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탈출한 대만록 추정, 고유종 서식 환경 위협
속리산에서는 포획·격리…여러 마리 가능성에 '우려'

선한 눈망울에 몸통엔 하얀 반점이 가득한 생명체가 도로변에 나타났다. 야생에서, 더구나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슴이 지난 14일 창원시 진해구 행암 해안도로에서 목격됐다.

창원시민 전대동 씨는 페이스북에 도로 옆에서 사슴이 낙엽과 풀 등을 뜯어먹는 장면을 찍은 59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사슴은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라 도시에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개 동물원이나 사슴사육장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런 사슴이 대로변에 나타났다니 영상을 본 이들도 신기해 했다.

여러 경로로 취재한 결과, '대만꽃사슴'이라 불리는 대만록으로 확인됐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센터에 영상 분석을 의뢰했더니 연구원은 대만록 암컷이라고 했다.

14일 창원시 진해구 행암 해안도로변에서 목격된 꽃사슴. /전대동 씨 영상 캡처

정다연 연구원은 "고라니나 노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얀 반점이 선명한 것은 대만록의 특징"이라며 "사람이 가까이에서 영상을 찍고 있어도 도망가지 않는 걸로 봐서는 사육장에서 탈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해지역 사슴농장 여러 곳에 확인해봤지만 모두 탈출한 사슴이 없다고 밝혔다. 보기 드문 사슴이 나타났는데 행적이 묘연한 것이다. 진해 소쿠리섬에 사슴이 살고 있어 혹시 넘어온 것은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지만 동물 전문가들은 사슴 특성상 수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6년에도 진해 행암에서 가까운 STX조선소 근처 야산에서 꽃사슴 4마리가 무리 지어 있는 모슴이 한 매체에 포착되기도 했었다.

문제는 대만꽃사슴 개체군이 늘어나면 생태계 교란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대만꽃사슴 특성을 분석했더니 행동권(1.53~2.26㎞), 활동 고도(400~500m), 먹이 등이 산양 등과 겹쳤다. 산양뿐 아니라 노루와 고라니 등의 서식지도 꽃사슴이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속리산이다. 이 때문에 속리산국립공원은 지난 2010년부터 꽃사슴 퇴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93마리가 포획됐다. 잡은 꽃사슴은 속리산 국립공원 계류장에서 탐방객 등에게 공개되거나 동물원이나 복지시설 등에 관람용으로 보내지고 있다.

속리산사무소 속리자원보전과 관계자는 "번식력이 강한 대만꽃사슴은 산양 등 고유종 서식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고유종 보호를 위해 포획 등으로 격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꽃사슴은 보통 무리지어 다닌다. 행동도 민첩하고 영리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습성 탓에 포획이 쉽지 않다. 아마 탈출한 꽃사슴은 한 마리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로드킬 문제도 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 동물이 도로변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위험요소다. 도로변에 갑자기 동물이 내려오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발견된 곳 인근에 로드킬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할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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