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름달(5월)은 이름값을 하듯이 더위로 여러 날을 채웠습니다. 춥다는 말을 안 쓰게 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덥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좀 더 자주 더 많은 날을 더위와 함께해야 할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자’라는 철마디(철기)가 온여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장마와 함께 찾아올 무더위 잘 견디시며 시원하게 보내시길 비손합니다.

입내

뜻: 소리나 말로써 내는 흉내

여느 날보다 일찍 나오면서 아이들을 태워 주기로 했습니다. 큰애를 내려 줄 때만 해도 좋았는데 골목으로 들어서 줄지어 길을 꽉 채운 수레들을 보니 늦겠다 싶었습니다. 샛길로 돌아서 갔지만 작은애를 내려주고 배곳(학교)에 오니 수레 댈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일찍 나와 일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바쁜 걸음을 쳤습니다. 아침모두모임도 있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까지 겹쳐서 더 바빴습니다. 할 일을 챙겨 적어 놓고 보내는 걸 깜빡 잊을 만큼 말입니다.

마을 갈배움길(교육과정) 일에 마을배곳(학교) 일까지 챙겨서 하고 일꾼모임을 하고 나니 배곳 일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토박이말 교육 연구회 일에 갈침이 모임까지 생각하느라 쉴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버이 모임이 잘하고 있는 만큼 갈침이 모임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나가서 아무도 없는 배곳(학교) 뒤쪽에 세워 두었던 수레에 탔는데 얄궂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로 산 수레를 타 본 사람들이 수레에서 얄궂은 소리가 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푸르스름한 빛과 함께 들리는 소리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요.

어떤 사람은 바람 소리 같기도 하다는 수레에서 나는 그 소리는 입내 내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수레들은 다 힘틀(엔진) 소리가 들리는데 제 수레에서는 그런 소리와 다른 소리가 납니다. 소리 때문에 멀미가 날 것 같다고도 하는데 얼른 길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보고 ‘입에서 나는 냄새’를 뜻하는 ‘입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뜻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성대모사’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대모사 잘하는 사람’은 ‘입내 잘 내는 사람’이니까요.

입찬말

뜻: 제 있는 자리와 할 수 있는 힘을 믿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말함. 또는 그런 말

저녁에는 들말마을배곳 갈침이 모임을 했습니다. 살려 쓸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힌 다음 마을배곳 놀배움터에서 할 놀배움 한 가지를 해 보았습니다. 저녁때 먹거리를 가져와 먹으며 배우고자 하는 걸 보며 배곳 안 갈침이 모임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봐야 할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놀배움을 즐길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제가 입찬말을 잘 하지 않는데 들말마을배곳은 앞으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입매하다

뜻: 먹거리를 가든하게 조금만 먹어 배고픔을 잊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토박이말바라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쁜 일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진주시와 진주시교육지원청이 함께하는 진주행복교육지구에서 도움을 주어 만든 스물한 개 ‘마을학교’ 가운데 하나인 ‘들말마을배곳’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들말마을배곳’은 신진초등학교, 평거동행정복지센터, 진주시어린이전문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꾸려 가는 마을학교입니다. 여느 마을학교와 달리 놀자, 배우자, 즐기자 라는 말을 앞세우고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놀듯이 배우는 놀배움터랍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잔치가 열리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에 갔을 때는 벌써 여러 날 앞부터 마음을 써 주신 마을배곳 갈침이(마을 교사) 다섯 분과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모람 여러분들이 먼저 오셔서 챙기고 계셨습니다.

자리를 빛내 주러 오신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님, 서은애 진주시의회 의원님, 신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홍미순 교감 선생님을 모시고 들말마을배곳 갈침이와 배움이들이 함께 알음알이 잔치를 했습니다.

잔칫날 먹거리가 빠질 수가 없지요.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입매할 거리도 넉넉하게 갖춰 놓았더군요. 배곳여는풀이(개교식)가 끝나고 먹거리를 먹으며 배움터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셨던 서은애 의원님께서 앞으로 토박이말을 살려 북돋우는 일에 도움을 주시겠다는 입다짐을 해 주셨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한바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과 놀이를 이끄시는 갈침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들말마을배곳의 앞날이 밝다는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입방아

뜻: 어떤 일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

일을 하다가 이름이 널리 알려지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셨지만 겉으로 보기에 참 단단해 보였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많이 놀라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온갖 일을 가지고 입방아 찧는 걸 보곤 합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힘든 일인가 봅니다.

입쌀

뜻: 멥쌀을 보리쌀 따위의 잡곡이나 찹쌀에 마주하여(상대하여) 이르는 말

그야말로 마음 푹 놓고 잠을 잘 수도 있었는데 여느 날처럼 일어나 밥을 먹었습니다. 밥솥을 여니 밥이 가득했습니다. 그제 저녁에 밥이 없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제가 서둘러 한 밥이었습니다. 얼른 되라고 입쌀로만 해서 그야말로 하얀 빛깔 밥을 먹었습니다. 밥 위에 떨어진 김칫국물이 유난히 빨갛게 보일 만큼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배곳이 돌날(개교기념일)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하루 쉬는 날이지만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야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맞춰 나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아이들을 다 태워주었습니다. 제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아침부터 좀 뛰기는 했지만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입치레

뜻: 머리 위에 인 몬(물건). 또는 머리에 일 만한 만큼의 짐

함께 힘과 슬기를 보태준 모람(회원)들 도움으로 두 돌 토박이말날 잔치는 잘 마쳤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람들과 말모이를 봐 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잔치를 끝내고 마음을 놓아서 그런지 뒤낮(오후)부터 머리가 아팠습니다. 나름대로 까닭을 찾아보고 좋다는 것을 챙겨 먹었는데도 낫지를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잠이 들 무렵에는 더 아팠습니다. 밤새 아프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날이 새도 씻은 듯이 낫지는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프니 입치레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잠은 깼는데 더 누워 있었습니다. 밝날(일요일)은 늦잠을 자곤 하지만 여느 밝날과는 좀 달랐습니다. 아버지께 기별이 와서 해야 할 일이 아니었으면 아마 더 누워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일어나 움직이니 좀 나았습니다. 빨래도 하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나니 더 가벼워졌습니다.

몸도 챙겨야겠고 (사)토박이말바라기 일도 더 짜임새 있게 할 수 있도록 챙겨야겠습니다.

있이

뜻: 살림살이가(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지난 두 돌 토박이말날 잔치 때 빛그림(영화)를 그저(무료로) 보여 주었다는 기별을 듣고 어떤 분이 그 모임에 돈이 참 많은가 보다며 얄궂은 얼굴로 물었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묻는지 모르지만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신 분들이 그보다 더 값진 울림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도 좀 있이 사는 분들이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모임에서 하는 일 가운데 돈이 들어가지 않은 일이 거의 없는데 있는 분들이 도움을 주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바란다면 돈이 좀 많게 도움을 주시든지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를 비손해 주기라도 한다면 참말로 고맙겠습니다.

뜻: 이부자리나 베개 따위의 거죽을 덧싸는 천

저녁을 먹고 몸을 챙기기로 한 다짐을 지키려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겉옷을 챙겨 입으며 좀 춥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얼마 걷지 않아서 땀이 났습니다. 땀과 가까워질 날이 다가왔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땀과 함께 군살도 얼른 빠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흘린 땀을 가신 다음 여느 날보다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누우려고 보니 베갯잇이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잇’이라는 말도 ‘커버’라는 말에 자리를 내주고 잘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삶 가까이 있는 이런 말부터 하나씩 알려주고 되살려 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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