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달(4월)은 유난히 길게 이어진 꽃샘추위 때문에 봄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은 참으로 짧았습니다. 겨우내 잘 견뎠던 사람들도 때아닌 고뿔에 걸려 힘들었다는 기별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하게 될 5월은 더위와 가까워지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들여름달입니다.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여러 가지 기림날(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서로서로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함께해 웃음꽃이 활짝 피는 구순한 집안 만들어 가시길 비손합니다.

이짜

뜻: 베풂 또는 도움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있을 것으로 바라면서 기다리는 말 또는 몸짓

지난 닷날(금요일) 곳곳에서 3·1운동 100돌을 기리는 모임을 했다는 기별을 많이 듣고 보았습니다. 다들 때를 맞춰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하시고 서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들을 꼬집어 주셔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바치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분들처럼 목숨을 바치지는 못했지만 몬(물건)과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을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이짜를 바라지 않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흘리신 피와 땀의 열매로 되찾은 나라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분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뭔가 이짜를 바라고 하신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늘나라에서 고이 잠드시길 빌어 드리는 것과 함께 받은 도움을 갚아 드린다는 마음으로 저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떠오를 것입니다. 저는 그분들께서 피와 땀으로 이어주신 우리 토박이말을 일으켜 살리고 북돋우는 일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하는 그 날까지 쉬지 않고 해나갈 것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저와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익삭이다

뜻: 화가 나거나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꾹 눌러 참다

토박이말 달력과 바른 삶 길잡이를 보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보내드렸습니다. 누리그물(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을 보시고 부산에서 기별을 주셨더라구요. 누리어울림 마당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이야기방에 들어오셔서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기신 분께도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이렇게 밖에서는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주시는 분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배곳(학교) 안에 있는 식구들 마음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음을 해마다 느끼게 됩니다. 제 한 몸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 주실 거라 믿고 하는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새로 오신 분들을 기쁘게 맞이해 드리는 모임을 했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나서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 도우며 잘 지내보자는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새로운 아이들과 지내게 되어 날마다 설렌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살다 보면 익삭일 일도 가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렘을 오래오래 이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고동

뜻: 일이 잘되고 못됨이 갈리는 매우 종요로운 대목

밝날(일요일) 저녁 가시집(처가)에 밥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맛있는 걸 만들어 놓으셨다는 기별을 받고 바쁜 일을 제쳐 두고 갔습니다. 아이 밥을 챙겨 주고 가느라 좀 늦었는데 저희가 갈 때까지 기다리고 계셔서 더 미안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멀봄틀(텔레비전)에 아주 널리 이름난 사람이 나와 나날살이(일상생활)를 보여 주었습니다. 나라 안뿐만 아니라 나라 밖에도 널리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는 것도 참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냥 뭇사람처럼 살아서 그 자리에 간 게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짜임새 있게 알뜰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마치 하루하루를 일고동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친 일을 하느라 다른 것들은 챙기지 않고 사는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더욱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식구, 일, 몸을 함께 챙기는 걸 보니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살았으니 그 열매로 그 자리에 있는 게 마땅하다 싶었습니다.

일매지다

뜻: 모두(죄) 다 고르고 가지런하다

밝날(일요일)은 모자란 잠을 좀 채워 잤습니다.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자고 일어나 아침밥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늦고 낮밥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른 밥을 먹었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몇 가지 집안일을 챙기고 나서 배곳(학교)에 갔습니다.

배곳 둘레를 따라 걸어가면서 냉이꽃, 별꽃, 봄까지꽃, 광대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울타리 가에 심어 놓은 개나리도 예쁘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요. 울타리를 따라 서 있는 개나리가 일매지긴 했지만 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이에 더 심든지 거름을 좀 하든지 해서 우거지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쉬는 날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당에는 노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고 안에도 일을 하러 오신 분들이 저 말고도 몇 분 더 있었습니다. 쉬는 날이지만 그렇게 와서 한 가지라도 일을 줄여 놓으면 그만큼 나머지 날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쉬는 날도 푹 쉬지 못하고 와서 일을 하는 걸 보니 제 마음이 짠했습니다.

일집

뜻: 말썽이 나게 되는 바탕이나 까닭(원인)

비가 올 거라는 미리알림(예보)가 있었는데 어제 아침부터 하늘은 낮았습니다. 자잘먼지(미세먼지)가 많아 숨씨(공기)가 나쁘다는 알림도 왔습니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잘 아는 엄마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쉬는 때새(시간)만 되면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막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나가지 말고 안에서 놀라고 하는 말을 다 잘 듣고 따른다면 밖에 있을 아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첫째 배움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나와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이게 또 일집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이들을 불러들이자고 했습니다. 놀고 싶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걱정하는 엄마 마음도 헤아려 주어야 하니 말입니다.

뜻: 머리 위에 인 몬(물건). 또는 머리에 일 만한 만큼의 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옷을 찾으러 갔다 왔습니다. 많지 않아서 두 사람이 나눠 들고 오는데 한 손에 뭔가를 들고 머리에 을 이고 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손을 놓고 아주 거뜬하게 걸어가시는 것을 보니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머리에 이는 것은 임이라 하고 등에 지는 것은 짐이라고 하니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다’에서 ‘임’이 나왔고 ‘지다’에서 ‘짐’이 나왔다는 풀이가 아주 그럴듯하면서도 짜임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말을 알아가는 재미를 우리 아이들은 더 자주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입바르다

뜻: 옳다고 생각하는 말(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

배곳(학교) 할 일을 챙겨 놓고 티비엔 경남교통방송 토박이말바라기 꼭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 바로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임을 할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

들말마을배곳(학교)을 꾸려 가실 분들이 이야기를 해서 여느 해보다 일찍 모임을 비롯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라우면서도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하려고 마음먹었던 때새(시간)보다 더 오래 이야기를 했지만 힘든 줄 모르고 했습니다.

비롯할 때는 차분했던 제 목소리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커지다 보니 처음 듣는 분들은 놀라시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뜨겁게 말을 하는 것처럼 느끼신다고 하더라구요. 제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그렇게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더 안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입바른 말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제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임이 더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생각도 말씀해 주시고 들말마을배곳을 꾸릴 앞생각(계획)도 세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일이 되려면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낀 좋은 날이었습니다.

모임이나 사람을 이끄는 힘을 타고난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그런 분이 모임에 있으면 일이 잘된다는 것도 똑똑히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람(회원)들께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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