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안전하게 수영합시다"
"물에 대한 두려움 이겨내는 수강생들 보면 정말 뿌듯해요"

미세먼지 탓에 온통 희뿌연 3월 초, 마산회원구청을 찾았다.

목표로 한 곳은 구청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마산종합운동장 마산올림픽수영장.

그곳에 근무하는 수영 강사 박민숙(46)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박 씨를 찾은 것은 "마산올림픽수영장에 근무하는 수영 강사 덕에 목숨을 건졌다.

정말 대단하고, 또 신기했다"는 제보 때문이다.

어떤 사연이기에 목숨을 구했다고 하는지.

또 맥주병도 물개로 만든다는 수영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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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숙 수영 강사. /이종현 기자

"어휴, 뭐 대단한 거 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라니… 조금 창피해요."

박민숙 씨는 첫인사부터 "부담스럽다"고 한다. 본인의 업무 시간에 할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 지역 출신의 사람이나 지역 내 활동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게 <피플파워>의 취지라고, 기업인이나 정치인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한 후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 씨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수영장에서 수영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강사 일을 한 지는 5년 정도 됐다고 한다. 마침 시간을 내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박정배 창원시설공단 계장에게 수영 교육을 받고 수영에 입문했다고 한다.

"수영을 배운 건 오래됐어요. 20년 정도.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서 여유 시간이 생겼어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해서 운동이나 해볼까, 하고 여러 종목을 알아보다가 왠지 수영이 끌리더라고요. 그게 제 수영 인생의 시작이죠."

수영 강사인 박 씨뿐만 아니라 박 씨 가족 모두 수영을 잘한다고 한다. 특히 남편 김호진 씨는 쌍둥이 형제인 김호식 씨와 함께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한 유명인. 아이들도 수영을 잘한다고 하니, 박 씨 가족에 운동DNA 같은 게 있는 걸까 싶다.

어디까지나 취미로 하던 수영이 어느샌가 일이 됐다.

"처음부터 '난 수영 교육자가 돼야지!' 하는 건 아니었어요. 가볍게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노하우가 쌓였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걸 시험하는 차원에서 자격증도 따봤죠. 5년 정도 전부터 강사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적성에도 맞아 만족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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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해경의 생존수영 교육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맥주병 탈출, 수영 강습 커리큘럼

창원시설공단에서는 '수영 과정별 수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강습한다. '진도반'을 통해 수영을 처음 배우는 이들을 가르친다.

"진도반은 크게 초·중·고급으로 나뉩니다. 물에 뜨는 것부터 자유형, 배영의 기초를 다지는 초급반. 자유형과 배영을 복습하며 평영의 기초를 다지는 중급반. 자유형, 배영, 평영에 더해 접영의 기초를 배우는 고급반이 있습니다."

진도반의 초·중·고급 이후에는 '유지반' 코스에 들어간다.

"유지반은 교정·연수·마스터 과정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교정하고, 연수하고, 마스터하는 과정입니다. 진도반에서 '수영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유지반은 '잘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최종적으로 마스터 과정에서는 수영대회를 대비한 경기수영에 대해서 강습하게 됩니다."

진도반의 초·중·고급과 유지반의 교정·연수·마스터. 각각 1개월의 과정이다. 2개 반 6개의 과정,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이 기간 내에 수영을 잘할 수 있게 될까. 이 질문에 박 씨는 "답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게 다 그렇겠지만, 개인마다 배우는 속도가 달라요. 총 6개월 과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3개월 내에 접영까지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1년 이상 걸리기도 하죠. 경기에 나가 입상을 노리는 사람이면 그 속도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은 배우는 속도에 너무 신경 안 썼으면 해요. 급한 마음에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적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물에 뜬다. 이는 '부력'에 의해서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여기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소위 '맥주병'이라 불리는, 물에 뜨지 못하는 이들이다. 안타깝게도 기자 역시 맥주병이다. 수영장을 찾는 사람 중 맥주병이 많은지 궁금했다.

"배우러 오는 분들 대부분은 물에 못 떴죠. 물에 뜨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에 대해 공포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뜨는데, 가만히 있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초급반의 1주 정도는 물에 적응하는 훈련을 합니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수영법을 배워나가는 수강생을 보는 게 일의 보람이라는 박 씨.

