는 상위권입니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은 7위, 기술료는 5위 수준입니다."

 

"소재 연구 컨트롤 타워 필요, 재료연구원이 그 역할 할 것"

 

Q. 최근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연구소와 연구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일반 국민이 보시기엔 '연구소'나 '연구원'의 차이를 못 느끼실 수 있습니다. 둘 다 연구를 하는 곳 아니냐, 싶으신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원 승격은 더 이상 기계연구원 부설 기관이 아니라 독립 법인으로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립 법인이 될 경우 독자적인 연구기관으로서 자율성을 가져 중장기적인 소재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부족했던 연구인력을 확보해 더 깊은, 넓은 소재 연구개발을 할 수도 있고요."

 

Q. 더 깊고 넓은 소재 연구개발.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대두되고 있는 소재 국산화와 맞물리는 거 같은데요.

"그렇죠. 대한민국은 완제품 시장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무시 못 하는. 그런데 정작 그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요. 일본 수출 규제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죠. 소재 연구개발에 관심이 적으니 10년 이상 걸리는, 불확실성이 높은 소재 연구개발에 도전하는 일이 적습니다. 또 소재연구기관의 구심점이 될 기관도 없는 상태라 소재 연구를 하는 곳이 분산돼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가 원으로 승격된다면 현재 각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국내 소재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연구원으로 승격되면 연구 분야 확장이 있을까요?

"융합소재 연구개발이 주가 될 겁니다. 융합소재는 이름 그대로, 여러 단일소재를 융합해 기존 소재보다 좋은 소재를 연구개발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탄소복합소재가 대표적이겠네요. 내구성·내열성 등이 강한 탄소에 다른 소재를 융합해 사용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거죠. 융합소재의 강점은, 특정 범위가 아니라 산업전반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자동차나 비행기 따위를 강철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강철의 강도와 내구성은 갖춘 채 더 가벼운 탄소복합소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Q. 해외의 소재 연구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일본은 '물질재료연구기구(NIMS)'을 통해 연구인력, 자원 등을 집중해 소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17개의 재료연구소로 구성돼 있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FhG)'는 제조업 강국 독일의 일등공신이죠. 중국 역시 '금속연구원(IMR)'이라는 재료전문기관을 설립해 소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위기를 기회로

 

Q.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역사회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됩니다.

"만약 수출규제를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할 경우 지역사회도 타격을 받을 겁니다. 특히 기계공단인 창원의 타격이 우려됩니다. 공작기계가 밀집된 창원은 수치제어반, 베어링, 고철, 금속절삭가공기계, 강관 등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중 공작기계를 자동으로 조작하는 핵심 부품인 수치제어반은 일본 수입 의존도가 98.3%입니다."

 

Q. 부정적인 소식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일본 의존 소재 중 재료연구소의 기술로 대체 가능한 것도 있을 텐데요.

"고순도 동합금의 경우 지금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통하여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대체할 수 있죠. 티타늄도 상당 부분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연구소의 실험실 장비로는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갑니다. 월간 100t 정도 필요한데 100~200kg밖에 못 만드니까요. 양산할 수 있는 기술도 있지만 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만약 티타늄도 수출규제된다면 이것 역시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MLCC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이게 뭔가요?

"Multi Layer Ceramic Condencer, 줄여서 MLCC입니다. 우리말로는 적층세라믹콘덴서인데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하는 핵심부품입니다. 이 부품은 세라믹-고순도 니켈-세라믹-고순도 니켈 같은 식으로 세라믹과 니켈을 번갈아 쌓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여기에 필요한 고순도 니켈 기술을 재료연구소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사업화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MLCC가 들어가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TV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전기자동차 등에서도 활용됩니다. MLCC 역시 일본이 앞서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국산 제품, 소재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재 국산화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완제품조립기술, 소재가공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기술은 다릅니다. 소재산업은 2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나 기술이 바탕이 되는 산업입니다. 투자하더라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소재산업에 투자를 주저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일본은 이런 소재기술에 오랜 시간 투자해왔습니다. 앞서나가는 국가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투자와 집중이 필요합니다."

 

Q.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 무슨 말인가요?

"일본 경제에 대해 잘 아는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의 책 제목이자 평가인데요. 한국은 유행에 민감하고 빨리빨리 쫓아가는 분야에 강하고, 일본은 그런 속도보다는 장기간 누적해오는 것에 강하다는 겁니다. 완제품의 대한민국, 소재의 일본을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과 소재산업은 안 어울리는 거 아니냐, 하는 말을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가올 4차 산업은 속도 전쟁입니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 등.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굉장히 유리해요. 이런 곳에 필요한 소재는 단일소재가 아니라 융합소재가 많습니다. 4차 산업에 필요한 융합소재 시장은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만큼, 일본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과 기대가 있습니다."

