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성신RST를 창업한 박계출 회장

함안군 칠원읍에 위치한 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성신RST는 30년 세월 동안 오직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우수한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철도 강소기업이다.

2010년 첫 해외 수출을 시작한 후 아프리카 가봉을 비롯해 브라질, 사우디, 타이완 등에 잇따라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회장은 대내외 경제위기에도 최근 수십억 원을 들여 공장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며 세간의 주목를 받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이 고향인 박 회장은 마산 토박이다.

유년시절 대부분이 가난에 찌들려 소위 '의식주' 해결이 먼저일 때, 그도 가난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3남 1녀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당시 국민학교 때 변변한 학습지 한 권 못 사보고 나름의 학업에만 열중했단다.

고교시절 부인 윤정악 씨와 만나 수년 동안의 연예 끝에 결혼에 성공한 박 회장은 지금도 든든한 내조자요. 후원자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치켜세운다. 부인 윤 씨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자신도 없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에 덧붙여 아들 경택(42) 씨 자랑도 빠트리지 않는다. 아들 경택씨는 서울시립대학을 나와 미국으로 건너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성신RST에서 영업이사로 근무하면서 해외담당을 맡고 있어 회사로서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딸 보경(39) 씨 또한 아버지의 기업 정신을 본받아 철도차량 관련 사업에 매진하고 있어 가족기업이 아닌, 철도전문 기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키워나가고 있다.

부품 제작에서 완성차까지, 철도차량 전문 기업

 

Q. 오늘의 성신RST를 세운 자금은 어디서 마련하셨나요?

"약 30여 년 전쯤. 당시 회사에 다녔는데,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남는 월급을 푼푼이 모은 게 700만 원이더군요. 그 돈으로 당시 허름한 2층 양옥집을 샀는데, 2년 살고 나니 집값이 올랐고, 다시 그 돈으로 다른 주택을 사서 옮기고를 몇 차례 했더니 4억 원을 넘게 모았답니다. 은행에 돈 빌리지 않고, 이 자금으로 체질에 맞는 공장을 차렸고, 나름 원활한 가동으로 승승장구하게 동기였습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가 싶었던 꿈도 잠시. IMF 때 산업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었죠. 당시 대기업이던 현대와 대우, 한진 등의 국내 굴지의 회사가 빅딜로 합쳐지고, 중소기업 철도차량업체 또한 예외 없이 구조조정에 해당하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Q. 성신 RST의 주력 상품은 무엇입니까?

"성신RST는 1990년 4월 함안에 터를 잡았습니다. 창업 당시 철도차량 주행장치 부품제작에서 시작했습니다. 현대로템의 전신인 현대정공 협력회사로 함께 철도 제품 개발과 제작을 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은 주행장치는 물론 각종, 동력차량과 철도 보선장비, 화물 수송 차량을 생산해 국내와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달로 철도의 고속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여객열차, 입환기관차, 특수목적차 등 차별화된 기술력과 아이템으로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경기가 불안한데도 수십억을 들여 공장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이유가 있습니까?

"대외 경제가 불확실해지며 지역의 수많은 기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가진 기술을 생산품이라는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과 자본이라는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가치 있는 제품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쌓은 기술은 위기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됩니다. 철도 제품 주기는 보통 20~30년으로 보는데 향후 그 시기가 도래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찾아온 황금시대에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고 경쟁사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고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Q. 최고의 경쟁력은 기술인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나요?

"지금의 사회는 그야말로 무한경쟁 시대입니다. 기업 간 경쟁은 최고의 기술, 차별화된 기술이 있느냐 입니다. 기술이 없으면 1등 기업도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기술 확보를 위해 성신RST는 지난 2007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지역의 인재들과 관련 분야 최고 전문 연구원들이 차량설계팀과 연구개발팀으로 나눠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생산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성신RST 부설 연구소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연구소 인정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7개의 특허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R&D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기업은 기술력과 함께 브랜드가 경쟁력인데 이를 위한 전략이 있습니까?

"무엇보다 성신RST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대기업 협력사로의 이미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기술력을 가지고 생산한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해외 경쟁을 펼쳐왔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성과를 내기도 했고 제품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것이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경쟁력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품질은 전 임직원이 나사 하나를 조이는 보잘것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장인 정신을 갖고 임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손끝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성신의 이름을 알릴 것입니다."

 

일본 수출 규제 품목 확대하면 피해 불가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관계 무너질 수 있어

 

Q. 함안상공회의소 회장직도 맡고 계신 데,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정경 분리를 고수해왔지만 일본의 이같은 결정은 외교적 사안을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보복한 것이어서 앞으로 한·일 경제와 교역 전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수출 규제가 지속할 경우 양국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도 무너져 다시 신뢰를 쌓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규제를 철회해 주길 바랍니다."

 

Q.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함안 지역 피해가 있습니까?

"일본은 함안군의 2번째로 많은 수출입 국가입니다. 올해 일본과 수출과 수입 등 거래한 기업만 80개가 넘습니다. 지난해 대일 수입액만 81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14% 정도 됐습니다. 올해도 상반기 수입액이 4300만 달러나 됩니다. 대부분 제조 과정에 필요한 제품으로 일부 품목은 일본산 의존도가 80%가 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지난달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입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때문에 당장 수출 규제로 말미암은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본이 품목을 확대한다면 피해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Q.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그동안 대한민국은 포괄허가를 받아 수입해 왔지만 수출 규제로 개별허가로 변경되면서 절차와 조건이 까다로워져 기업들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생산에 차질을 주게 되고 결국 기업은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지역의 주력 업종 중 하나인 공작기계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만약 일본이 반도체에 이어 추가로 공작기기에 대해 규제를 한다면 관련 기업이 많은 함안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 최근 경남상의협의회는 산자부와 전략물자관리원 등과 함께 수출 규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기업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대응책을 마련해 대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경남도와 함안군에 세제 지원과, 긴급 경영안전자금 지원 등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관내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는 등 기업이 피해가 없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박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다른 나눔실천에도 앞장서는 기업인이다.

박 회장은 창업 이후 지역 발전을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필요한 곳에 기부를 서슴지 않았다. 대다수 기업인이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기부를 하는 세태와는 남달랐다. 기업이 어렵더라도, 언제나 이웃을 위해 나눠야 한다는 철학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 회장은 회사가 터를 잡은 칠원읍에 대한 애착이 컸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외부로 알려진 기부액만 3000만 원이 넘고, 2016년 이전 칠원읍에 기부한 금액을 합치면 수억 원에 달할 정도다.

또한 박 회장은 1억 원 이상 고액을 기부한 개인에게 자격이 부여되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1억 원을 기부했고, 이어 부인 윤정악 성신RST 대표도 나눔에 동참해 부부가 함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록됐다.

앞서 2014년 박 회장의 동생인 박병출 태현메가텍 대표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록됐다. 가족 3명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사회로부터 보살핌과 지원을 받아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다"며 "작은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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