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90여 곳 입학식 미뤄
학부모에 기습적 문자 통보
"특별감사·검찰 고발할 것"

경남도교육청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의 4일로 예정된 개학 연기에 대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불법행위'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특별 감사, 재정지원 중단, 학부모 부담금 반환,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긴급 도우미 돌봄 서비스 기관을 지정하는 등 학부모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3일 오후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개학 연기 소식은 도민과 학부모님께 혼란과 걱정을 주고 있다"며, "한유총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개학 연기는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 박종훈(왼쪽 둘째) 경남도교육감이 3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사립유치원 불법 입학 연기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긴급도우미 돌봄서비스 기관 지정, 특별감사 시행, 재정지원 중단, 학부모부담금 반환, 검찰 고발, 공정위 조사, 세무조사 의뢰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 밝혔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지역 91~144곳 개학 연기 = 도교육청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사립유치원 학기 시작일을 휴업이나 임시휴업으로 조정이 가능하지만 휴업 시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이 필요하고, 임시휴업 시 긴급한 사유가 필요하다며 한유총 개학 연기는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개학 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은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도교육청은 개학 연기를 예고한 도내 사립유치원은 258곳 중 현재(3일 오후 6시 기준)까지 91곳(개학일 연기 87곳, 무응답 4곳)이고, 유아 수는 1만 5264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개학 연기를 밝힌 유치원은 창원 44곳, 진주 2곳, 김해 35곳, 함안 5곳, 거창 1곳 등 87곳이다. 도교육청에 정상운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무응답' 유치원은 창원 1곳, 진주 3곳 등 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유총이 집계한 개학 연기 현황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유총은 경남 144곳을 비롯해 전국 사립유치원 1533곳이 개학 연기에 동참한다고 했다. 전체 사립유치원(3875곳)의 39.5%에 달하는 수치다.

◇교육청, 긴급 돌봄 기관 운영 = 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에 대비해 '긴급 도우미 돌봄 서비스 기관'을 지정해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 누리집에 게시했다. 도우미 돌봄 서비스 기관은 공립유치원 414곳, 초등학교 돌봄교실 498곳, 어린이집 179곳 등이다. 이들 도우미 돌봄 서비스 기관에서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유아는 총 1만 7933명이다.

도교육청은 한유총이 정부 강경 대응에 맞서 폐원 의사도 밝히자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 교육감은 "최대한 설득해 개학을 연기하는 사립유치원 수를 줄이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장기화되면 공립유치원 수용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유총은 지난달 28일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은 수용하되, 사립유치원 시설 이용료 인정 등을 요구하며 4일로 예정된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은 정부에 △사립유치원 시설 이용료 인정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도 무상 유아교육 제공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개선 △획일적 누리과정 폐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시행령 개정안 철회 등을 요구해왔다.

진상원 한유총 경남지회장은 "사립유치원은 현재 유아교육법상 수업 일수인 180일은 물론 공립유치원보다 훨씬 많은 230일 정도 수업을 해왔다. 정부가 계속 사립유치원 자율성을 빼앗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투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들 분통 = 많은 사립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하자,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4일 입학식을 앞둔 한 학부모는 무기한 개학 연기에 막막함을 토로했다. 김해에 사는 박모(36) 씨는 "입학식을 사흘 앞두고 입학 연기를 통보받았다. 학교와 다름없는 유치원이 아이들 입학을 거부하다니 어이가 없다. 모든 가정이 마찬가지겠지만, 맞벌이 부부는 무슨 날벼락인가. 막막하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 아이를 보내는 게 맞는지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는 한유총 개학 연기에 대해 국무총리 주재로 교육부 등 관계부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침을 밝혔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시정명령을 하고, 이후에도 개원하지 않으면 형사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를 비판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성명을 내고 "국정감사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부정한 회계 사용이 드러났으며, 이에 대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한유총이 개학 연기 결정을 한 것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교육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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