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 지식을 배우는 것. 효율적이고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게 옳은가, 에 대한 의문도 제시되고 있다. 교과서 중심의 ‘지식교육’보다 창의력이나 인성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진로교육 역시 지식교육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교육 방식 중 하나다. 이런 교육 트렌드에 발맞춰 일부 지자체에서는 진로교육을 돕는 기관을 지정·지원하고 있다. 강대하(66) 센터장이 맡고 있는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도 그중 하나다. 강 센터장은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어느 방식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은 오만”이라며, “학생들이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에 대해, 그리고 강 센터장이 이야기하는 진로교육과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대하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이종현 기자
강대하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이종현 기자

물리 전공의 교사 출신

강대하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있는 김해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를 찾았다. 산업단지 초입부에 있는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가 목적지. 주촌이라는 위치 특성상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골든루트산업단지 덕분인지 교통편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강 센터장은 교사 출신이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과를 나와 과학선생님이 됐다. 고향인 산청 생초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남해상업고등학교, 마산고등학교, 진해고등학교 등을 거쳤다.

“제가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닌 편입니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산청 생초고등학교에서도 쫓겨난 거예요. 당시 교장선생님이 당시 실습비를 용도변경해서 다른 데 쓰려 한다든지,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바꾸려 간다든지, 이런 거에 반발을 많이 하니까 남해상고로 쫓겨났죠. 근데 간 남해상고에서도 교장선생님이랑 마찰이 있었어요. 그때는 수우미양가 절대평가를 하던 시기인데, 시골 학생들이 대도시 학생들이랑 겨루려면 내신 성적이 잘 나와야 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최대한 문제를 쉽게 내서 학생들 성적이 높게 나오도록 하라고 하셨죠. 그런데 제가 담당하는 과목이 물리다 보니. 쉽게 내도 학생들이 ‘수’ 받기 어려워하는 거예요. 교장선생님은 더 쉽게 내라, 저는 이거 이상 어떻게 쉽게 내냐. 이런 식으로 많이 부딪히다 결국 양산으로 옮기게 됐어요.”

강 센터장은 교직 초기 승진에 미련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 보면, 미련이 없었다고 하기보다는 승진에 대해 부정적임 감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평교사로 임기를 마치고 싶었다는 그가 관리자, 교감·교장이 된 배경이 있을까.

“처음에는 승진에 대한 미련이 없었습니다. 평교사로 퇴직하면 부끄럽다, 이런 분위기가 싫었어요. ‘아이들 잘 가르치는 데 몰두해야지, 승진 욕심부리면 그게 선생이냐’ 하는 말도 했었죠. 그러면서도 ‘내가 하면 저거보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같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점점 커져서 고성교육청장학사, 창원여고 교감을 거쳐서 진해용원고등학교 교장을 맡았었습니다. 이후 봉림고등학교, 창원과학고등학교에서 교장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창원과학고등학교다. 2대 교장을 지냈지만, 그 전에 창원과학고등학교 개교를 위한 업무 전반을 강 센터장이 맡았다고 한다.

“진해용원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창원과학고등학교 개교 업무를 맡았습니다. 일반고도 아니고 과학고다 보니 이런저런 일이 많았어요. 이후 창원과학고등학교가 개교하면서 잘 마무리됐지만, 창원과학고등학교 교장으로 발령 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학교에서 여러 문제가 터졌어요. 제가 개교 업무를 맡은 걸 아는 학부형들이 저를 과학고로 발령하라는 시위도 하셨고. 결국 과학고 2대 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불 끄는 소방수 역할이었던 셈이죠. 여기서 제 역할을 하고 2015년 퇴직했습니다.”

