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유익한 정보,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무실 인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어린교오거리.

이곳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하나 있다. 창원시가 직접 운용하는 전광판이다. 사무실 업무 중 시선만 돌리면 전광판이 보인다.

평소 공익 광고를 송출하는, 유익하긴 하나 조금 딱딱하다 싶은 영상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다른 공익 광고 영상과는 상당히 다른, 특이한 영상이 보였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스스로를 ‘창원아재’라 자칭하고, ‘이야~ 쥑이네~ 창원 좋다~’를 외치며 전입신고를 독려한다.

구수한 사투리. 유치하다 싶으면서도 미소를 자아내는 연기. ‘B급 감성’ 자극하는 영상이었다.

지역 유튜버를 섭외해 만든 콘텐츠일까 싶어 전광판을 담당하는 창원시 공보관실에 문의했다.

그런데 웬걸. 등장인물부터 촬영까지, 무려 창원시 공보관실 ‘자체 제작’이란다.

해당 영상 속 주인공, ‘창원아재’인 최명수(35) 창원시 공보관실 뉴미디어 담당 주무관을 만나러 시청으로 향했다.


창원시청 별관에 있는 공보관실에서 만난 최 주무관. 깔끔한 양복 차림의 모습. 평범한 공무원의 모습이었다. 그 때문일까. 영상 속 ‘이야~ 쥑이네~’를 외치던 당사자라곤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 #창원TV 담당자라 소개하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

“창원시 공보관실 뉴미디어 담당 최명수 주무관입니다. 우리 시 소셜방송국 #창원TV 운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스스로 창원아재라 자칭하는 만큼 창원 출신이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출신지를 물었다.

“생각하신 대로 창원 사람 맞습니다. 정확히는 진해 출신이에요. 진해에서 초·중·고를 나왔습니다. 동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군도 진해에 있으려고 해군을 지원했는데. 어쩌다 보니 동해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학 때와 군 복무 때를 제외하곤 쭉 진해에 있었어요. 이제는 진해도 마산과 함께 창원시와 통합됐잖아요. 그러니까 창원 토박이인 셈이죠.”

공무원. 높은 경쟁률과 어려운 시험 탓에 합격이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악명이 자자하다. 그런 난관을 돌파하면서 공무원 지망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공무원은 공무원인데, 처음 지망한 건 경찰 공무원이었습니다. 애초 법대를 간 게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였고요. 저희 아버지가 경찰이셨어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 일을 동경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 후 일반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같은 공직이고, 경찰 공무원으로 하고자 했던 거는 일반공무원이 돼서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사회에 대한 공헌 같은 거요. 그렇게 2009년, 당시 진해시 풍호동 동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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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수 주무관. /이종현 기자

창원시 공보관실 뉴미디어 담당 부서

최 주무관은 진해구청 사회복지과, 행정과 등을 거쳐 지금의 창원시 뉴미디어 담당 주무관이 됐다. 순환보직 절차에 따라 창원시 공보관실에 온 건 아니다. 특정 부처 내 직위에 지원을 받는 ‘직위공모제’를 통해 뉴미디어 담당 주무관이 됐다.

“이전에 진해구청 행정과에서 행정업무를 하며 홍보 업무를 잠깐 맡았었어요. 자연스레 뉴미디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개인적으로 DSLR을 사서 영상도 찍어보고, 찍은 영상을 편집도 해 보고. SNS를 다뤄보고. 공부하고 했어요. 그러다 창원시 뉴미디어 담당 공보에서 직위공모를 통해 뉴미디어 담당 주무관을 뽑는다고 하기에 지원했습니다. 2017년 7월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니, 곧 2년이네요.”

창원시의 홍보를 하는 것이 공보관실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역할이 나뉜다.

“창원시 공보관실은 홍보기획 담당, 공보 담당, 정책홍보 담당, 뉴미디어 담당 등 4개 부서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체적인 방향은 같습니다. 창원시를 알리는 것. 하지만 시를 홍보한다고 해도 창구가 여러 개잖아요. 신문 형태의 시보를 만들 수도 있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내 홍보할 수도 있고. 이벤트 따위를 기획할 수도 있고. 이를 구분하기 위해 부서를 나눈 것입니다.”

최 주무관은 “뉴미디어 담당 부서는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만들어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부서”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관공서의 주요 홍보 창구가 신문, 라디오 방송이었어요. 창구 자체가 적었죠.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 시대가 오면서, 새로운 홍보 창구가 생겼어요. 그런 새로운 뉴미디어 분야 홍보 창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뉴미디어 담당 부서예요.

