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생선·젓갈류 즐겨 먹어
가자미보다 길쭉·5~6월 제철
비린 맛 없어…무침회는 진미
찜·조림, 말린 서대와 감자·마늘 궁합 딱

산청 출신 윤이상(1917~1995)은 자신의 음악은 "고향 통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살부터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은 그에게 음악적 영감, 토양이 됐다.

"아버지는 종종 나를 데리고 밤에 고기를 낚으러 바다로 가셨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용히 배 한가운데 앉아서 고기가 뛰는 소리와 다른 어부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루이제 린저와의 대담 중)

그렇다면 윤이상이 좋아했던 음식은 무엇일까. (왠지 해산물일 것 같은데…빙고!) 어릴 적 통영에서 자란 영향으로 그는 생선과 젓갈류를 즐겨 먹었고 특히 생선 중에는 '서대'를 좋아했다고 한다.

▲ 서대는 납작한 생선으로 두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 가자미보다는 몸통이 가늘고 길쭉한 편이다. /김민지 기자
▲ 서대는 납작한 생선으로 두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 가자미보다는 몸통이 가늘고 길쭉한 편이다. /김민지 기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 윤이상은 자신이 만든 선율이 동네 영화관에서 연주되는 것을 듣고 작곡가의 꿈을 꾸게 된다. 그는 일본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귀국 후 음악교사로 일했다.

그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서른아홉,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프랑스 파리로,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이후 윤이상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세계 음악계를 사로잡는다. 음악적 성취를 이뤄가던 시기, 그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후 2018년 그의 유해가 사후 23년 만에 통영에 안장됐다.

유럽 평론가들은 윤이상을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으로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윤이상평화재단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정부 지원금이 끊기기도 했다.

▲ 작곡가 고 윤이상. /통영국제음악재단
▲ 작곡가 고 윤이상. /통영국제음악재단

◇가죽신 깔창같이 생긴 생선 = 서대는 가자미와 비슷하게 생겼다.(하지만 서대는 가자미보다는 몸통이 가늘고 길쭉한 편이다) 서대는 모양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조선시대 가죽신 바닥과 닮았다고 하여 서대를 혜대어(鞋帶魚) 혹은 길이가 소 혀만 하다고 해서 설어(舌魚)라고 했다.

서대는 몸이 납작하고 눈 2개가 머리 한쪽에 있다. 펄과 모래가 섞인 연안의 얕은 바다 밑바닥에서 서식한다. 눈이 있는 쪽은 갈색,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난다. 특히 남도지역 사람들은 제사상에 서대를 올리거나 행사 때 즐겨 먹는다. 서대 제철은 5~6월이다.

서대는 다른 생선과 비교해 비리지 않은 게 특징이다.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하며 담백하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가 많다. 또한 칼륨과 인이 풍부해 혈압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다.

서대를 이용한 음식은 회나 조림, 찜, 매운탕 등이다. 특히 서대회는 전남 여수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10미(味) 중 하나다. 서대회는 서대를 가늘게 썰어 막걸리식초에 고추장을 버무려 무쳐내는 음식이다. 오독오독 살아 있는 식감에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 서대찜 준비 재료.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쪽파, 마늘, 실고추 그리고 서대. /김민지 기자
▲ 서대찜 준비 재료.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쪽파, 마늘, 실고추 그리고 서대. /김민지 기자
▲ 서대조림 준비 재료.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감자, 풋고추, 마늘, 쪽파, 붉은 고추, 양파, 서대. /김민지 기자
▲ 서대조림 준비 재료.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감자, 풋고추, 마늘, 쪽파, 붉은 고추, 양파, 서대. /김민지 기자

◇담백한데 자꾸 끌리네 = 엄마의 손을 빌려 서대찜과 서대조림을 만들었다. 주재료인 국내산 말린 서대를 지인에게 요청했다. 서대 길이는 여자 손으로 두 뼘 정도. 한 마리에 1만 원이었다. 몇 마리 사니 덤으로 중국산 서대를 줬는데 국내산보다 신선도가 떨어졌다.

먼저 서대찜부터다. 말린 서대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 나중에 서대가 찜솥에 들러붙지 않도록 나무젓가락을 찜솥에 깔고 그 위에 씻은 서대를 가지런히 놓는다. 10분 정도 찐다. 뚜껑을 열고 서대 위에 쪽파와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는다. 이후 뚜껑을 닫고 김을 한번 쐬고 먹으면 된다.

서대 조림은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마 육수 네 숟가락에 마늘 한 숟가락, 진간장 네 숟가락, 고춧가루 세 숟가락, 매실진액 한 숟가락, 후춧가루 약간을 넣고 젓는다. 다시마 육수가 없으면 그냥 물을 넣어도 된다. 서대 조림에 필요한 부재료는 풋고추 2개, 붉은 고추 2개, 쪽파 반줌, 양파 반쪽, 감자 2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먼저 냄비에 감자를 깔고 그 위에 양파를 깐다. 다시마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끓인다. 감자가 중간쯤 익으면 먹기 좋게 잘라 놓은 서대를 넣는다. 서대는 납작한 생선이라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 10분 정도. 이후 뚜껑을 열어 풋고추, 붉은 고추, 쪽파, 기호에 따라 버섯 등을 넣고 조금만 더 끓여서 먹으면 된다.

이제 맛을 볼 시간. 갓 지은 하얀 밥, 열무김치와 함께 서대 요리를 먹어보았다. 서대찜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감은 부드러우면서 쫄깃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이나 노인, 서대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다음은 서대조림. 자글자글 끓는 소리와 붉은 양념부터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서대찜은 담백했는데 서대조림은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맛이 고기에 배어 손이 더 간다. 적당히 졸여진 양념을 숟가락으로 떠 하얀 밥 위에 올려 쓱쓱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감자를 숟가락으로 으깨 밥이랑 같이 비벼 그 위에 아삭한 열무김치랑 먹으니 식감이 재밌다.

▲ 완성된 서대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김민지 기자
▲ 완성된 서대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김민지 기자
▲ 서대조림.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붉은 양념과 함께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김민지 기자
▲ 서대조림.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붉은 양념과 함께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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