교직을 마친 강 센터장이 다시 교육 현장에 불려오게 됐다. 센터 설립 건이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요즘, 해당 업무를 잘 맡을 사람으로서 센터 운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재임 중일 때도 진로, 체험학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진해용원고등학교 교장으로 지낼 때 여러 실험을 많이 했어요. 창원대학교 수학, 과학 교수를 초빙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미래에는 코딩 같은 기술이 유용하지 않을까 해서 방과후 교육과정으로 코딩을 가르치기도 했고. 뷰티나 물류 같은 쪽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도 전문 교수를 불러 가르쳤었습니다. 공부가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할 순 없다는 걸 다들 알면서도 외면합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학생들의 적성이 뭔지. 학생들이 잘하는 게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창업챌린지캠프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스타트업 창업챌린저캠프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진로교육지원ㅍ센터. 이름부터가 진로교육을 지원하는 곳이다. 김해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돕는 역할을 할 거라 추측된다. 강 센터장에게 직접 센터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물었다.

“저희 센터는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학교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기존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진로교육을 꿈꿉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전문 직업인이 직접 학교에 찾아가 그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전문 직업인 특강 △쉬이 접할 수 없는 직업의 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진로체험캠프 △학생들의 진로·진학 상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코치 심화연수 등이 있습니다.”

센터의 사업 설명을 들어 보니 주 역할은 전문 직업인과 학교, 학생들과의 연결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 연결 사이에서 센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저희의 주요 역할은 학생들과 만날 전문 직업인이나 기업, 체험처의 발굴입니다.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분을 섭외하고, 기업에 홍보관 따위를 방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등의 역할이죠. 또 김해에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직업인, 기업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때를 대비해 다른 지역의 전문가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찾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기관과 협력해 인적 네트워크도 구성해 뒀습니다.”

진로교육의 대상은 학생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사업은 교사나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도 있다. 자연히 일이 많아진다. 일손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한데, 어려움은 없을까.

“저희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 4명입니다. 전체적인 운영을 하는 제가 빠진다면, 3명이서 실무를 맡는 셈이죠.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해는 인구가 50만이 넘습니다. 또 인구 비중 상 학생 인구가 많은 도시예요. 그런데 지금 4명으로 운영되는 센터로는 커버하기 어렵죠. 물론 저희만 이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 센터는 김해교육지원청과 김해시 공동 출자로 운영되고 있는데, 김해교육지원청의 경우 경상남도교육청의 예산을 받아서 지원하는 거예요. 경상남도교육청은 김해뿐만 아니라 창원, 양산, 통영 등 다른 센터에도 지원을 해줘야 하고. 도교육청의 예산이 한정돼 있는 건 저도 잘 알다 보니, 쓴소리를 하기도 불편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시에서는 더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잘 다듬어봐야죠.”

부산의 진로교육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진로교육 자체는 경남도가 상당히 잘 돼 있습니다. 센터 설립도 빠른 편이고요. 제가 부산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은, 부산은 구마다 진로교육지원센터가 설립돼 있습니다. 경남은 어떤가요. 서부경남에서 제일 큰 도시인 진주조차도 진로교육지원센터가 없어요.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에도 한 곳뿐이죠. 진로교육이라는 건 당장 공교육에서 자체적으로 하기 어려운 교육입니다. 이를 총괄할 기관이 필요하고, 그게 진로교육지원센터예요. 그런데 이런 센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또 센터의 유무를 떠나서, 지역 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마련돼야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그런 이벤트성 기획이 아니라. 적어도 학기에 두세 번은 갈 수 있는. 일상 교육에 녹아들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으면 합니다.”

강 센터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소정의 성과는 거뒀다”며, 센터의 가시적 성과도 소개했다.

“사람이 부족한 건 맞지만, 그래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 내에서 자랑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자부합니다. 2017년 운영 첫해에 자유학기제 지원 우수사례로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2018년에는 저희 센터에서 계신 박주언 팀장님이 진로교육 우수협력 프로젝트 사례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으셨고요. 상을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이런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진로교육 관련해서 저희 센터에 자문을 요청하거나 강의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토요 생생 체험 플로리스트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토요 생생 체험 플로리스트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교육은 다양화되어야 한다”

강 센터장은 ‘교육은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는 거다.