"생각보다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수영을 배우겠다'고 하는 분 중에서도 많은 편이니, 제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겠죠. 억지로 수영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도 물에 들어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수영을 배우고, 잘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게 이 일의 즐거움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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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장 사고 예방 교육. /박민숙 씨

안전관리가 최우선

마산종합운동장 마산올림픽수영장에서는 매시간 2명 이상의 안전근무 요원을 배치한다.

"매시간 2명씩 안전근무를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하루 4시간 수업을 하고, 2시간씩 안전근무를 합니다. 매번 고정적인 건 아니고, 일과 9시간 안에 유동적으로 정하는 편이에요."

박 씨를 알게 된 것도 '수영장 안전관리' 덕분이다. 그날따라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수강생에게 꼭 병원에 가볼 것을 당부해 피해를 예방했다는 내용이다.

"안전근무를 할 때, 제일 유심히 보는 게 수강생들의 상태예요. 말씀하신 그날도 안전근무를 할 때였는데, 지치셨는지 쉬고 계시더라고요. 별다른 생각 없이 가볍게 말을 붙였는데, 안색이 안 좋으셨어요. 본인도 편두통이 있고, 이상하게 지치신다고 하시고. 원래 수영을 하다 보면 산소부족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거랑은 조금 거 같았어요. 이상하다 싶어서 계속 말을 붙이고 상태를 여쭤봤습니다. 건강진단은 받아보셨는지, 어디가 안 좋으신지, 제 생각에는 병원을 가봐야 할 거 같다든지 등. 마침 같이 수영하러 오신 분도 계셔서, 바로 병원 가서 진단받아보라고 하고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나중에야 몸이 많이 안 좋으셨고, 다행히 그날 바로 병원에 가셔서 예방할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박 씨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무색지 않게 수영장 곳곳에 안전 관련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자동제세동기와 그 위치를 알리는 알림판도 많았다.

"종종 의욕이 앞서는 분들이 무리하게 수영하시다가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기 위해 안전근무를 하는 거고, 강사가 제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강사가 대비한다고 해서 모든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몸이 조금 안 좋다든지 하는 걸 사전에 강사에게 말한다면, 저희가 더 꼼꼼히 살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수영 전 그날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수영 전 준비운동을 잘하는 등,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주셨으면 해요. 수영장에서 수영을 잘 배우는 것, 재밌게 하는 것보다 건강에 이상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수영을 잘하게 되더라도, 다치면 소용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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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숙 수영 강사. /이종현 기자

"수영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화되길"

최근에는 교과 과정에서 생존수영을 배운다. 선택과정이 아니라 필수과정이다. 박 씨 역시 학생들의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생존수영이 생기고 첫해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 반가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쉽기도 해요. 생존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은 한 반에 20~23명 정도입니다. 문제는 강사가 이 아이들을 모두 통제할 수가 없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 참 활발하잖아요. 거기다 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이고요. 그러다 보니 수영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체험학습 정도로 되는 게 현실입니다."

평소에 듣기 어려운 현장에서의 목소리. 박 씨가 생각하는 개선법은 어떤 게 있을까.

"놀면서라도 수영을 배울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을 확실히 가르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아이들이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도 더 있었으면 하고요. 생존수영을 배웠는데 수영을 못 하면 본말전도잖아요.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학교마다 수영장을 설립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인터뷰를 했던 3월 초. 미세먼지가 절정인 날이었다. 미세먼지 탓에 실외스포츠 종목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 실내스포츠인 수영은 비교적 혜택을 보고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크게 사람이 늘거나 하진 않았어요. 경각심을 가지는 분들도 적은 거 같고요. 하지만 점점 실내스포츠의 인기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씨는 "수영에 대한 접근성이 늘었으면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나라지만, 그런 것치고는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요. 창원은 바다를 곁에 둔 해안도시인데, 창원 사는 사람 중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예 바다랑 연이 없는 나라의 사람들이면 모를까. 바로 곁에 바다를, 강을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수영을 못 한다는 게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생존수영 덕분에 어려서부터 수영을 배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수영이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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