뉴미디어 담당 부서 안의 구성원은 6명이다. 시 블로그, SNS, 유튜브 등. 각자 맡은 창구를 담당하는 형태. 그중 최 주무관은 #창원TV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저희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 총 2종 8개 매체입니다. 미디어와 SNS를 따로 떼어 2종으로 분류합니다. 미디어에 유튜브와 한글·영문 블로그, #창원TV까지 4개 매체. SNS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4개 매체. 그중 제가 담당하고 있는 건 #창원TV입니다.”

대부분의 뉴미디어 담당자가 느끼는 고충이 있다. 본인은 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최 주무관은 이런 고민을 한 적 없을까.

“있어요. ‘니네들은 뭐하냐’, ‘놀러 다니니까 좋겠네’ 하는 말 꽤 들었었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만약 제가 다른 부서에 있으면서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모습을 봤다면. 같은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래도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어요. 동료들도 인정해 주는 분위기고, 저도 그런 시선에 신경 안 쓰게 됐고. 저희 공보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희는 공무원스럽지 않을 필요가 있다. 때로는 공무원스럽지 않게 일하는 게 열심히 일하는 거다.’ 이렇게 힘을 실어주시니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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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TV 콘텐츠 중 하나인 창원아재의 '여좌천 · 경화역에 벚꽃이 얼마나 폈을까?' 영상. /최명수

#창원TV

#창원TV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된다. 창원아재처럼 유쾌한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마산항 개항 120주년 같은 진중한 콘텐츠도 있다. 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정해진 기획에 따라 생산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제작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별도 코너를 마련한 콘텐츠는 7개예요. 먼저 ‘창원아재’. 창원시의 주요 시장이나 관광·축제 정보를 유쾌하게 전달하는 B급 감성 콘텐츠입니다. ‘#창원TV뉴스’는 창원시 공무원이 직접 기획·촬영·편집하는 자체 제작 시정 뉴스입니다. ‘너와나의 연결고리’는 직접 창원시민을 찾아 시민들의 궁금증·고민을 듣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민 맞춤형 콘텐츠예요. 멋진 이야깃거리를 갖춘 창원시민을 만나 인터뷰하는 ‘꿈파쇼 in 창원’이라는 기획도 있습니다. 창원시를 홍보하는데 지역 명소 소개가 빠져선 안 되겠죠. ‘쏙쏙창원’은 창원의 주요 관광지와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또 최근 유행하는 ASMR을 이용한 콘텐츠도 있습니다. 시 대표 축제·관광지의 먹거리를 먹는 모습과 소리를 담은 영상이에요. 창원 대산 수박축제 같으면 수박 먹기 ASMR 영상을 만드는 거죠. 마지막으로 드론을 이용해 창원시의 축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창원 in the sky’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7개의 코너와 시기적절한 개별 콘텐츠들. 이런 콘텐츠가 생산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했다.

“보통 주 단위 생성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시발점이 되는 건 화요일 부시장님 주재로 열리는 전체 홍보 회의입니다. 각 부서 담당자들이 부시장님 집무실에 모여 시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회의합니다. 회의는 이런 식이에요. 군항제 기간에 문화예술과에서 어떤 기획을 하고 있고, 이걸 홍보해야 할 거 같다고 말하면. 공보 부서는 각자 담당이 군항제 홍보 방법을 말하죠. 저희 뉴미디어 담당에서는 주로 SNS나 영상 제작 콘텐츠 계획을 많이 잡고요. 이 회의에서 나온 걸 통해 공보관실 차원에서 별도 회의를 하고. 또 각 부서에서 회의를 하고.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면 각자 콘텐츠를 제작하죠. 만들어진 콘텐츠는 함께 보고 피드백한 뒤 최종편집해서 유통하게 됩니다.”