 

소재 스마트데이터, 실증 단지 필요

 

Q. 소재 국산화를 해야 한다. 명제는 간단합니다. 문제는 그 방법일 텐데요.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장 급한 건 일본 수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들의 진단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소에 6개 본부가 있습니다. 각 본부에서 수출 규제 스마트데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소재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 소재는 어디에 쓰이는지. 소재의 기술연구·유통 세계 현황은 어떻고 국내 현황은 어떤지. 국내 재고량은 얼마나 있는지. 단기 대응책은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리고 왜 국산화되지 않았는지. 자료를 기반으로 대"

 

Q. 그런 데이터가 나온다면 저도 꼭 보고 싶네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료연구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습니까?

"구축한 스마트데이터를 기반으로, 품목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게 될 겁니다. 기술은 있지만 장비 문제로 양산이 안 되는 거라면 장비에 투자해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이런 경우는 6개월 내에 해결될 수 있죠. 또 연구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걸 기간별로 로드맵을 만들어 연구개발에 착수하게 될 겁니다. A 기술은 3년 안에 국산화, B 기술은 5년 안에, C 기술은 10년 이상, 세분화하는 거죠. 이후 각 기술에 대해 여러 기업과 기관과 협의해 문제를 헤쳐나가겠습니다."

 

Q. 소재 실증 단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걸로 압니다. 소재 실증 단지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소재 실용화 및 품질인증까지 한 번에 지원 가능한 소재 실증 단지(Test-Bed)를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나라 소재 연구개발은 각 기관이 각 지역에서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가 연구원으로 승격되더라도, 혹은 다른 컨트롤 타워가 생기더라도 이렇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비효율적이죠. 소재혁신을 위해 소재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대학, 출연 연구기관까지. 함께 기술개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적은 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실험실과 상용화 사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해야 합니다."

 

Q. 죽음의 계곡이 뭐죠?

"연구실에서 기술을 개발했지만 사업화에는 실패하는,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의 과정을 말합니다. '연구소나 중소기업이 소재를 개발해도 대기업이 안 쓴다'는 말이 많죠. 원천 기술과 실용화 사이의 갭이 죽음의 계곡입니다."

 

Q. 확실히. 불화수소만 하더라도 몇 년 전에 국산 기술이 개발했는데 사업화에 실패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대기업이 너무 안전한 길만 걸을 게 아니라, 국산 소재·부품에 장기적인 투자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겠죠. 그리고 연구자들은 단순 소재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해당 소재가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다른 요건을 면밀히 살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두 사이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구조로 중소기업이 일방적으로 피해 보는 관계가 아닌, 서로 Win-Win 하는 관계가 되도록 하는 역할이죠. 스마트데이터, 컨트롤 타워, 실증 단지 구축. 이런 것들이 갖춰진다면 더 나은 소재 연구개발이 가능할 겁니다."

 

도광양회, 소재강국 대한민국으로

 

Q.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의 반일(反日), 그리고 국산화를 통해 일본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극일(克日) 운동이 활발합니다. 하지만 이런 운동이 과열됐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소재 분야 전문가로서, 현재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글로벌 시대입니다. 모든 소재를 국산화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모든 소재를 해외에 의존한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극일을 주장하는 분들도, 또 그걸 우려하는 분들도 이해 갑니다. 이번 일은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광양회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비해 소재기술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이걸 극복해야죠. 우리를 쉽게 못 보도록 국산 기술을 길러야 합니다.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재기술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Q.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때문에 소재 연구개발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주로 화학 분야일 텐데. 실제로 우리나라 화평법, 화관법 규제 강도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정치의 영역이다 보니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잘 논의해서 좋은 결과 나오길 바랍니다."

 

Q. 해외와의 기술교류, 특히 독일과 협업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창원시의 지원으로 재료연구소 내에 한-독소재센터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재료연구소, 프라운호퍼 IKTS, 드레스덴공대 ILK연구소와 공동 주관하는 기관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독일 기술을 가져와 우리 기업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독일의 기술과 우리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이죠. 이를 바탕으로 그 분야 1등 기업, 히든챔피언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 드레스덴에 한-독소재센터에 대응하는 독-한소재센터가 설립됐습니다. 한국 연구원들이 독일에 가서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거죠. 자체 연구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앞선 기술을 가진 선진국과의 기술교류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Q. 여러 질문을 드린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 있다면 부탁합니다.

"앞에는 일본이 있고, 뒤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쫓고 쫓기는 상황이죠. 다만 중국은 양산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재 연구개발은 아직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소재 산업에 투자해서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바짝 달아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20년 전쯤에는, 각 분야의 국산화 비율 같은 게 항상 나왔었습니다. 어느 분야의 어떤 소재를 어느 정도로 국산화했나 하는 형태로요.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퍼스트 러너(First Runner)로서의 원천 기술 개발에만 치중한 거죠. 균형 있는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 미래 산업에 꼭 필요한 소재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집중 관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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