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작업 이기려 고단백 식사
쇠고기로 만든 음식 즐겨 먹어
식재료 소꼬리로 작품 설명도
고기 굽기 정도는 미디움 선호
식사 때 아내 샐러드 곁들여
각종 채소에 젓갈장 가미 특색

문신(1923~1995)은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다. 문신을 흔히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라고 칭하지만 그가 태어난 곳은 일본이다. 그는 5살에 아버지를 따라 마산으로 왔고 유년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는 일본과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마산을 그리워했다. 1980년 귀국 후부터 15년 동안 손수 문신미술관 건립에 힘써왔고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그의 유언에 따라 2003년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됐다. 그래서 문신과 마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취재 전 문신이 좋아한 음식에 대해 생각했다. 바다를 낀 도시에서 살았으니 아귀찜이나 생선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으레 짐작했다. 하지만 웬걸, 문신 부인이자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인 최성숙(73) 씨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바로 소고기 스테이크다.

◇에너지원이 된 고기 = 문신 작품의 상징은 바로 좌우대칭(symmetry·시메트리)이다.

그는 대칭의 세계를 지향하지만 절대적인 대칭은 아니다. 정준모 큐레이터는 '대칭과 비대칭-문신의 삶과 예술'에서 말하길 "대칭 속에 비대칭이 숨어있다"며 "문신은 대칭 속에 미묘한 비대칭적 요소를 삽입시키면서 동적인 또 운동을 향하는 원자들의 분열을 꾀한다"고 했다.

최 관장은 프랑스 평론가 자크 도판느가 문신에게 '당신의 작품이 왜 시메트리냐'고 물었을 때 문신은 소꼬리뼈를 보여줬다고 했다.

문신은 먹고 남은 소꼬리뼈를 평론가에게 보여주며 "(이 소꼬리뼈처럼)내 작품은 대칭처럼 보이지만 비대칭적이다"고 설명했다.

근데 왜 갑자기 소꼬리뼈가 튀어나왔을까. 최 관장에 따르면 문신은 스테이크와 꼬리곰탕을 즐겨 먹었다. 프랑스인들은 소꼬리뼈를 즐겨 먹지 않아 가격이 쌌고 무엇보다도 소고기와 꼬리곰탕은 그의 중요한 에너지원이 됐다.

▲ 소 안심을 미디엄 굽기로 구운 스테이크와 최성숙 명예관장 레시피대로 젓갈장을 가미해 만든 샐러드. /김민지 기자
▲ 소 안심을 미디엄 굽기로 구운 스테이크와 최성숙 명예관장 레시피대로 젓갈장을 가미해 만든 샐러드. /김민지 기자

최 관장은 "조각하는 게 완전 노동이에요. 말도 못해. 그 당시 선생님은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사흘은 작품을 했어요. 쉴 수가 없었죠"라며 "고단백을 먹어야 일을 하니까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궈서 소고기를 굽고 소금 후추를 뿌려서 먹었어요. 별다른 양념 없이"라고 말했다.

문신의 작가노트를 보면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알 수 있다. "나는 이곳 파리에 온 그날부터 우선의 제작생활을 위해 생계를 돕고자 옛 석축건물의 헐은 돌들을 들어내고 새롭게 돌 또는 시멘트에다 광물성 물감을 혼합하여 옛돌과 같은 빛깔을 내어붙여 굳은 뒤에 다듬고 쌓아올리는 일을 했었다. 무척 힘들고 고된 작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아침 겸 점심을 마치고 아틀리에는 하오 2시 이후다. 그리고 5~6시간의 제작시간이 계속된다. 그 이상의 조각 제작은 힘들어 계속 할 수 없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 = 문신은 요리를 곧잘 했고 아무거나 잘 먹었다. 최 관장은 일례를 소개했다.

"1980년대 문신 선생님과 함께 처음 마산에 왔을 때 제가 아팠어요. 유사장티푸스에 걸렸는데 음식이 잘 안 맞았나 봐요. 의료원에 입원했다가 부산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어요. 그때 문신 선생님이 걱정됐는지 우동 국물을 만들어 굵은 파를 썰어서 줬어요. 감칠맛이 있어 맛있었어요. 정말 요리를 잘해요."

문신은 스테이크와 함께 최 관장이 만들어준 샐러드를 즐겨 먹었다. 스테이크와 샐러드의 요리법을 최 관장에게 물었다. "별거 없어요. 프라이팬을 뜨거운 불에 달구어서 스테이크를 굽기만 하면 돼요. 기름을 따로 넣지는 않고 생고기를 굽다가 피가 줄줄 흐르면 뒤집어서 소금, 후추 뿌려서 마저 구우면 돼요. 소스는 따로 안 하고. 문신 선생님은 미디엄(medium)을 좋아했어요."

샐러드 요리법은 로메인 등 다양한 종류의 상추와 과일, 토마토, 양송이버섯 등에 프렌치 소스를 끼얹으면 된다.

프렌치 소스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묻자 최 관장은 "올리브오일에 생마늘 빻은 거, 젓갈장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젓갈장은 갈치, 멸치 아무거나 넣으면 되고 거기에 고춧가루나 두반장을 첨가하면 더 맛있다고 했다.

문신은 매운 음식을 잘 못먹었고 술은 먹긴 했으나 잘 먹지 않았다.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아침은 빵과 커피 등 서양식으로 먹었다. 마산에서 즐겨 먹던 음식은 장어구이였다.

▲ 최성숙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명예관장과 조각가  문신 부부. /경남도민일보 DB
▲ 최성숙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명예관장과 조각가 문신 부부. /경남도민일보 DB

최 관장은 "마산 진동 장어구이를 좋아했어요. 진동 다리 건너 외할머니집이 있었나 봐요. 전 지금도 먹으러 가요. 사람들 데리고. 여름에 먹으면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최 관장과 인터뷰를 한 후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샐러드를 만들었다. 프라이팬에 구운 스테이크를 즐겨 먹은 문신과 달리 간편하게 오븐에 구웠다. 간편 조리 버튼만 누르면 15분 만에 스테이크가 완성됐다.

샐러드는 최 관장이 알려준 대로 만들었다. 약간 비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늘의 알싸한 맛이 젓갈의 비린 맛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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