공무원의 회의. 선입견 탓일까.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회의가 많은 게 조금 불편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하시는 것만큼 무의미한 회의를 하는 건 아닙니다.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각자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하죠. 그걸 여러 단계에 걸쳐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회의 없이 한 사람 생각으로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어느 정도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거 같아요. 시를 홍보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프레임에 갇히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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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수 주무관. /이종현 기자

관공서의 B급 감성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창원아재’다. 시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웃음을 유발하는 B급 콘텐츠. 어떻게 이런 콘텐츠를 구상했는지, 또 내부 반발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공서 홍보 영상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질서정연한. 딱딱한. 무거운. 이런 걸 깨고 싶었어요. 요즘 사람들한테 이런 콘텐츠가 안 먹힌다는 건 다들 알잖아요. 이런 파격을 위한 조직이 뉴미디어 담당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이라는 딱딱한 조직 안에서 유연한. 트랜드를 좇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창원시의 소식을 전하려면, 먼저 말하는 사람이 창원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또 표준말이 아니라 우리 지역 사투리를 써야 하고. 뭣보다 흥미를 이끌 수 있도록 재밌어야 하고.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 ‘창원아재’예요. 대놓고 B급 감성을 노린 콘텐츠 맞습니다.”

창원아재의 첫 시작은 군항제 기간 여좌천·경화역에 벚꽃이 얼마나 폈을지 알리는 콘텐츠였다. 그리고 군항제 다음으로 선택한 게 전입신고를 하라는 주제의 ‘창원인싸 되는 법’ 콘텐츠. 주제 선정의 배경이 있을까.

“시기적절한 콘텐츠 생산이 중요해요. 군항제 기간에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할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지금 벚꽃이 얼마나 폈는지’, ‘이번 주말에 가도 되는지’ 하는 거였죠. 그래서 벚꽃 만개 상황을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두 번째로 전입신고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든 이유는 간단해요. 인구 유입을 위해서죠. 창원시는 지금 다른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와 함께 특례시를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에서 진행 중인 중요한 정책인데, 그러기 위해선 인구 유지·확보가 중요하죠. 이런 내용을 뉴미디어 담당스럽게 표현했어요. 창원시의 매력적인 모습을 B급 감성 자극하는 콘텐츠로 풀어내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창대교, 용지공원 무빙보트, 진해루를 배경으로 하고. 또 창원시에 전입신고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가 알려주는 영상을 만들었어요. ‘우리 창원이 이렇게 좋다’ 하는 홍보 영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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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수 주무관 가족사진. /최명수

“중요한 것은 메시지”

관공서가 B급 감성을 노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미에 ‘~고양’을 붙이며 고양이 인형 탈을 쓰는 고양시. 재치있는 문구, 재미난 사진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부산경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의 행사 포스터를 내세운 충주시 등. 최 주무관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뉴미디어 담당의 시각으로는,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홍보를 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거니까 부정적일 이유가 없죠. 그런데 주의할 건 있어요. 시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재미있는 콘텐츠의 ‘재미’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 유튜버나 일반인이라면, 사실 재미가 목적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공무원이잖아요. 저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예요. 메시지를 더 효과적이게 전달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고요. A급 내용을 B급 감성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영상을 작업했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시민 참여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지금 창원시 시정 슬로건이 ‘사람중심 새로운 창원시’예요. 시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원시와 시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구상한 아이템은 꽤 많아요. 예컨대 상남 분수광장에 버스킹 하는 친구들 많잖아요. 이런 친구들이 창원시 문화예술의 한 축을 이루는 거고. 이런 친구들한테 다가가서 너희는 어디에서 왔냐, 버스킹한지는 얼마나 됐냐 하는 거 물어보고. 연습실 따라가 보고. 이런 시민들의 삶을 전달하고 싶어요.”

뉴미디어 분야 종사자 대부분의 고충이 하나 더 있다. 공들인 콘텐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때다.

“정말 힘들죠. 열정적으로 기획하고, 아이디어 회의 거쳐서 영상 만들면. 공들인 만큼, 혹은 그 이상의 반응을 기대하는 게 사람의 속성인 거 같아요. 다들 관공서 페이지라고 하면 식상하고 재미없는 것만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그러니 많이들 봐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요즘 개인 유튜버들이 항상 하는 말 있잖아요.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저도 같아요. 창원시 유튜브 채널, #창원TV, 블로그, SNS 등.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준비한 질문은 모두 마쳤다. 내용 없는 재미보다는 내용 있는 재미없음을, 내용 있는 재미없음보다는 내용 있는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최명수 주무관.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말한 건 ‘가족’이다.

“6살인 아들이 있습니다. 최지용.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기 유치원 가서 ‘우리 아빠 창원아재예요’라고 한다더라고요. 셔틀버스 타고 오는 거 마중 가면 선생님이 ‘창원아재 잘 보고 있어요’ 하시는데. 뿌듯하죠. 씩씩한 아들 지용이에게, 사랑하는 와이프에게,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남편,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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