“’어떤 교육이 정답이다’ 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제가 말하고 있는 진로교육 역시 마찬가지고요. 만약 교육에 정답이 있다면, 그 교육 방식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틀린 학생’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선 안 된다는 게 제 교육 지론입니다. 학창시절에 성적이 나쁘면, 그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실패하게 되나요?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학창시절에 문제아가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정말 우수한 학생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요. 각자의 적성, 개성이 있는데, 기존 지식교육의 틀에 맞지 않는다고 틀린 학생, 나쁜 학생으로 정의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진로교육, 체험학습, 대안학교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 센터장이 그리는 바람직한 교육의 청사진은 무엇일까.

“사회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의대 가서 의사 되는 것, 사범대 가서 교사 되는 것, 법학과 가서 사법고시 치러 변호사 되는 게 인생의 성공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런 ‘사’(士) 들어가는 직업이 최고인 사회가 아니에요. 아이돌이 될 수도 있고, 인기 유튜버가 될 수도 있고, 유명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있고. 직업이 다양화됐습니다. 그리고 다양해진 직업 이상으로 학생들도 다양해졌고요. 이런 학생들을 위해 교육이 세밀화, 소규모화되길 바랍니다. 각 학생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교육의 소규모화. 진로교육의 확대.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학생 개개를 위한 교육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인력과 제도 따위가 필요하다.

“옳은 지적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공교육인 지식교육을 중심 교육으로 삼고. 점진적으로 공교육에 진로교육을 포함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당장의 변화가 어렵다고 마냥 손 놓으면 안 됩니다. 포기해서 안 되는 일이잖아요.”

바리스타 체험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진로교실 바리스타 체험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사고, 학생인권조례안 

진로교육 활성화라는 강 센터장의 이상의 걸림돌은 또 하나 있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수능을 위한 과정이라는 쓴소리가 많다. 기자 역시 이에 공감한다. 자기 개성, 적성에 맞는 진로교육을 늘린다면, 진로교육에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은 수능이라는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평가는 수능의 본래 취지에도 벗어난 일이에요. 대학 입시 변별력을 위해 상대평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 변별력은 각 대학이 할 일이죠. 공교육의 일이 아닙니다. 상대평가이기에 지나치게 경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교육에 월 수백, 수천만 원씩 쓰게 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삶을 누리지도 못하고 공부만 하게 되는 거고요. 각 대학에서 면접을 하든, 시험을 치든 해서 학생들을 변별하도록 하고. 공교육은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측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교육계에서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저는 감사를 철저히 하는 조건 하에, 사학에 대한 문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느 시대나 교육에서 사학의 역할이 컸습니다. 사학이 공학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면 사학을 갈 이유가 없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학은 빨리 변화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 공학은 그 사학의 장점을 흡수하죠. 그러면 사학은 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하고. 이런 식으로 선순환하며 교육이 발전돼 왔습니다. 물론 교육이라는 궤에서 벗어난다면 그에 대한 견제는 필요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할 테고요. 하지만 ‘사학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찬반 이슈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재직 초기부터 교장선생님이랑 부딪히던 ‘삐딱한 사람’입니다. 억압보다는 자유를 좋아해요. ‘화장하는 걸 잡지 말고, 학생답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라’. 이 문구면 제 생각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네요.”

센터에 대한 가벼운 궁금증부터, 현행 교육 문제까지. 여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 센터장은 교직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행 교육의 문제점도 여럿 짚었다. 끝으로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위한 변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는 교육자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학부모는 학부모답게. 교직에 있으면서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 학부모의 인식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한발 늦지만, 그거에 따라 선생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는 아직도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교육이라는 건 선생이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선생이, 학생이, 그리고 부모가 함께하는 거죠. 홀로 깨우칠 일이 있고, 학교에서 가르칠 것이 있고, 가정에서 가르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학생들은, 가정에서 교육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간섭과 통제를 못하니까 학교에서 대신해주길 원하는 학부모도 많습니다. 이걸 단순히 학부모의 탓으로 돌릴 순 없습니다. 맞벌이가 일상화됐으니까요. 정부, 교육계, 학생, 학부모. 각자의 위치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 대한민국의 교육이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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