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위
"엄마, 그래도 요즘 날씨 정도면 살 만하지 않아?"
"뭐 아직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8월도 있고 9월까지 가 봐야 알지."
"작년 이 맘 때는 얼마나 더웠는데."
그래, 세상에는 살 만한 이유만큼 못 사는 이유도 있고
못 사는 이유만큼 살 만한 이유도 있단다.
못 살겠는데 살아야 하는 한 가지 이유로 살아내기도 하고
살 만한데 딱 한 가지 이유로 못 살아내기도 하지.
어쨌든 살 만한 이유를 잘 찾아내는 모습이 흐뭇했다.
2. 하늘
그러니까 뭔가 갑갑해 보이는 모녀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선루프를 열고 달리는 차 안에서 시야를 하늘에 잘 맞추고
상상력만 조금 발휘하면 마치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상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비행 방법 아닐까?
"햇빛 때문에 눈부셔."
"하늘이 맑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나."
엄마와 네가 한마디씩 하더구나.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지.
그나마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는 짧은 소감이
네가 엄마보다 약간 착하다는 증거겠다.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