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숟갈에 더위는 스르르…
눈꽃·과일빙수 대세라지만 으뜸은 오리지널

날이 더워지면 카페에 등장하는 메뉴 빙수. 눈처럼 하얀 얼음 위에 팥이 한가득 올려져 있는 팥빙수부터 제철 과일들이 형형색색 올려져 있는 과일빙수까지 다양한 토핑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빙수의 계절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올라간 빙수보다 오로지 '얼음과 팥, 우유'만 있는 오리지널 빙수를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국내산 팥을 직접 삶아 손님에게 내놓는 박봉기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박 작가는 자연적인 소재, 이를테면 나무와 같은 소재를 이용해 설치 작업을 하는 조각가인데요. 오랜만에 그를 만났습니다.

김민지: 작가님, 얼마 만입니까. 반가워요.

박봉기: 그러게요. 어쩐 일이십니까.(웃음)

김: 팥빙수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죠.(카운터 메뉴판에 '국내산 팥빙수'가 보인다) 재료가 특별한 거 같은데요?

박: 전남 나주 공산면에서 나는 팥과 ○○우유 1등급, 경연대회서 상을 받은 떡을 이용해 만듭니다. 그릇은 송광옥 도예가 작품인데 지금은 날이 너무 더워 놋그릇에 내놓고 있어요.

김: 맛있겠는데요? 그럼 팥빙수 하나랑요.

이서후: 커피 한 잔도요.

김: 전 팥을 좋아해요. 팥죽, 팥칼국수…. 빙수도 팥만 들어간 거 좋아해요. 선배는요?

이: 차가운 걸 많이 못 먹는데 여기서 파는 팥빙수는 나한테 맞았어.(이서후 기자는 이곳에서 파는 팥빙수를 이미 맛보았다) 사실 요즘 빙수는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평범한 팥빙수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

김: 맞아요. 전 심플한 팥빙수가 좋아요. (이때 박 작가가 놋그릇에 담긴 팥빙수를 가져다주었다)

박: 그런데 젊은 분들은 안 좋아하더라고요. 빙수에 과자도 올리고, 과일도 올리고 이런 걸 기대하는지….

김: 우리 벌써 늙은 건가?(웃음)

이: 팥빙수는 일단 팥이 맛있어야 해.

박: 맞아요. 프랜차이즈에서는 국산 팥 잘 안 쓰고 중국산을 대량으로 써요. 어렸을 때 팥을 좀 먹어본 분들이야 국내산과 중국산 팥의 향과 맛을 구분할 수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많죠. 국내산 팥은 중국산보다 3배 정도 비싸요.

김: 카페에선 통조림 팥을 쓰는 것 같아요. 카페에 가면 통조림통이 보여요.

박: 그렇죠. 보통 파는 제품을 사서 쓰죠. 거의 중국산이고. 벌레를 없애기 위해 방부처리를 하는데 그게 팥의 향을 떨어뜨립니다.

놋그릇에 담긴 팥빙수가 하나의 작품 같았습니다. 몽글몽글한 팥이 그릇의 3분의 2 이상을 덮고 있었고요. 팥성애자에게는 안성맞춤이죠. 우유를 품은 얼음과 팥 그리고 떡을 함께 숟가락 위에 올려 먹었는데, 스르르 얼음이 녹으면서 우유의 고소함이 입안으로 점점 퍼졌습니다. 이때 팥 알갱이가 톡 터지면서 달금함을 선사했는데요. 떡의 쫄깃한 식감은 계속 입안을 춤추게 했습니다. 팥은 많이 달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단맛이었습니다.

김: 초등학교 때인가?(20여 년 전 이야기다) 빙수기를 사서 직접 집에서 빙수를 만들어 먹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저희 집에는 없었는데 사촌 동생집에 있었거든요. 정말 부러워서 엄마한테 우리도 저거 사자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마트에서 연유와 팥을 사서 빙수를 만들어 먹었던 거 같다.

김: 몇 년 전인가? 부산에서 한참 설○이 유행이었거든요. 콩가루와 인절미만 올려진 빙수요. 그거 먹으려고 부산 남포동까지 가서, 줄도 한 한 시간 섰나? 그래서 먹었는데 '대박'. 완전 맛있었어요. 그땐 그런 빙수가 없었잖아요. 지금은 프랜차이즈화돼서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됐지만.(2013년 4월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로 고소한 콩가루와 잘게 자른 인절미를 올린 빙수가 대표적이다)

이: 맛있지. 시원하고.

김: 과거보다 빙수가 화려해지고 가격도 비싸진 것 같아요.

이: 빙수가 예전 카페에서 파는 파르페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화려하고 다양한 맛이 나고.

김: 선배 혹시 캔○○라는 카페 알아요?

이: 처음 들어보는데.

김: 창원 정우상가 2층에 있었는데 그네에 앉아서 빙수를 먹었어요. 팥빙수를 시키면 구운 식빵과 생크림이 나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식빵은 무한 리필이었던 거 같은데…. 팥빙수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는 게 특징이었고 당시 유행하던 눈꽃빙수도 팔았어요.(눈꽃 제빙은 국내업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입자가 솜사탕처럼 고와 입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특징이다) 싸이월드에 빙수 먹는 사진을 올렸던 기억이… 하하.

이: 카페에 팥빙수는 꼭 있어야 하는 메뉴다. 한 카페 주인은 팥빙수를 뺐다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다시 만들었다고 하더라.

김: 그럼요. 예전 팥빙수는 큰 그릇에 나와서 여러 명이 먹었는데 어느 순간 일인용 빙수가 나오더라고요.

이: 난 여러 명 같이 먹으면 빙수를 시키지만 혼자서는 절대 안 시켜 먹지.

◇팥빙수 유래 = 팥빙수는 일제강점기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잘게 부순 얼음 위에 단팥을 얹어 먹는 일본식 빙수에서 유래됐다. 팥빙수에도 트렌드가 있다. 1970∼1980년대는 얼음과 단팥, 연유, 미숫가루 등이 더해진 팥빙수가 유행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눈꽃빙수, 멜론·망고 등 생과일 빙수, 컵빙수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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